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교통지옥 된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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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교통지옥 된 춘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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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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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년만에 개편…환승센터 도입, 시내와 읍·면노선 분리
"집 가는 버스 사라져", "차 없어 서러워" 시민불만 폭주

 

[교통신문]【강원】“차가 없어서 고통스럽고 서럽네요. 버스 노선도 단조롭고, 대체 왜 이런 환승 체계를 만든 건지도 모르겠고요. 시내버스를 한 번도 안 타보고 노선을 개편한 것 같아 화가 납니다.”

강원 춘천시 운교동에 사는 박모(52)씨에게는 요즘 따라 학곡리 요양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그렇게 멀고도 험할 수가 없다. 지난해 11월15일 춘천시가 56년만에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서너 개는 있었던 학곡리행 노선을 하나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배차 간격이 크게 벌어졌고, 타더라도 한참을 돌고 돌아갔다. 시민 불만 폭주에 춘천시가 새해 들어 옛 9번 노선을 15번으로 번호를 바꾸어 부활시키면서 학곡리행 노선이 두 개로 늘었으나 개선이라기보다는 회귀에 가깝다.

박씨는 "공무원들이 버스도 한번 안 타보고 노선을 개편한 것 같다. 그야말로 탁상행정이 아니냐"며 "차가 없어 어머니를 만나러 가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서럽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춘천시가 시내버스 노선을 전면 개편한 이후 시민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중교통 천국'을 만들겠다는 바람과 달리 시민들은 되레 '교통지옥'을 만들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번 버스 노선 개편의 핵심은 '환승센터 도입'과 '시내와 읍·면 노선 분리'다.

시내는 간선·지선으로 노선을 나누고, 읍·면은 25인승 마을버스를 도입했다. 기존 노선 89개를 시내 18개, 읍·면 30개 등 48개로 축소한 대신 환승센터를 구축해 더 빠르고 간편한 버스 이용을 꾀했으나 현재까지 시민들 반응을 보면 '실패'에 가깝다.

시는 기존 비효율적인 버스 운행 개선과 배차 시간 단축을 기대했으나 이용 빈도수가 높은 노선이 폐지되거나 읍·면 지역은 노선이 대폭 줄었고, 대기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민의 발은 헛발질을 하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용객 편의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수익성만 좇아 비수익 노선을 없앤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학업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에게도 버스 노선 개편은 '뜨거운 감자'다. 애막골에 사는 고등학생 고모(17)양은 부모님이 맞벌이인 탓에 대중교통에 의존해왔으나 최근 부쩍 택시를 타는 일이 잦아졌다. 학교 가는 버스가 2대에서 1대로 줄어든 데다 배차 간격도 길고, 하차장도 학교에서 한참이나 멀어졌다.

이처럼 불편과 혼란이 이어지자 춘천시는 1월1일부터 노선을 일부 조정했으나 시민 불편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분위기다.

시민 이모(43)씨는 "또다시 개편되면서 하루아침에 직장에 가는 노선이 사라졌다"며 "대체 노선도 없이 부분 조정을 해버리면 어떡하나"며 황당한 기색을 내비쳤다. 박모(18)양은 "배차 간격을 개선하겠다고 했으나 솔직히 별 차이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게다가 강원대학교를 관통하는 청춘노선은 절반이 줄어 "결국 예전과 같아졌다", "그냥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할 듯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시 관계자는 "최대한 시민 목소리를 반영해 일부 노선을 조정했으나 불가피하게 피해를 보는 분들이 계신 것 같다"며 "민원접수 등으로 지속해서 시민 목소리를 듣고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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