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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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특집] 교통산업 일자리, 무엇이 문제인가- 택시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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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택시 시험 보는 인원 크게 늘어…서울서만 1만명 접수
택시 회사는 여전히 인력난에 ‘허덕’…가동률 50%대 밑돌아
“실수요자 적고 입사해도 1년 이내 퇴사하는 사람 많은 탓”
택시업계, 청년 고용 대책 내놨지만 재정 지원 못 받아 실현 못해
지난해 고용 장려금 지원대상에 편입, 6천명 고용 여력 있어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택시업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의 질 낮은 일자리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 또 최근에는 곧 상용화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자동차 자율주행기술의 영향으로 이르면 수 년 내 ‘사라질 직업’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 이례적으로 택시 자격 시험을 응시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 서비스의 주체는 다름 아닌 택시 운수종사자다. 택시 서비스의 질이 좋고 나쁨을 따지기 전에 먼저 택시 운수종사자가 충분해야 택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고, 서비스 개선도 도모할 수 있다.

최근 택시 자격시험 응시자가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시험 응시자가 늘어났다면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택시 회사의 사정은 조금 나아졌을까.

▲ 지난해 서울 택시 시험 응시자 9천명...전년보다 3천명 늘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택시가 운행되는 서울 지역의 경우 지난해 택시 자격시험 응시자가 약 1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접수자 기준)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3일까지 택시운전자격시험에 응시한 사람은 총 8309명(접수자 9030명)으로 2018년 전체 응시자 5845명(접수자 6329명)보다 약 2500명이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모든 연령대 응시자가 골고루 늘었다. 2018년 20대 응시자는 127명이었으나 지난해는 189명으로 62명 늘었고, 30대는 2018년 554명에서 지난해 688명으로 134명 늘었다.

40대도 1360명에서 1808명으로 500명 가까이 늘었고, 50대는 2364명에서 3307명으로 1000명 가까이 늘었다. 고령층에 속하는 60대 이상도 2018년 1440명에서 지난해 2317명으로 900명 넘게 늘어났다.

시험 응시율은 2018년과 지난해 모두 약 92%대로 비슷했다. 다만 시험 합격률은 2018년이 75.86%로 지난해 72.49% 보다 약 3%p 정도 높았다.

▲ 카카오 벤티, 마카롱택시 등 월급제 택시로 관심 높아져

택시 자격 시험 응시자가 크게 늘어난 이유는 무엇일까. 택시업계는 1997년 IMF 외환위기 등 국내 경제가 큰 어려움에 처했을 때 실업자들을 대량 흡수해 국가적인 실업 문제 해결에 완충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응시자가 늘어난 이유가 지난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이 경제적 상황이 좋지 않아 실업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지난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전년 기대 전망치인 2%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1997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국제 금융위기 때와 같은 범국가적인 경제 위기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응시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여러 이유가 있지만, 내년부터 택시 월급제가 시행되는데다 카카오T 벤티 등 이미 월급제로 운영되는 택시가 등장하면서 택시 자격 시험 응시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카오T 벤티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대형택시다. 지난달 11일부터 서울 지역에서 100여대로 운행을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 8월부터 벤티를 운전할 기사를 모집해왔다. 성별이나 연령 상관없이 1종 보통 면허만 소지하고 있으면 지원이 가능한데다 기준 근무일 충족 시 260만원 정도 월급을 보장 받아 기사 모집에 3000명이 넘는 인원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 실제 유입 비중은 응시자 25% 수준...80%가 조기 퇴사

문제는 택시 시험 응시자가 늘어나도 택시 회사에 실제로 유입되는 기사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비록 택시 자격시험 응시자 인원 증가가 일부 월급제 택시를 바라보고 오는 사람들에 의해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렇다.

택시 자격시험을 주관하는 조합은 응시자 중 1/4 정도만 실수요자로 파악하고 있다. 1만 명이 자격 시험을 치뤘다면 이중 2500명 정도만 실제 택시업에 뛰어들기 위해 시험을 봤다는 의미다. 그나마 실수요자에서 최종적으로 택시회사에 취업한 인원은 더 적다.

조합에 따르면, 2018년 신규 택시운전자격 취득자 4434명 중 택시 취업자는 1244명으로, 3190명은 취업하지 않았다. 그나마 취업자 40%(497명)은 이미 퇴사했다(2019년 1월 기준) 택시업계 1년 이내 퇴사자 중 95.8%가 200일 이내 퇴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78.3%가 입사 100일 이내, 17.5%가 200일 이내 퇴사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택시 자격시험 응시자는 늘어도 운수종사자는 여전히 부족한 현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가동률도 매년 하락하고 있다. 

▲ 가동률 50% 이하로 하락...운수종사자 2만명 부족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법인택시회사 가동률은 49.4%(2019년 10월 기준)으로 2016년 59.0%, 2017년 55.4%, 2018년 50.7%으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운전자수도 2015년 3만6762명에서 2019년 10월 3만694명으로 줄어 이제 겨우 3만명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다.

서울택시업계는 총 면허 보유 대수가 2만2600여대 달하는 점을 감안해 필요한 운수종사자는 5만2000명으로 보고 있다(택시 1대당 약 2.3명 필요).

하지만 현실은 약 2만여 명의 운수종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택시업계는 이 같은 가동률 하락 문제를 맞아 백방으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업계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 청년 신규 입사자 지원 대책 내놨지만 재원 마련 못해

지난해 서울택시업계는 25세이상 36세미만 청년 신규 택시 취업자에 한해 기준운송수입금을 낮추는 방안을 추진했다. 신규 입사자의 80%가 영업 노하우를 익히기 전에 지리 미숙과 기준금 압박 등의 사유로 조기 퇴사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다.

구체적으로 취업 1~4개월 동안은 일 3만원, 5~8개월 일 2만원, 9~12개월은 일 1만원씩 기준금을 감면해 1년 총 624만원의 소득 혜택을 주자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못했다. 택시업계는 정부가 지원하는 중소기업 청년 추가고용 장려금 사업을 통해 필요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신청일 기준 시점보다 근로자수가 증가해야 한다는 고용노동부 세부 지침에 걸려 계획이 중단됐다. 고용노동부 등 정부 관계 부처에 호소문을 보내 제도 개선을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 관계자는 “택시 운수종사자가 잦은 이직을 하고 기피대상 업종으로 인식되는 한 택시경쟁력 확보와 서비스 개선은 요원하다”며 “운수종사자가 증가하면 출퇴근 및 심야시간대 택시 공급 부제 문제가 해결될 수 있고 경영 정상화로 대시민 서비스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택시업계는 업계 자체적인 노력과 정부의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되면 약 6천명 정도의 고용 여력이 생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시험 합격해도 범죄 조회 절차 2~3주...“기간 단축 해야”

택시 자격시험 응시자가 늘어남에 따라 취업 제도 및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택시 자격 취득 절차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운전적성정밀검사를 받고 각 시도 운송사업조합에서 택시운전 자격시험(필기)을 치른 뒤 신규 채용자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 증명을 발급받는 순서로 이뤄진다.

서울택시조합에 따르면, 매주 금요일 오전 필기 시험이 치뤄진다. 1회 시험 정원은 204명이다. 시험 신청 접수자가 많아 당장 신청해도 2~3주 후에나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조합 관계자는 (필기 합격 후) 신규 교육을 마쳐도 경찰청의 범죄 조회 절차로 2~3주간의 시간이 더 지체되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택시 시험을 치르는 사람들은 생계 문제 등으로(시험 합격 후) 2~3주간의 기간도 마냥 기다리기 어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범죄 조회 절차가 신속히 이뤄져야 합격 이후 다른 직업으로 이탈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택시업계는 올해부터 시행되는 전액관리제와 내년 택시월급제 등으로 경영 압박이 점점 더 커지는 상황에 있다. 비단 일자리 창출 때문이 아니어도 정부의 적절할 지원 대책이 없으면 택시 산업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카카오모빌리티가 서울 지역의 택시회사 9곳을 인수한 배경에도 택시 사업주들이 지속적인 회사 경영에 부담을 받는 대신 차라리 회사를 인계하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택시업은 성장유망업종에 해당하지 않아 고용 장려금 지원대상에서 빠졌으나 지난해 고용노동부 시행지침 개정으로 지원대상으로 편입됐다”며, “청년 일자리 창출과 택시 서비스 개선이라는 두 가지 공익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서라도 정부가 업계를 적극 지원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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