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이후 시급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대책은…‘학교 앞 주정차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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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이후 시급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대책은…‘학교 앞 주정차 금지’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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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민식이법’ 국회 통과 이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힘써야 할 점은 무엇일까?

지난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쿨존 교통안전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안전 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민식이법 통과 이후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학교 앞 주정차 전면 금지’를 꼽았다.

지난달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민식이법은 과속단속카메라 및 신호등 등 스쿨존 내 안전 시설 설치를 의무화(도로교통법)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처벌을 대폭 강화(특가법)하는 내용이다.

민식이법 통과 이후 앞으로 스쿨존에서 운전자가 어린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음주운전 또는 뺑소니 사고에 준하는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자 과실 사고에 고의범 형량을 적용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논란이 야기된 바 있다.

이날 ‘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향후 대책 추진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방재연구센터장은 “민식이법 제정 이후 과도한 형벌 기준에 대한 반대 여론이 형성되면서 재개정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며 “검찰의 구형 기준 및 법원의 양형 기준 등을 적정하게 조정해야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임 센터장은 민식이법의 문제점으로 어린이 교통안전 예산이 무인단속카메라 확충 중심으로 편중된 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올해 행정안전부가 편성한 어린이보호구역 설치 예산은 총 240억원이다. 지난해 210억원에서 30억원 증액됐다. 또한 지난해 민식이법법 통과와 함께 무인단속카메라 및 신호등 설치 예산으로 총 1030억원이 추가 증액됐다.

임 센터장은 “어린이 교통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시설 개선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지나치게 단속카메라와 신호등 설치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돼 고비용·저효율의 문제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스쿨존 밖 어린이 사고에 대한 관심이 소흘해 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8년도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34명 중 스쿨존 내 사고는 3명(9%)에 불과했고, 나머지 31명(91%)은 스쿨존 밖에서 발생한 사고로 사망했다.

임 센터장은 어린이 교통사고 제로화 방안으로 ▲보행자 면허증 취득 제도 도입 ▲스쿨존 내 횡단보도 앞 일시정지 의무화 ▲보차 미분리 도로 제한속도 20km/h로 하향 ▲고원식 횡단보도 및 보행섬 설치 ▲ 30존 법제화 등을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충분한 논의나 검토 없이 통과된 민식이법의 미흡한 점에 대해 대체로 공감을 표시하고,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이 언급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 방안은 단연 ‘학교 앞 주정차 전면 금지’였다.

대표적으로 우혜경 서울시 녹색어머니연합회 총무는 “자녀들을 안전하게 등하교 시키기 위해 학교 바로 앞까지 차를 가지고 오는 학부모들이 많다"며 "이로 인해 다른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소한 학교 정문 인근 100m 구역은 주차뿐 아니라 정차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최근 노인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어르신들이 학교 교통안전 활동에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같은 교통약자인 고령자가 어린이 교통안전 활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나이 제한 등 최소한의 기준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단속카메라 설치에 지나치게 예산이 편중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연합 본부장은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자동차 과속보다 불법주정차문제로 인한 부분이 더 많다”며 “‘과속’ 단속카메라보다는 ‘불법주정차’ 단속카메라 설치가 어린이 사고 개연성을 낮추는데 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강수철 도로교통공단 처장도 “(단순 단속 및 처벌 강화 보다) 등하교 시간대 학교 앞 자동차 통행을 금지하고 주정차 금지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도록 차량 도로폭을 줄이고 대신 인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운전자가 스쿨존에 들어오고 나간 것을 확실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시·종점 표지판을 설치하고 도로 포장도 기존 아스팔트 외 새로운 포장 방식을 도입해 인식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전자가 어린이를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는 ‘옐로카펫’ 설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송무근 대전시 교육청 안전관리팀장은 “(옐로카펫은) 도로에 페인트를 칠해놔서 눈·비가 올 때 미끄러워 아이들이 넘어질 우려가 있고, 사실상 (설치 비용) 기부자 명단 명패를 붙이는 식의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전락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윤호 안실련 본부장도 옐로카펫을 대표적인 전시행정 사례로 꼽고, 비용 대비 효과 분석을 철저히 해서 반드시 필요한 대책에 예산을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쿨존 사고예방 세미나 모습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스쿨존 교통안전 세미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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