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미래 친환경차 시장 지배하기엔 여건 녹록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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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특집]미래 친환경차 시장 지배하기엔 여건 녹록치 않다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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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업계 의욕적 수소차 산업 육성책 제시
미래 자동차 산업서 글로벌 선도한다는 계획
인프라·안전·가격 등이 시장 확대 막는 요인
“상용차 부문부터 활성화해야” 대안도 나와
지난 2019년 10월 15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용 수소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2019년 10월 15일 현대자동차그룹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자동차 비전 선포식 현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수출용 수소트럭을 살펴보고 있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당장은 아니지만, 머지않아 친환경차가 자동차 산업과 시장에서 주류가 될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친환경차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컸다. 인식이 바뀌는 데는 10년이면 충분했다. 세계 각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100년 넘게 시장을 장악해왔던 내연기관이 움츠려들고 있다.

친환경차 시장이 형성될 때는 하이브리드차(HEV)가 주력이었는데, 이젠 전기차(EV)가 대세로 부각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브랜드가 잇달아 내연기관 생산을 줄이고 전기차 중심 친환경차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산업이 급격한 변화 기로에 섰다.

◆2040년 누적 620만대 생산 … 충전소 1200곳

현재는 전기차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지만, 몇 년 뒤에는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일부 국가와 완성차 브랜드가 수소전기차(FCEV·이하 수소차)를 앞세워 미래 자동차 산업계를 재편하려 시도 중이다. 이제 서막을 올린 상태라 전기차와 수소차 어느 것이 미래 친환경차 시장을 지배할지 예견하기 힘들다. 자동차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에는 소비자 판단이 중요한 요소가 되겠지만, 시장 형성 초기에는 정부와 업체 정책과 의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전기차와 수소차의 치열한 시장 경쟁은 불가피해 보인다. 모두 장점과 단점을 극명하게 갖고 있어 어느 쪽이 우세하다 판가름하기 힘들다. 현재는 전기차가 앞서가고 수소차가 뒤를 쫓는 양상이다. 수소차를 밀고 있는 정부와 업체는 관련 기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대를 구성해 산업과 시장 규모를 키우려고 한다.

한국은 수소차를 국가 미래 중점 육성 산업으로 꼽고 있다. 지난해(2019년)만 벌써 수차례 범정부 차원 장기 전략과 계획은 물론 세부 지원 방안 등이 나왔다. 일단 오는 2040년까지 내수(290만대)와 수출(330만대)을 합해 수소차(승용차 기준) 620만대를 누적 생산하겠다는 것이 정부 계획. 2018년 1800대에 불과했던 것을 2022년 8만1000대(내수 6만5000대)로 늘리고, 2040년까지 77배(2022년 대비) 증가시키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10월까지 4065대가 생산돼 정부 계획에는 한창 모자라 보인다.

수소차 보급도 크게 늘고 있다. 승용과 상용을 합해 2018년 말 등록대수가 893대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 11월 4650대로 늘었다. 정확한 통계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12월까지 5000대 돌파가 확실시 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10만대 상업적 양산체계를 구축해 수소차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하락시키겠다는 계획이다. 2022년까지는 핵심부품 국산화율을 100%까지 끌어올린다.

정부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완성차 업체는 사실상 현대차와 기아차가 유일하다. 이미 그룹 차원에서 수소차를 미래 전략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말 발표한 중장기 ‘FCEV 비전 2030’에 따라 오는 2030년 수소차 50만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약 20만기에 이르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외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인프라 구축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9년 86개에 불과하던 수소충전소를 2022년 전국 주요 도시 일반 수소충전소 및 버스 전용충전소(250기)와 고속도로·환승센터 등 교통거점 충전소(60기)를 합해 310개까지 확대하고, 2030년 660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주요 도시에서 20분, 고속도로에서 75km 이내 충전소 이용이 가능해진다. 2040년에는 이보다 2배 늘어난 1200개가 갖춰져 각각 15분 또는 50km 이내로 단축된다. 정부는 경제성이 확보될 때까지 수소충전소 설치보조금을 지원하고 운영보조금 신설도 검토해 충전소 자립화를 지원한다. 민간주도 충전소 확대를 위해 특수목적법인(SPC) 참여를 확대하고, 기존 LPG·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이 가능한 ‘융복합 충전소’로 전환하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지난해 울산 옥동에 국내 최초 LPG-수소복합충전소가 마련됐다. 아울러 입지제한과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운전자 셀프충전 방안 마련 등 규제완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해 도심지, 공공청사(정부세종청사 등) 등 주요 도심 거점에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는데, 이미 지난해 국회 등에 시범적으로 설치·운영되고 있다.

◆인프라와 기술적 한계가 가장 큰 성공 걸림돌

수소차가 산업계와 시장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최소 연간 10만대 이상 생산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실현돼야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진 전망이 밝지만 극복 과제가 많은 것은 문제다. 우선 수소차 보급에 선도적 모습을 보이는 한국에선 충전소 인프라 확충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정부가 2040년까지 장기 플랜을 내놨지만, 생산 계획에 대응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부정적 시선이 많다. 수도권과 울산 등 일부 지자체처럼 인프라 구축에 적극적인 지역을 제외하면 수소차 보급에 어려움이 클 것이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충전소는 아직까진 대표적인 기피 시설로 인식돼 시설 구축에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2040년 290만대를 내수 시장서 판매하겠다고 했는데, 전국에 충전소 1200개를 마련한다 해도 수요를 전부 충족시킬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사실상 현재 내연기관차 수준 연료공급 인프라 비율이 갖춰져야 가능할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좀 더 세부적으로 다듬어져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정부와 업체가 ‘수소차는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일반 대중의 선입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수소탱크와 충전소 폭발 사고 등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완전치 못한 수소차를 대중화 시키려한다’며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시장 목소리도 제법 크다.

인프라 구축 문제 못지않게 차량 가격도 시장 확대 발목을 잡는 요소다. 수소차는 가격이 비싸 보조금 없이는 판매가 힘들다. 차량에 적용된 기술개발 비용은 물론 수소차 핵심 소재가 비싸기 때문이다. 국산화율을 높이는 것만이 현실적 대책인데, 이조차 개발 단계에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보조금을 줄여나가고 있는 전기차와 달리 한동안은 보조금을 상향 조정하지 않고는 소비자 접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만큼 의존 구조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 “향후 전기차보다 많은 금액을 지원해야 할 수 있어 정부와 지자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밖에 연료 효율성이 경유(디젤)와 크게 다를 게 없어 친환경 효과 이외에 차주에게 줄 수 있는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런 문제가 지속되면 차량 보급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수백 대 수준에 불과한 보급실적이 정부 육성 지원에도 획기적으로 커지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주목 받는 이유다. 정부와 완성차 업계 입장에선 글로벌 대세 친환경차로 급부상 중인 전기차를 외면하고 수소차에 ‘올인’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업계 일각에선 “수소차가 국내 통신사가 의욕적으로 뛰어 들었다 접은 ‘와이브로(WiBro)’ 서비스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와이브로는 한때 LTE 대항마로 여겨질 만큼 기술적으로 주목받은 통신망 서비스였지만, 지난해 중단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요가 생겨나지 않으면 잠깐 각광받다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와 비용 등의 측면에서 수치 나열이 아닌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협력해 방안을 내놔야한다”고 했다.

2018년 10월 22일 수소버스가 울산에서 처음으로 시내 노선에 투입됐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8년 10월 22일 수소버스가 울산에서 처음으로 시내 노선에 투입됐다. [저작권자]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용차 보급 확대 현실적 … 정부 지원은 확대돼야”

상용차는 수소차 보급 확산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여건 문제로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버스·택시·화물차를 중심으로 보급을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정부와 업계 또한 이에 공감해 다양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개 도시에 수소버스 35대를 공급해 시범 운영에 나섰고, 경찰버스 등 공공부문 버스를 수소차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계획에 따라 오는 2022년 2000대로 확대하고, 2040년에는 4만대를 보급한다. 수소택시의 경우 2019년 서울에서 10대를 투입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2030년까지 내구성을 현재 20만km 내외에서 50만km 이상으로 향상시켜 보급을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2040년 최종 목표는 8만대. 화물차의 경우 올해 개발·실증을 거쳐 내년에 공공부문 쓰레기수거차, 청소차, 살수차 등에 적용하고 물류 등 민간 영역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이럴 경우 2040년 3만대가 보급된다. 현대차도 글로벌 수소차 리더십을 상용 부문으로 확장해 미래 친환경 상용차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2025년까지 상용부문에서 수소차 10종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현대차 계획이다. 제조업체를 넘어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기업’으로 전환해 대중교통을 선도하고 물류 분야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나간다는 방침인데, 중심에 수소차가 있다.

물론 자동차로 수익을 내는 상용차 시장에서 값비싸고 인프라 충분치 않은 수소차가 각광을 받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란 분석이 우세하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업계는 수소차 산업 주도를 위한 보조금 등 일관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수소차 후발국 추격을 견제하고 산업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수소차 산업을 확실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는 기한까지 일정한 정부지원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수소차 산업과 같이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서 기후변화 대응이라는 공공성과 부가가치 제고 가능성이 높지만 대규모 초기 투자가 불가피한 산업은 시장기능 작동이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 시장 형성과 생산 능력 확충을 위한 정부 지원이 불가피하다. 특히 수소버스의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전혀 없고 1㎞당 4863kg에 이르는 공기를 정화함으로써 미세먼지를 감축시키는 가능까지 있어 전기버스에 우선해 정부 지원을 확대해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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