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양쪽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택시 전액관리제’…“실익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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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 양쪽 모두로부터 환영받지 못하는 '택시 전액관리제’…“실익없어”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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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기준운송수입금(사납금)만 높아졌다”

“전액관리제는 말 그대로 택시운수종사자가가 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정부가 단순 수납 차원을 넘어 임금 지급 방식까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택시 전액관리제를 놓고 노사 양쪽 모두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동자인 운수종사자는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기준운송수입금이 올라 오히려 근로조건이 나빠졌고, 사업자는 정부가 단순 전액관리제를 관리·감독하는 것을 넘어 노사간 합의한 사항인 임금 지급 체계까지 문제 삼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택시 전액관리제란 택시기사가 근무시간 동안 택시요금미터에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근무 종료 당일 회사에 수납하는 것을 말한다.(여객자동차법 제21조 제1항) 지난 1997년 9월 처음 법제화됐지만 그동안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사실상 사문화 됐다.

서울의 경우 디지털운행기록계(DTG) 의무 설치로 택시 운송수입금 확인시스템 구축이 완료된 지난 2012년 12월부터 전면 시행이 추진돼 왔지만 여전히 대다수 운수종사자들이 기준운송수입금을 초과하는 수입을 유용하는 관행이 존재해 왔고, 택시 회사도 퇴직금 및 세금 상승 등의 비용 부담을 피하고자 이를 용인해 왔다.

이 같은 전액관리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선 건 그동안 행정기관 내부의 사무처리지침에 불과했던 전액관리제에 관한 시행 요령이 지난해 8월 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법률로 상향 입법돼 지난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면서다.

“운송사업자는 운수종사자가 이용자에게서 받은 운임이나 요금의 전액을 그 운수종사자에게서 받아야 한다"는 전액관리제 기본 방침은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이번 법 개정으로 ‘요금미터기에 기록된 운송수입금의 전액을 운수종사자의 근무종료 당일 수납’하고, ‘일정금액의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여 수납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세부 시행 지침이 신설됐다.

하지만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이 같은 전액관리제는 사용자는 물론 노동자인 택시기사들부터도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전액관리제 도입 취지가 ‘택시 운수종사자들의 처우 개선과 국민에 대한 양질의 택시서비스 제공에 이바지하기 위함’임을 고려하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전액관리제 반대 청원이 올라와 관심을 모았다.

자신을 인천에서 법인택시를 하는 기사라고 소개한 한 청원인은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월 사납금이 30~50만원 정도 더 늘었다며 노동자는 득이 없이 실만 있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정부 담당자는 제발 탁상행정 하지 말고 택시노동자를 만나보시든지 사업장을 점검해보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비판했다. 이 청원에는 10일 현재 1000명이 넘는 인원이 공감을 표시했다.

서울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임금단체협정을 통해 전액관리제에 따른 성과급형 월급제를 도입하면서 월 기준운송수입금을 약 70만원 가량 인상했다.(※ 이에 대한 사업자 측 주장도 만만치 않다. 핵심은, (서울의 경우) 기준운송수입금 인상과 비례해 기본 임금이 전년대비 60만원 이상 올랐고 4대 보험 등 기본 임금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사업자의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다.)

반면 택시 사업자 측은 전액관리제 시행을 운수종사자가 벌어들인 수입 전액을 받아 회사가 관리하는 것까지만 의무로 보는 시각이 대체로 강하다. 수납된 운송수입금 배분에 관한 규정은 이후 노사간 합의에 따르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도 ‘운수종사자의 임금체계 및 근로조건과 관련된 것은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란 노사 간에 자율적인 협의’로 결정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택시노조가 “전액관리제 시행을 앞두고 이름만 바꿔 기준금을 대폭 인상하는 협정을 남발하고 있다”며 각 시도 지자체는 관계기관과 택시사업장을 조사하라고 주장하자 이에 국토부가 “관련 지침을 만들어 지자체와 합동 실태 조사를 실시해 불법 사항에 대해 엄정 처분하겠다”고 밝혀 택시업계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국토부가 통보한 전액관리제 지침은 '일 단위 기준액 외에도 주 또는 월 단위 기준액을 정해 기준액 미달시 급여에서 공제하거나 금전을 부담시키는 등의 불이익 처분을 하면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성과급여 지급 방식에 대해서도 '실적에 따라 정액금여를 삭감하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어떤 형태든 운송수입금 기준액을 정하는 임금 체계는 불법으로 여겨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운송수입금은 회사의 관리·감독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택시 영업 특성상 운수종사자가 적극적인 영업 의사가 있었는지 알 수 없는 현실 등을 반영해 오랜 기간의 진통 끝에 노사간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임금) 기준”이라며 “정부는 운송기록시스템 등의 보급으로 근로 감독이 가능해졌다고 하나 이는 사후적으로 단지 운행을 했는지 여부 정도만 파악하는데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전액관리제 시행으로 이전보다 급여가 줄어든 것에 불만을 가진 베테랑 기사들이 개인택시를 하겠다고 나간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전액관리제 시행 이후 사업자뿐 아니라 노동자 측 양쪽 모두에게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옴에 따라 현실에 맞게 제도의 수정·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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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2020-01-12 18:47:04
기자님!

운수여객법/근로기준법 참고 및 필독하시어 전액관리제에 대한 기사를 올렸으면 합니다.

국토부 가는 방향을 잘 보시길 기원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