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생계형’ 프레임에 갇힌 ‘중고차·카센터’…“정부, 영세사업자 사각지대 해소 방안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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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특집] ‘생계형’ 프레임에 갇힌 ‘중고차·카센터’…“정부, 영세사업자 사각지대 해소 방안 있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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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내내 뇌관 역할 할 듯…대량실직·연쇄파업 고려해야
‘상생 협력’ 카드 만지작…“허울 좋은 구호에 그칠 수도”
대기업, ‘빗장’ 풀린 시장에 진입 본격화…“예측만 가득”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새해 자동차관리업계의 큰 축인 중고차매매업과 전문정비업은 격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그나마 보호를 받던 양 업계가 대기업 진입을 보다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업계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중고차매매업은 동반성장위원회가 ‘일부 부적합’하다고 판단, 중소벤처기업부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상반기 내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고, 전문정비업(카센터)은 동반위 의견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양 쪽 모두 살 수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상생협력’을 기본 기조로 하고 있는 중기부가 일정 부분 대기업과 타협점을 한 쪽만 지정하는 지점에서 찾을 것이란 시각이다. 일단 중고차매매업보다는 전문정비업이 그 선택을 받을 것으로 보는 관측이 많다. 결국 매매업계 내에선 중기부 결정에 따라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는 여론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고, 전문정비업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어 새해 자동차관리업의 생계형 지정 여부는 일 년 내내 업계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판 기울었다’ 분위기 감지…파장 범위 예측 불가

영세 중고차매매업 사업자를 지탱하던 보호 장벽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불투명해지면서 곳곳에서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과 수입차 브랜드들이 사업 확대 조짐이 감지되고 있고 렌터카나 대형 캐피탈사들의 움직임도 가시화되면서다.

대기업 진입을 막고 있던 빗장이 풀리면 중고차 시장의 지각변동은 피할 길이 없다. 대기업의 등장에 따른 시장 재편으로 ‘시장 신뢰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반면, 대기업의 진입이 시세 상승, 독과점 등 영세 사업자를 초토화 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시장이 요동칠 수 있는 만큼 전국·한국매매연합회를 중심으로 매매업계의 고심은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기부가 ‘상생협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불만의 소리도 나온다. 법적 구속력이 약해 별다른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는 ‘형식적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양 연합회가 대정부 압박을 위한 방법론에 있어 온도차가 있지만 ‘사업자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도 중기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기부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생계형 지정 외에는 매매업계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매매업계의 실력행사, 집단행동 등 사회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또 양 연합회 중 한쪽이 지정이 되지 않았을 때 정부 결정을 그대로 수긍할 경우, 업계 내부분열이 심화될 수도 있다.

시장 장벽이 낮아지고 전망이 혼재된 틈을 타 렌터카나 대형 캐피탈사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SK·롯데·AJ 등은 기존 사업과 인프라를 기반으로 시장 진입이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SK렌터카의 경우 중고차 매매단지 매장을 내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소비자가 대상이 아닌 매매상을 고객으로 두고 영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새해부터는 일반에게도 공개될 것으로 여겨진다. AJ네트웍스는 기존 중고차매매 서비스인 AJ셀카가 이미 영업 중에 있다. AJ렌터카 매각으로 새로운 모빌리티 사업 진출에 관심을 쏟고 있는 만큼 규제가 풀리면 파상공세가 예상된다.

중기부가 중고차매매업을 생계형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캐피털사 역시 중고차 매매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캐피털사들은 리스나 렌트 기간이 종료된 차량을 직접 판매할 수 없어 중간 매매상들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시장 판도에 가장 영향력이 큰 현대·기아차그룹이 아직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행보가 포착되는 즉시 ‘메가톤급’ 파장이 전망된다. 수입차들의 인증중고차를 바탕으로 한 사업 확대 계획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기업의 진입으로 시장 확대와 투명성 제고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시각도 있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은 대량의 실업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플랫폼과 거점 방식의 사업 운영에 따라 최소 4만명에서 최대 10만명에 달하는 중소 매매업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에도 등록대수별, 지역별 시장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은 규제마저 풀리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매매업계의 걱정과 달리 이미 시장이 열렸다고 생각하고 사업전략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많다”면서 “중기부는 단지 상생협약으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말고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올 경우 그 부정적 파급 효과가 어디에 미치는 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응책을 준비하면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에만 맡길 경우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영세 사업자나 딜러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이 중기부의 결정 과정에서 병행 검토돼야 한다는 것이다.

긍정적 기대감 확대…“정비매뉴얼 공개가 최우선”

전문정비업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업계 내에서도 걱정보다는 기대가 많다. 이번에도 무난하게 생계형 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전국 동네 카센터 70% 정도의 사업 규모가 대부분 2인 미만 사업장으로 영세하고, 수입차업계 등 일각에서 주장하는 첨단자동차의 정비 안전성 문제, 소비자 편익 우선 등 논리는 정비 매뉴얼 공개 의무화라는 법적 제도를 뒷받침으로 반박할 수 있어서다.

업계의 자신감은 수입차브랜드들이 정비 매뉴얼만 제대로 공개되고 있다면 동네 어디서든 정비 등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는 데서 나온다. 그것이 ‘소비자 편익 확대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정부 방침대로 수입차들이 협력한다면 소비자들은 딜러망을 통해 비싼 부품값과 공임비를 지불하는 대신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카센터에서 동일한 정비를 받을 수 있어 정비 선택권이 확대된다는 게 주장의 핵심이다.

전문정비업계와 수입차업계의 논리 대결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양 업계는 이미 수차례 만나 입장 조율을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쉽사리 결론을 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정비업 역시 대기업의 진입이 자유로워지면 대규모 폐업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네 상권에서 경쟁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기업 진출만으로 시장 신뢰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보는 주장에도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비스 평가가 낮은 시장에 마치 대기업이 들어오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검증된 사실도 아니다”라며 “생계형 지정이 무너지면 정보 독점은 지금보다 심화되고 독과점에 따른 다른 의미의 가격경쟁이 일어나 소비자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생계형 지정 여부에 따라 정보매뉴얼 공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15년 1월 자동차관리법 개정을 통해 제작사가 정비사업자의 정비 등에 필요한 교육과 정비관련 장비 및 자료의 제공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작사가 협력업체에 한정해 정비정보를 제공하던 것을 의무화 해 소비자의 비용부담 완화 및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취지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부 방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각종 편법이나 불이익을 주는 선에서 정비매뉴얼 공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 같은 문제는 수입차를 두고 많이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생계형 지정 이슈를 겪으며 수입차들의 정비 공개 미이행 문제가 다시 재점화 될 수 있다”며 “동반위의 의견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대로 대응책 마련과 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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