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쌍용차의 자구노력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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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쌍용차의 자구노력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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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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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최근 자동차 분야의 합종연횡은 상상을 초월할 지경이다. 자율주행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기술 트렌드에 맞춰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IT 기업과의 연대 및 인수합병이 활발하고, V2X(Vehicle to Thing(X))와 같은 차량-인프라 통신을 위해 상이한 산업 분야 사이에서도 협력 체결이 활발하다.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다양한 중소 전기차 개발사들을 위해 모터·배터리·차대가 결합된 공동 플랫폼을 제공하기도 하고, 며칠 전에는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푸조시트로엥그룹이 합병하면서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가 탄생하기도 했다. 격변하는 산업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고, 고효율·저비용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기업들의 필사적인 노력들이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그룹 역시 ‘앱티브’라는 세계적인 자율주행 기업에 20억 달러를 투자하여 레벨 4 수준의 완전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형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최근 쌍용차 노조의 대처는 참으로 의미 있게 느껴진다. 2019년 한 해 동안 4분기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판매대수가 연간 10만대 이하로 급감하고 있어 신차개발 등의 여력이 소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여금 200% 반납, 임직원 무급휴가 등과 같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을 하고 있다. 과거 격렬한 폭력시위, 공장점거, 공장폐쇄, 연속되는 자살사건과 같은 아픈 과정을 겪었던 노조와 경영진의 상생을 위한 협력과 대화하는 자세는 감동적이다.

노조 위원장이 대주주인 마힌드라 경연진에게 직접 이러한 상생의 의사를 전달했고, 마힌드라 역시 2300억원의 신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국내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추가지원을 단서로 달고 있지만 희망이 엿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마힌드라그룹과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포드를 통한 신차 판매 지원, 중국의 유력한 전기차 회사를 통한 기술 제휴 및 위탁 생산 등도 거론되고 있어 2020년에는 쌍용차가 도약하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하고 필사적인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는 기업들의 생존전략과 이런 과정을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기술과 우수한 상품의 공급, 대규모 일자리 창출 같은 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힘이 아닐까? 국가가 집단적으로 강제하는 일률적인 계획 따위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괴물 같은 돌파력,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생존력, 과도할 정도의 혁신 등이 자본주의의 긍정적인 특성일 것이다. 요약하자면,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장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기술개발과 경쟁만이 끝없이 성장하는 기업들의 필수적인 생존 비결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긍정적인 방식과는 다른 길도 존재한다. 창조적인 기술개발과 혁신적인 생산기술과 비슷하면서도 정반대의 길이 존재한다. 과연 어떤 길일까? IMF 이후 20년 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용어들을 살펴보면 어떤 길인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비용절감, 구조개혁, 벤치마킹…이상하게도 ‘창조적인 기술혁신’, ‘천재적인 신기술’과 같은 용어들과는 어감이 다르지 않은가? 당장 어려우니 인력도 자르고 비용도 줄여야 한다는 명분 아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위험하고 어려운 일은 외주 처리하며, 하청업체의 납품가를 후려치고, 중소기업의 신기술을 탈취하고 우수 인력도 빼가는 등의 행태가 모두 이러한 사고방식의 결과일 것이다.

쌍용차의 노조와 경영진이 이뤄가는 상생의 행보에 이런 삐딱한 시각을 들이대는 것은 분명 무리겠지만, 과거 한국 사회를 지배해 왔던 신자유주의의 퇴행적인 일들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회가 위기’라는 말은 진부하지만 진실의 측면이 분명 있다. 따뜻하고 편안한데 누가 혁신에 나서겠는가. 위기 상황이니까 아프고 추워도 기를 쓰고 뛰어가고 궁리해서 마침내 놀라운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 아닐까.

자동차 기술이 급변하고 관련 산업 전체가 재편되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수준 높은 상품과 기술을 쌍용차가 자랑스럽게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눈앞의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절박하지만 안타까운 노력을 뛰어넘는, 기적에 가까운 기술혁신만이 해답임을 이미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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