[단독]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 개선 목소리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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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 개선 목소리 높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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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차 시장 중심 대상 확대 주장 제기
“수출 목적 중고차 처분 때도 혜택 줘야”
중고차 수출 현장 [자료사진]
중고차 수출 현장 [자료사진]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노후 경유차(화물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대·폐차 한 후 신차를 구입하는 조건으로 적지 않은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는 기존 제도를 보완해 차주가 중고차(수출 목적)로 내놓는 경우에도 보조금을 줘야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인데, 특히 트럭 시장에서 이런 목소리가 제법 나와 눈길을 끈다.

현재 국내에서 노후 경유차를 조기폐차하고 신차로 교체하면 차량 총중량 3.5톤 미만은 최대 165만원, 3.5톤 이상은 배기량 등에 따라 440만원에서 3000만원까지 한도에서 각각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지원 대상과 규모는 차종과 연식 등에 따라 보험개발원이 산정한 차량기준가액에 따라 결정된다. 3.5톤 미만 소형화물차는 조기폐차 후 저공해 LPG화물차 신차를 구매할 때 우선적으로 조기폐차 대상에 포함시켜준다. 지원책이 강화되면서 조계폐차 실적은 올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화물차의 경우 환경부에 따르면 수도권 중소형 화물차 조기폐차 실적이 2016년 1만393대에서 올해 9월까지 2만5173대로 2배 이상 확대됐고, 대형화물차 조기폐차 실적 또한 같은 기간 21대에서 655대로 증가했다. 올해 예산은 본예산(1207억원)과 추경예산(2412억원)을 합해 3600억원. 내년(2020년)에는 본예산만 2896억원이 투입된다. 노후 경유차 30만대를 조기폐차 시킬 수 있는 규모다.

◆화물차 업계 “조기폐차 지원 신청 어려워”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가 정착 분위기를 보이고 있는데도, 트럭 시장을 중심으로 제도에 대한 개선 요구가 나오는 것은 시장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다. 우선 꼽히는 것이 시기와 지원 범위 문제다. 개별 지방자치단체(지자체)에 배정된 국고 예산과 지자체 자체 확보 예산 범위 내에서 진행되는 제도라 예산이 다 떨어지면 혜택 받기 힘들다. 지원 대상 또한 예산 범위로 한정돼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 실제 2.5톤 화물차주 정모(37·서울)씨는 “조기폐차 보조금을 신청했지만, 이미 살고 있는 지역에선 접수가 마감돼 혜택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사례가 내 주변에 많았다”고 했다.

국고 지원 제도라 혜택 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과 성능검사 등을 통과해야 하는 점도 거론됐다. 차량 고장 없이 정상 운행이 가능해야하고, 2년 이상 대기관리권역에 등록돼 있었거나 차주가 6개월 이상 차량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상당하다. 중형트럭 차주 김순영(54·서울)씨는 “조기폐차 제도 지원을 받아 신차로 교체하려했는데, 일전에 보조금을 받아 배출가스저감장치(DPF)를 부착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조기폐차 지원 신청을 하러 갔더니 대상이 아니라는 말에 허탈해 하며 발길을 돌려야했다”고 했다.

값비싼 화물차의 경우 조기폐차 보조금이 신차 구입하기에 턱 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가격이 5000~6000만원 이상인 중형트럭이나 1억원에서 많게는 2억원 넘는 대형트럭과 비교하면 3000만원 미만 보조금은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 일부 화물차주 주장이다. 대형트럭 차주 주모(55·부천)씨는 “물론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이 일정 부분 보탬 되는 것은 틀림없지만, 차량 가격은 물론 운송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비하면 부족하다. 좀 더 현실적으로 보조금 혜택이 조정됐으면 싶다”고 했다.

◆조기폐차 대신 중고차 처분 사례 많아

이러다보니 트럭을 처분하려는 상당수 차주가 조기폐차 신청보다는 중고차 또는 폐차 시장에서 직접 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보조금 상한액이나 실제 지급액이 중고 트럭 가격 대비 낮은 수준이라 화물차주 입장에선 조기폐차 보조금을 받는 것보다 중고차 판매를 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조기폐차 지원 제도에 비해 중고차 시장 접근하기가 어렵지 않고, 금액을 제법 높게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관련 문의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의 한 중고차 업체 대표는 “하루 5~6건 정도 트럭 처분 문의 전화가 걸려온다. 대개 정부 지원 제도가 마땅치 않다며 차를 직접 팔려는 경우”라고 했다. 차를 중고차 시장 등에 내판 트럭 차주 상당수는 다시 중고차를 선택한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다보니 생계 수단을 신차로 바꾸기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최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최근 3톤급 중형트럭을 중고차 시장에서 구입한 김병일(51·일산)씨도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김씨는 “배출가스 5등급 판정을 받으면서 차를 교체하기로 했다.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면 보조금을 준다는 말에 알아봤는데, 신청 시기도 제약이 컸지만 금액도 충분치 않았다. 비용이 클 것 같아 부담됐는데, 지인 권유로 결국 갖고 있는 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고 상태 괜찮은 중고차를 대신 구입했다”고 했다.

진선중(48·강화)씨도 올해 초 2004년식 외산 대형트럭(트랙터)을 처분하고 중고차를 구입했다. 처음에는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하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대폐차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런데 보조금과 차량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진씨는 “(조기폐차 지원금)신청서를 제출하려고 이곳저곳 알아보니, 700만원 조금 넘게 준다고 답변이 왔다. 신차 가격을 생각하니 말도 안 되는 수준 같았다. 보험 가입 시 산정해주는 가격 보다 덜 쳐줬다. 차라리 낡은 차를 몰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어 난감했는데, 결국 중고차로 처분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다”고 했다.

최근에는 조기폐차 지원 제도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폐차 업체에 차를 처분하는 사례도 많아졌다. 중고차 시장에서 충분한 가격을 인정받지 못했거나, 중고차 업체로부터 인수를 거절당한 트럭 차주들이 주로 찾고 있다. 해체재활용업계 한 관계자는 “아무래도 요새 나오는 차량 성능이 제법 좋아서 10년 이상 지나도 운행에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중고차 매매업체든 폐차 업체든 가리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인천 지역에 위치한 한 폐차 업체 야적장에 디젤 차량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인천 지역에 위치한 한 폐차 업체 야적장에 디젤 차량이 쌓여있다. [자료사진]

◆조기폐차 등으로 중고 화물차 수출 늘어

중고차 또는 폐차 업체에 팔린 트럭은 상당수가 해외로 수출된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시장 보다는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해외 수출은 중고차나 폐차 업체를 통해 이뤄진다. 국내에선 일정 요건만 갖추면 폐차 업체가 차량을 수출해도 위법이 아니다.

올해 들어 월 평균 중고차 수출대수는 3만8222대로 전년 동기(3만10대) 대비 27.4% 증가했다. 2016년(1만9269대)과 비교했을 때는 98.4% 증가한 수치다. 이중 수출을 목적으로 말소 처리된 차량대수는 올해 들어 월 평균 2만8829대. 전년 동기(2만2355대) 대비 29.0% 증가했다. 전체 월 평균 중고차 수출대수와 비교해 1만6000대 가량 적다. 나머지 상당수는 폐차 업체를 통한 물량이다. 같은 기간 월 평균 폐차말소 건수는 전년 동기(6만4115대) 대비 9.7% 증가한 7만347대로 나타났다.

수출 증가는 디젤엔진 장착 차량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중고차 업계에 따르면 1톤급 소형 트럭 등 경유차 수출 건수가 준중형급 가솔린 세단 못지않게 많다. 디젤이 주력인 화물차 수출은 지난 8월까지 5만3038대에 이른다. 월 평균 6630대로 전년 동기(5203대) 대비 27.4% 증가했다. 중고차 업체 대표 신현도씨는 “정부가 대기 환경 개선을 위해 경유차 조기폐차 정책을 강화하면서 폐차 공급이 크게 늘고 있는 것도 해외수출 증가 큰 요인이 되고 있다. 신차 판매나 중고차 거래는 증가가 거의 없거나 소폭 감소 추세를 보이는 데 비해 수출말소나 폐차말소 대수는 상대적으로 계속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전체 폐차말소 건수 중 대략 월 1만대 정도는 해체되지 않고 실물 그대로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고 했다.

수출이 늘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상태 좋지 않은 차량이 대거 해외로 수출됨으로써 국가 간 갈등 소지도 충분하다. 수출 차량 상당수가 국내에서는 환경을 이유로 운행이 불가능하지만, 몇몇 개발도상국이나 동남아 또는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운행이 가능하다. 인천 지역 폐차 업체 관계자는 “워낙 현대차 등 국산 트럭 품질이 우수해 10년 넘은 차도 해외 거친 환경에서 잘 움직여준다. 그만큼 찾는 국가가 많다”고 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성능점검이 이뤄지지 않고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 품질 문제가 생긴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물 건너온 차량이 낮은 품질과 환경 문제로 시비가 발생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 제값 받지 못하고 중고차를 팔아야하는 할 때가 많다. 올해 중고차 대당 평균 수출단가는 2960달러로 2012년 이래 가장 낮다. 가장 저점을 친 지난해에도 3000달러 선을 유지했었다. 수출단가는 2012년(5320달러) 고점을 기록한 후 하향 추세다.

신현도씨는 “시리아, 가나, 예멘, 리비아 등 주력 대상 국가들에 대한 수출이 대부분 저가 노후 차량으로 구성되고 있는 점은 큰 문제다. 국내에서 폐차될 물량이 수출용도로 전용돼 선적되고 있는 게 큰 요인 중 하나다. 저가 차량을 이용해 수출 확대를 모색하는 현 상황은 반드시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제도 개선에 긍정적 시각

완성차와 중고차 업계 일각에서는 기왕에 시행 중인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제도를 개선함으로써 좀 더 친환경적인 신차 구입을 장려하고, 해외 수출 중고차 품질을 관리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기존 조기폐차 전제로 지원되는 보조금을 수출 목적 중고차로 처분할 때도 받게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폐차 업체뿐만 아니라 중고차 수출업체 또한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제도에 관여할 수 있다. 폐차가 아닌 수출용 차량은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된다는 것이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업계는 일본을 롤 모델 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일본은 정부가 엄격한 중고차량 검차제도를 운영해 품질을 관리하고, 온오프라인에서 경매와 공매 플랫폼을 활성화시켜 수출업체 대부분이 참여케 함으로써 거래 신뢰도를 높였다. 아울러 물류시스템을 개선해 최적의 운송조건을 제공하고, 중고차 수출협동조합 등이 해외 구매자에게 선적 보증서비스를 실시한다. 이를 통해 매년 180여 국가에 132만대 넘는 중고차를 수출하고, 수출단가도 평균 610만원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30여 국가에 대당 300만원 남짓 받고 36만대를 수출하고 있는 한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좌핸들 사용 국가인 미얀마가 우핸들 일본차 수입을 금지하는 법률까지 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일본차가 매달 5000대 이상 수입되고 있는 상황을 되새겨볼 필요 있다”는 지적이 이런 까닭으로 나온다.

완성차 업계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제도 개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하는 업계 관계자도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기폐차의 경우 말 그대로 환경 문제 때문에 폐차 하지 않아도 되는 차를 내놓는 것이어서, 몇 가지만 손보면 운행에 큰 문제는 없다. 이들 대부분 차량이 국내에서 운행되기 힘든 만큼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제도 시행 시기나 금전적 보상 규모 등을 이유로 중고차 처분을 원하는 차주가 많다. 따라서 이들에게도 혜택이 갈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져야한다. 여기에 조기폐차 지원제도 또한 화물차 실정에 맞도록 개선하면 친환경적인 신차 구입을 유도할 수 있고, 이는 정부 환경정책에도 제대로 부합하는 것이다. 아울러 엄격한 수출용 중고차 검차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관리·감독제도 개선을 통해 차량 품질 확보는 물론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를 보다 적극 유도해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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