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➂위수탁제와 화물운송업계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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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운송사업’ 위기 어디까지 왔나-➂위수탁제와 화물운송업계의 과제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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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력 불구 차주 불신으로 ‘위기 자초’

‘거대한 변화 물결’ 현실화 우려 직면
차주보호대책에도 금전 분쟁 더 잦아
업계스스로 내부정화장치 가동시켜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이달 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대표발의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 제정안을 심의하고 공청회까지 개최했으나 법안에 대한 여야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상임위원회 상정을 보류시켰다. 이로써 회기 내 법안 통과가 불가능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자 화물운송업계에는 안도의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일각에서는 ‘생물법 저지가 결과적으로 다음에 올 파도의 위력을 키운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 화물운송사업 역사에서 처음으로 ‘안전운임제도’가 도입돼 7월 이후 총 48회의 회의를 통한 격론 끝에 지난 주 컨테이너와 BCT에 대한 안전운임 수준이 결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제시된 운임 수준에 운수사와 시멘트 화주 등이 이의를 제기하며 위원회 의결에 불참했다.

화물운송사업을 둘러싼 이같은 급박한 변화의 흐름과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은 지난 7월 발족한 물류시장 혁신 TF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6월에 발표한 물류혁신방안에 포함돼 화물운송사업 위수탁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구성, 당초 올 연말까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하기로 돼 있었으나 내년 2월까지 연구용역 기간을 정해놓은 상태다. 따라서 정부가 이에 관해 어떤 형태로든 구상을 내놓을 시기가 임박했다는 것이다.

TF회의는 수차례 계속됐으나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운송업계와 지입차주 등의 이견이 명확히 노정했을 뿐 현재 결론을 예단할만한 어떤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이 논의가 대통령 공약에 포함돼 제도 개선 추진의 동력이 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행정부 또한 이 문제와 관련된 그동안의 노력들을 임시방편적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화물연대 등은 ‘이전 수년간 제도 개선을 통해 마련한 법령상의 차주권리보호조항은 착시효과일 뿐 실제로는 변화가 없으며 차주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수억원에 달하는 화물차를 구입하고도 자기 명의로 화물운송사업을 영위할 수 없는 나라는 지구상에 단 한 곳 밖에 없다’며 위수탁제도 자체의 폐기 또는 전면 개편 등 명확한 방향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업계 일각에서 지적하는, 생물법 파동과 안전운임 결정에 이어 화물운송사업에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할 ‘거대한 파도’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본질적인 연구와 고찰,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 등이 필연적으로 수반돼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운송업체나 차주 등 특정 집단의 이익과 불이익이 아닌, 시장의 안정화와 경쟁력, 장래 지속가능성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화물운송시장에서 화물업체의 경영방식에 관한 연구는 이미 여러 기관·단체에서 수행해 왔으며, 다양한 이론과 결과가 도출돼 있다. 제도의 현황과 실상, 문제점부터 지입계약의 유형과 지입경영 방식, 지입료, 지입제로 인한 갈등과 분쟁사례 등도 확인돼 있다.

갈등의 핵심인 ‘화물운송업체의 경영방식’에 관한 연구 가운데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의 201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다양한 물동량과 운송경로 등을 직영화물운송업체, 위수탁업체, ‘직영+위수탁업체’간 경영모델 예측 결과 고정비와 변동비 모두 위수탁업체-‘직영+위수탁업체’-직영업체의 순으로 산출비용이 적게 나타났다. 즉 위수탁업체가 ‘직영+위수탁’이나 직영업체에 비해 운영비용 측면에서 가장 우수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은 비용으로 결정된다. 화물운송시장에서 위수탁업체가 생존하고 있는 이유가 그렇게 설명된 바 있다.

최근 화물연합회가 발주하고 장안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수행하는 ‘국내 화물운송사업의 지속발전 방안에 관한 연구’ 용역 중간보고에 따르면, ‘물량이 있는 위수탁 화물업체’가 다른 유형의 여러 화물운송경영 형태에 비해 경쟁력이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수탁제도가 논란을 넘어 존폐의 논의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이에 대해서도 다양한 설명이 나오고 있으나 전문가 다수는 ‘업계 현장에서의 상호 불신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차주보호대책 시행 이후 오히려 업체 현장의 금전적 분쟁이 증가한 것은 변화된 시장의 규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일부 사업장의 전근대성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이지만, 이런 현상이 오랜 세월 축적돼 오면서 스스로 불신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이는 차주들에 의해 ‘착취구조’, ‘식민지 시대 일제의 수탈을 연상하게 하는’ 등의 혐오감과 스스로 불법경영의 주범임을 확인하는 것과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화물업계는 사업경영 활성화와 정부 지원을 위한 논리 개발 등과는 별개로 스스로 불법경영과 전근대성을 떨쳐내는 뼈를 깎는 노력 등 업계 내부의 불신을 해소해 나가야만 할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자단체를 중심으로 부당 위수탁계약 사례나 업체의 위수탁 계약 위반 사례 등 비정상적 업체경영 등에 관한 실태를 조사해 불법 여부가 확인된 경우에 대해서는 행정당국에 신고해 처분 절차를 이행토록 하는 등의 내부 정화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제도의 경쟁력을 뒷받침하고 시장의 순기능을 유지하는 발판이 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업계가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내부를 어떻게 바꾸어 나가야 하며, 이를 어떤 방식으로 수행해 나갈 것인지가 결국 화물운송시장의 미래로 향하는 핵심적인 열쇠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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