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영국 어라이벌社에 1290억원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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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영국 어라이벌社에 1290억원 투자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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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 전기차 분야 글로벌 리더십 제고
유럽 전략형 밴·버스 등 상용차 개발
물류업체와 카헤일링 등 업체에 공급
“이번 협력 통해 PBV 개발 기반 갖춰”
(사진 좌측부터) 어라이벌의 아비나시 러구버(Avinash Rugoobur) CSO,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CEO,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이인철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좌측부터) 어라이벌의 아비나시 러구버(Avinash Rugoobur) CSO, 데니스 스베르드로프 CEO,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이인철 부사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가 전기자동차에 대한 개발 방식 혁신과 시장 선도 역량 확보에 나선다. 현대·기아차는 영국 상업용 전기차 전문업체 ‘어라이벌(Arrival)’에 1290억원 규모 전략 투자를 실시하고, 도시에 특화된 소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 전환을 가속화 하는 동시에 전기차 개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양측은 협업을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 친환경 상용 전기차를 유럽에 우선적으로 선보이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유럽 상용 전기차 시장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16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옥에서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과 데니스 스베르드로프(Denis Sverdlov) 어라이벌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투자 및 전기차 공동개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설립된 어라이벌은 밴(Van)과 버스 등 상용차 중심 전기차 개발 전문 기업으로, 본사가 위치한 영국 이외에 미국·독일·이스라엘·러시아 등에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어라이벌 강점은 모듈화된 구조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와 구동모터를 표준화된 모듈 형태로, 스케이트보드 모양 플랫폼에 탑재하고 그 위에 용도에 따라 다양한 구조 차체를 올릴 수 있는 구조를 뜻한다.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위에 이용 목적에 따라 고객 맞춤형으로 제작된 자동차 상부를 조립하는 ‘레고 블록’ 같은 단순화된 제조 방식이다.

전기차 가격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배터리와 구동부품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여러 차종에 공유함으로써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플랫폼으로 개별 고객 요구에 최적화된 맞춤형 차종 제작이 가능해 차량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현재 어라이벌은 기술을 활용해 제작한 화물 운송용 밴을 투입해 유럽 내 다양한 물류업체와 시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계약 체결로 현대차(8000만 유로)와 기아차(2000만 유로)를 합해 총 1억 유로가 어라이벌에 투자된다.

투자와 함께 현대·기아차와 어라이벌은 전기차 전용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반 중소형 크기 유럽 전략형 밴과 버스 등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에 나선다. 어라이벌 특화된 모듈형 전기차 플랫폼 기술과 현대·기아차 대규모 양산차 개발 역량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적인 온라인 시장 급성장에 따라 소화물 배송을 위한 도심 내 차량 진입은 증가하고 있는 반면, 환경 규제는 강화되고 있어 상업용 친환경 차량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물류 운송용 글로벌 소형 전기 상용차 시장 규모가 올해 31만6000대 수준에서 2025년 130만7000대로 매년 33%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유럽은 2021년까지 연간 개별 자동차 업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기존 km당 130g에서 95g으로 약 27% 강화한다. 이산화탄소가 1g 초과 시 대당 95유로 패널티가 부과되는 등 세계 최고 수준 환경 규제 도입이 예고돼 있다. 현대·기아차가 우선적으로 유럽 전략형 상용 전기차 개발을 위해 어라이벌과 협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대·기아차는 유럽 내 물류업체에 밴과 버스 등 상용 전기차를 공급하는 동시에 카헤일링 또는 수요 응답형 셔틀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빌리티 업체에도 소형 전기차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가 최근 개발 계획을 밝힌 전기차 기반 ‘목적 기반 모빌리티(PBV)’ 역시 ‘스케이트보드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차량 용도에 따라 다양한 콘셉트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현대차는 올해 초 CES에서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솔루션 중 하나로 PBV를 제시했고, 기아차도 지난 14일 ‘CEO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공유 서비스 업체와 물류 업체 등에 공급할 PBV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상용차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개념도(이해를 돕기위해 별도 제작된 이미지)
현대상용차 전기차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개념도(이해를 돕기위해 별도 제작된 이미지)

상용 전기차 분야에서 어라이벌과 협력함으로써 현대·기아차는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와 수소 전기를 활용한 ‘투 트랙’ 전략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현대차는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에너지’와 손잡고 합작법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했고, 지난 3일 시범사업을 위한 수소전기트럭을 처음 유럽에 수출한데 이어 2025년까지 총 1600대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사장은 “유럽은 환경규제 확대로 인한 친환경차의 급속한 성장이 기대 되는 시장이다. 어라이벌과 상용 전기차 공동 개발을 통해 유럽 시장을 필두로 글로벌 친환경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영조 현대·기아차 전략기술본부 사장 또한 “이번 투자는 현대·기아차가 추구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전략 일환으로, 앞으로도 급변하는 친환경차 시장 대응을 위해 어라이벌과 같은 기술력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업을 가속화해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하겠다”고 했다.

데니스 스베르도르프 어라이벌 CEO는 “현재 시장 판도를 바꿀 차세대 전기차 제품군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품질 자동차를 선보이고 있고, 이번 전략적 협업은 우리가 전 세계에 차세대 전기차를 선보이는 것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기아차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다양한 업체들과의 협업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막(Rimac)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공동연구를 통해 글로벌 고성능 전기차 시장 주도 역량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같은 해 9월에는 유럽 최대 초고속 충전 업체 ‘아이오니티(IONITY)’에 투자하고, 유럽 내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최근에는 한국도로공사와 협약을 맺고 올해 말까지 전국 1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350kW급 전기차 초고속 충전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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