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 강화된 신형 트럭이 든든한 도로 안전 버팀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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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 강화된 신형 트럭이 든든한 도로 안전 버팀목”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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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형트럭 첨단 안전장치 장착 보편화
시장 선도하는 현대차 노력에 시선 쏠려

[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정수현(28·서울, 국산트랙터 차주), 김동진(46·부천, 외산트랙터 차주), 안원찬(48·인천, 외산BCT 차주), 윤기만(51·서울, 국산카고 차주), 박찬석(53·안산, 국산카고 차주). 지난 15일과 16일 경기도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와 인천항 일대에서 각각 만난 이들 대형트럭 운전자에겐 공통분모 하나가 있다. 저마다 안전사고 경험이 있다는 것. 직접이든 곁에서 지켜봤든, 모두 ‘끔찍하고 아찔했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상당수 차주 “아찔한 사고 경험 적지 않다”

4년째 대형트럭을 몰고 있는 정수현씨는 지난해 초 빙판길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늦은 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국도를 달린지 얼마 안 돼 벌어진 일이었다. 정씨는 “어두컴컴해 앞이 잘 안보였는데, 갑자기 좁은 이차선 도로 가장자리에 불법 주차된 차량이 나타났다. 스티어링 휠을 급격히 반대로 돌렸는데, 도로가 전날 내린 눈에 얼어붙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큰 차가 휘청하더니 갑자기 통제 불능 상황이 됐고, 결국 도로 가장자리 구조물에 충돌했다. 차가 많이 부서졌고, 구조물까지 망가져 비용이 꽤나 들었다. 밤이라 사람이 없었던 게 천만 다행이었다”고 했다.

20년 동안 트럭을 운행 중이라는 안원찬씨는 5년 전 고속도로에서 벌어졌던 상황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했다. 점심 무렵 식곤증이 몰려올 때였다. 차량정체가 꽤나 심해 가다 서다를 1시간이나 반복했다. 이윽고 정체가 풀리자 안씨는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힘차게 밟았다. 그런데 얼마가지 못해 또 차가 밀리기 시작했다. 당장 브레이크를 밟아야했는데, 안씨는 그러질 못했다고 한다. 안씨는 “순간 딴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앞에 차가 서 있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시속 70~80km로 달리던 30톤 육중한 차가 바로 설리 없었다. 굉음과 함께 타이어에서 흰 연기가 올라올 정도로 급히 제동을 걸었지만, 결국 앞에 서 있던 SUV 차량 후면과 충돌했다. 뒷목을 잡고 운전자가 내리는 모습을 보고는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중에 TV에서 대형차가 앞에 차를 추돌하는 사고 영상을 볼 때마다 그날의 사고가 떠올라 채널을 돌린다”고 했다.

30년 가까이 건설자재 실어 나르는 일을 하는 박찬석씨에게도 달갑지 않은 경험이 있었다. 박씨는 나이 들면서 졸음운전이 많아져 문제라고 했다. 체력 문제라 여겨 운동도 해보고 잠을 충분히 자기도 했지만, 해결책이 되진 못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운전 도중 졸음을 참지 못해 차선을 이탈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킨 게 수 차례나 된다. 그때마다 뺨을 때리고 손을 꼬집었고, 졸음쉼터에 머물기도 했다. 자연스레 제대로 일하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이 힘들었다. 박씨는 “한 번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뒤에 따라오던 동료가 경적음을 크게 울리고 상향등을 켜 순간 잠이 들었음을 깨달은 적이 있었다. 가까이 휴게소가 있어 차를 세웠는데, 동료가 ‘뱀이 기어가듯 갈지자로 차가 가더라’고 말했다. 주변 차들이 전부 비껴가더란 말에 쓴 웃음을 지었다. 아내에게 이 말을 했더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언젠가 사고가 날 수도 있을 테니, 그런 내 경험이 웃을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대형차량 첨단 안전장치 의무 장착 추세

트럭과 버스 같은 대형차량 사고가 최근 몇 년 동안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차를 이용해 생계를 해결하는 트럭 운전자들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대형차량은 한 번 사고가 나면 인적 또는 물적 피해가 다른 차종보다 크다. 인명 사상 피해 비율도 높아 문제로 꼽힌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전체 교통사고에서 화물차(트럭) 사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를 넘긴다.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승용차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아울러 전체 교통사고에서 사망사고 비율이 1~2%대에 불과하지만 화물차 사고는 3~4%대에 이르러 대형사고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인식된다. 특히 트럭 운전자는 장거리 운전이 많은데다가 야간과 새벽 운행도 잦아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언트 프로 FCA 시스템 이미지
엑시언트 프로 FCA 시스템 이미지

지난 2017년 교통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차량 총중량 20톤 초과 화물 및 특수차량과 차체 길이 9m 이상 승합차는 ‘차로이탈경고장치(LDWS)’를 의무 장착해야한다. 트럭의 경우 비포장도로를 많이 달리는 덤프트럭을 제외한 대부분 차종이 대상에 포함됐다. 지난해 유예기간을 거쳐 1일부터 본격 시행됐는데, 장착하지 않은 차량이 적발되면 교통안전법에 따라 1차 50만원, 2차 100만원, 3차 150만원씩 각각 과태료가 부과된다. 차량이탈경고장치는 자동차 전방카메라, 방향지시등 스위치, 조향각 센서 등을 이용해 졸음운전 등 운전자 부주의에 인한 차로이탈 및 전방추돌을 감지해 소리 등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장치다.

‘전방충돌방지보조(FCA)’도 대형차량 안전 관련 주목받고 있는 첨단장치다. 효용성이 검증받으면서 대형트럭 생산업체가 앞 다퉈 신차에 기본 장착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첨단 안전장치를 부착하면 대형차량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건수가 약 47%, 사상자 수는 약 25% 각각 감소할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에 따르면 FCA 시스템을 구성하는 ‘긴급제동장치(AEB)’를 기본 장착할 경우 후방 추돌 사고율은 40%, 연간 교통사고 발생률은 20% 각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2022년까지 모든 차량에 AEB가 의무 장착된다.

파비스
파비스

상당수 트럭 차주 “신차 구입이 더 안전해”

최근 나오는 신차는 첨단 안전장치를 기본 장착해 문제가 없지만, 구형 차량은 안전장치를 따로 달아줘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은 만큼 운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었는데, 정부와 지자체가 국비와 지방비로 장착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해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완성차 업체와 화물 또는 버스운송사업자가 협력해 안전장치 장착을 지원하는 캠페인도 지난 2년 사이 활발히 진행됐다.

일부 대형트럭 차주는 구형 차량에 안전장치를 애프터마켓 개념으로 다는 것보다 신차를 구입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것 같다고 주장한다. 아무래도 낡은 차라 여러모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는데, 추가로 장치를 달면 차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 이들 생각이다. 반면 신차는 생산 당시부터 모든 장치가 차 운행에 최적화된 상태로 나오니 운행비용이나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이란 기대도 높게 나타났다.

김동진씨는 “2018년에 외부지원을 받아 차로이탈경고장치를 달았는데 서툴러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운행할 때마다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차가 고장이 나서 지난해 새 차를 구입했는데, 확실히 차를 만들 때부터 기본사양으로 달려서 그런지 안전장치가 정상 작동되는 것 같다. 구형을 몰 때는 연료나 배터리 소모가 많지 않을까 편견도 가졌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안 들어 좋다”고 했다.

올 뉴 마이티
올 뉴 마이티

현대차, 선제적으로 대형차에 안전장치 기본화

현대자동차는 대형차 안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기 이전부터 운행 안전에 관심을 갖고 기술 개발에 힘써왔다. 현대차는 현재 시판 중인 대형트럭과 버스는 물론 중형급 상용차에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을 탑재해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2019년) 초 대형트럭 엑신언트 상성 개선 모델로 나온 ‘엑시언트 프로’는 ‘전방 충돌방지보조(FCA)’, ‘차로이탈경고장치(LDWS)’, ‘차량자세제어(VDC)’, ‘스마트크루즈컨트롤(SCC)’을 카고와 트랙터 모델에 기본 적용됐다. ‘전자식브레이크시스템(EBS)’는 전 차종 기본 적용됐다.

5.5톤에서 13.5톤까지 다양한 화물을 적재할 수 있고, 장시간·장거리 운행이 일반적인 트럭 고객 요구를 적극 반영해 승차감과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안전성 또한 높아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준대형트럭 ‘파비스’는 제동성능을 높이고 예방 안전 시스템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최고 수준 안정성을 확보했다. 제동성능 최적화에 제동거리 단축으로 안전성을 높인 디스크브레이크를 적용했고, 전자식 브레이크시스템을 통해 급격한 조향에도 차량 전복을 방지할 수 있다. 기존 일부 대형트럭에서만 가능했던 ‘전방충돌방지보조(FCA)’, ‘차로이탈경고(LDW)’, ‘후방주차보조(R-PAS)’ 같은 다양한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선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준대형과 대형트럭뿐만 아니라 중형트럭 안전도 강화됐다. 메가트럭과 메가와이드에는 경사로에서 정지했다가 차량을 다시 출발시키려고 할 때 뒤로 밀리지 않도록 제동 압력을 통해 일시적으로 차량을 잡아줘 뒤로 밀림 없이 언덕길에서 출발이 가능한 ‘언덕길주행보조(EHAC)’가 기본 적용됐다.

지난 2015년 17년 만에 완전히 바뀐 모습으로 거듭난 ‘올 뉴 마이티’ 역시 언덕길에서 출발할 때 뒤로 밀리지 않도록 ‘언덕길주행보조(EHAC)’를 갖췄고, ‘차선이탈경보장치’와 차량 미끄러짐 또는 전복 경향을 감지해 자동으로 차량 자세를 안정화시키는 ‘차체자세제어장치(VDC)’ 등이 적용됐다.

사실상 국내에서 국산과 외산을 통틀어 유일하게 중형부터 대형까지 트럭 풀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는 안전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를 전 차종에 적용시킴으로써 화물업계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종을 시장에 내놓은 것은 물론, 괜찮은 성능과 최고 수준 AS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는 까닭에 거센 외산차 공세에도 현대차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다. 시장을 이끌고 있는 현대차가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면, 그만큼 전국 도로에서 화물차 사고도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남양기술연구소 주행시험장을 돌고 있는 엑시언트
남양기술연구소 주행시험장을 돌고 있는 엑시언트

AVM과 DSW 등 새로운 안전장치도 눈길

향후 안전과 관련해 기대되는 새로운 시스템도 눈길을 끈다. 현대차가 이 분야에서도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출시된 하독스 믹서차량에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AVM)’ 시스템을 적용했다. 사각지대를 해소시킴으로써 사고 예방은 물론 운전자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정치다. 4채널 풀 HD급 제품이 장착돼 있는데, 고객이 요구하면 8채널까지 확장시킬 수 있다. 영상을 녹화할 수 있는 점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영상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DVR 시스템이 적용돼 사고가 났을 때 과실 여부를 자체 확인할 수 있다. 운전자가 다양한 도로 환경에서 안전하게 차량을 운행하고, 차량 파손이나 인명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는 수소버스에 최첨단 안전기술 ‘운전자 상태 경고시스템(DSW)’이 시범 적용됐다. 운전자 얼굴을 실시간 모니터링 함으로써 운전 부주의 상황을 판단하고 차량이 운전자에게 직접 경고까지 하는 시스템이다. 국내 최초로 상용차에 도입된 DSW는 운전석 계기판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와 경고 장치를 기반으로 작동된다. 차량은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 얼굴에서 파악할 수 있는 정보인 ‘눈 깜빡임’과 ‘하품’, ‘눈 감음’ 횟수와 시간을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운전자 피로도와 졸음운전 여부를 판단해 경고 메시지를 보낸다. 운전자가 일정 시간 동안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지 않고 운전하면 경고를 주는 ‘전방주시 태만 경고’ 기능도 탑재됐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와 연동시켜 운전자에게 효과적으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도 있다. 향후 충분한 검증을 거쳐 상용차 전반으로 장착이 확대될 전망이다.

현대차 상용사업본부 관계자는 “대형트럭 등에 적용된 첨단 안전장치는 운전자 실수를 줄여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또한 운전자 부주의로 발생되는 교통사고를 현저히 낮춰 인명 피해는 물론 연간 수 십 조원에 달하는 금전적 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AVM이나 DSW 같은 새로운 장치 또한 최근 졸음운전이나 주위태만 같은 상용차 운전자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미래 상용차 안전운행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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