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공학’ 위상 앞으로 더 높아질 것…교통선진국 되려면 전문가 역할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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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공학’ 위상 앞으로 더 높아질 것…교통선진국 되려면 전문가 역할 확대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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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태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인터뷰
오영태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오영태 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유명한 덕수궁 돌담길에 가면 일반적인 직선형 도로 대신 갈 ‘지(之)’자의 지그재그 도로가 펼쳐진다. 보행자 중심의 안전한 도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차량 속도와 통행량을 줄이는 ‘교통정온화’ 기법이 도입된 것이다. 교통정온화 기법은 크게 보행자 우선 도로를 지정하고 차량 제한 속도 단속을 하는 ‘규제에 의한 교통억제 기법’과 덕수궁 돌담길 같이 지그재그 도로 또는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물리적 교통억제 기법’으로 나뉜다. 이처럼 교통공학은 우리 주변 일상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물론 교통공학은 교통‘안전’뿐 아니라 교통계획에서부터 교통운영까지 매우 다양한 분야가 융·복합적으로 형성된 학문으로,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쉽지 않다. 

오영태 아주대 교통시스템학과 교수는 국내 1세대 교통공학자다. 국내 대학에 교통공학과가 처음 신설된 것은 1988년도(한양대학교)다.  오 교수는 아주대 내 교통공학과가 처음 생긴 1992년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27년째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그렇다고 그동안 오 교수가 상아탑 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국교통연구원 교통안전연구실장, 대한교통학회 회장 등을 역임한 뒤 지난 2014년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대학교수로서 민간 전문가가 공단 최고 경영자에 오른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 20일 오 교수를 그의 교수실에서 만나 최근 이슈인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문제부터 전공인 교통공학에 관한 부분까지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나눴다. 많은 얘기가 오간 가운데 그는 앞으로 교통공학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가 교통전문가를 어떻게 양성하고 적재 적소에 쓸 것인가에 앞으로의 우리나라 교통 전반의 발전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 2017년 말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다시 학교(아주대학교 교통시스템공학과)로 복귀하셨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공단 이사장 임기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와 2018년 4월부터 산학부총장을 맡아 학교 산학업무를 총괄하는 직을 수행했습니다. 산학협력에 따른 기술 이전 및 개발은 국내 경제에 크게 기여를 할 수 있고 실제로 선진국에서는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개발이 활성화돼 있습니다.

그래서 산학부총장으로서 대학에서 기업에 기술 이전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고, 바이오·제약 분야에서는 100억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지난해에 다시 평교수로 돌아와 후학 양성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이 가르치시는 ‘교통시스템공학’에 관해 묻겠습니다. 구체적으로 교통시스템공학이란 무엇이며, 실제 교통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습니까

교통시스템공학은 크게 교통운영과 교통계획 분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교통운영은 신호제어시스템, ITS(Intelligent Transport Systems·지능형 교통 체계)등의 교통현장에 적용되고 있고, 현재 시행되는 대부분의 교통안전 정책도 교육과정에 포함돼 있습니다.

반면 교통계획분야는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시설의 타당성 조사 등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특히, 교통수요 예측은 교통 시설 설치 타당성의 제일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처럼 교통시스템공학은 교통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실용적인 학문입니다.

- 교통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체감할 수 있는 교통시스템공학의 구체적 사례는 어떤 것이 있나요

제가 미국 뉴욕에서 교통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는데 100년이 훌쩍 넘은 뉴욕 지하철은 처음 설계 때부터 완행과 급행 노선을 만들어 현재는 독립 노선으로 달리는 노선도 있고, 출퇴근 시간에만 급행으로 운행하는 노선도 있는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훨씬 늦게 만들어진 우리나라 지하철의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승객 혼잡 문제를 보면 얼마나 (사전) 교통계획이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지하철은 환승 문제도 심각한 편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 지하철은 서로 다른 노선 간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환승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1분 이내 환승이 가능하지만 우리나라는 환승 동선이 매우 길고 복잡해 불편함이 큽니다.

최근 해외 출장을 가려고 고속터미널역에서 지하철 급행을 타고 김포공항역까지 30분 만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내려 공항 티켓 부스까지 가는데 20분 정도 걸린 적이 있었습니다. 또 제가 자주 이용하는 동탄역의 경우 역에서 내려 주차장까지 올라오는데 10분 이상 소요됩니다. 앞으로 점점 대심도 도시철도가 많아질 텐데 고속으로 이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처음부터 설계를 제대로 해 환승의 불편함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 교통안전(공학)으로 주제를 좁혀 보겠습니다. 2018년 집필한 저서, <첨단 교통안전공학>에서  “지금까지 교통안전공학은 건설 중심의 양적 성장에 집중해 온 정부의 정책에서 후순위에 밀려나 있지만 앞으로 교통안전 분야의 가장 중요한 업무로 부각될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교통안전 분야에서 교통안전공학 위상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제는 도로 등 교통시설 건설 중심의 정책에서 교통운영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고 특히 교통운영 중 효율성보다는 앞으로 교통안전에 더 중점을 둘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실제로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최근 대표적인 교통안전 정책으로 추진되는 5030정책은 공단 이사장 시절부터 주장해온 것입니다. 도시 지역 제한속도는 60Km/h 이하로 조정하고 보행자가 많은 도심은 50km/h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인데 이제 전국 도시에 점차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첨단교통안전공학’에서 말했듯이 앞으로 교통안전 대책 4E(Education교육, Enforcement단속, Engineering시설, Enhanced Vehicle 첨단안전차량) 중 첨단안전차량의 보급과 특히 택시 등 상업용 자동차에 ADAS(첨단운전지원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부착하게 하면 교통사고 감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로 생각합니다.

- 최근 국내 교통안전 주요 이슈들을 살펴보면 ‘민식이법’이나 ‘윤창호법’ 등 교통사고로 안타깝게 숨진 피해자 소식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 이를 계기로 정부나 국회에서 서둘러 교통 단속이나 처벌 수준을 강화하는 패턴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요즘 이같은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급진적인 법 강화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 점진적인 법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쿨존 교통안전 문제로 한정해서 살펴보면, 주로 스쿨존은 차량 속도를 30Km/h 이하로 제한하는데 문제는 제한 속도 표지판 하나만 세워놓고 차량이 물리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도록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깊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겨우 과속방지턱을 설치하거나 무인 과속 단속 카메라를 설치하는 정도입니다.

- 그렇다면 실효성 높은 스쿨존 사고 예방 대책을 펼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단지 제한 속도를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교통정온화 기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합니다. 가령, 도로 폭 자체를 좁게 만들어 학교 앞 주정차 문제를 차단하든지 도로 설계를 지그재그로 바꿔 속력을 내지 못하게 하는 보다 근본적인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그리고 스쿨존으로 지정되면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차량 제한 속도가 30Km/h 이하로 묶이는데 선진국의 경우 스쿨존 속도 제한을 전 시간대에 적용하지 않고 등하교 때 등 학생들 활동이 많은 시간에 점멸 플래시 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스쿨존 구역과 속도 제한 시간대임을 알려줌으로써 도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어쨌든 우리나라 교통안전 지표는 점점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앞으로 정부나 지자체가 중점을 둬야 할 교통안전 업무가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기본적으로 교통안전 업무는 지자체가 교통 현장에서 다루는 업무입니다. 그러므로 관련 공무원의 전문성이 요구되는데 교통안전 전문가를 각 시·도 지자체에 둠으로써 그에 관련 예산 마련 및 집행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단에 있을 때 지자체 교통안전사업을 많이 시도했는데 해당 지자체 공무원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으면 그 업무를 직접 맡아서 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해당 지자체의 교통안전 수준을 증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중앙정부차원에서 관련법을 정비해 의무적으로 각 시·도가 교통안전 전문가를 고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교통안전 업무를 다루는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지자체 공무원의 전문성은 어떻게 키울 수 있는지, 만일 외부 수혈이 필요하다면 어떤 방안 등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교통전문직 직제가 있지만, 일부 대도시 지자체에만 최소한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것도 교통행정 전반 업무이지 교통안전 업무을 지정하지 않고 있어 전체적으로 조직 체계가 미흡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가급’, ‘나급’으로 교통 전문직을 채용하는데 5년 근무하면 계약 기간이 만료돼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등 고용 안정 문제도 있습니다. 그것도 그나마 서울시 등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과 예산이 뒷받침되는 일부 지자체에서 가능한 실정입니다.

각 지자체에 교통 부서(안전교통국, 교통국, 교통행정과, 주차 등)가 있지만 대부분이 행정직이 차지하고 있고 이들도 순환 보직 체계로 교통 업무를 이해할 때쯤 되면 인사 이동을 통해 자리를 옮깁니다.  교통업무는 전문성이 필요한 자리입니다. 교통전문직을 채용한다면 더욱 전문적이고 효율적으로 교통 행정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무원 정원이 많이 늘고 있는데 이 시점에서 교통전문직 분야의 정원 확충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경찰청에서 교통공학 과목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교통순경을 특별채용하고 있어 일선 경찰 업무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고 경찰 입장에서도 경찰 민원의 절반 이상이 교통 민원인만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비단 교통안전 외에도 최근 다양한 국가 교통정책이 발표되고 있고 또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요즘 특별히 관심을 두고 계신 분야가 있다면 어떤 것인지 또 관련해서 제언하시고 싶은 것이 있는지요.

수도권 등 대도시 지역에서 출퇴근 시 적용되는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 미흡하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현재 수도권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버스전용차로는 경부고속도로밖에 없고 또한 'Park&Ride' 시설은 거의 없습니다. 그나마 지하철, 전철역 환승 주차장은 주변 상업시설의 발달로 본연의 역할을 못 하고 있습니다.

교통 선진국인 미국 시애틀 경우 도심으로 향하는 고속도로는 버스전용차로뿐만 아니라 버스 전용I/C가 있어 이는 도시 외곽 환승주차장에 연결되어 값싼 주차료에 빠른 대중교통을 쉽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도권도 서울로 접근하는 고속도로상에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하고 도시 외곽 환승주차장에 바로 연결되는 버스전용I/C를 마련하여 승용차 이용자가 쉽게 값싸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해 차량과 인프라 간 서로 정보를 송수신 할 수 있는 C-ITS 구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가 오면 여객기를 모니터링 하듯이 관련 관제 센터가 세워져야 하는데 각 지역 산하 본부가 마련되어 있는 공단이 이 같은 역할을 맡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한데 첫 번째로 첨단안전자동차의 보급 활성화이고 특히 택시 등 상업용 차량은 의무적 장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지자체를 포함한 정부기관에서 교통안전업무를 할 수 있는 조직과 전문가가 필요합니다. 또한 교통안전 개선대책으로 제시한 4E가 적극 추진 되어야 우리나라 교통안전 수준이 OECD 국가 평균에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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