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신년 릴레이 집중인터뷰] 백남근 동양고속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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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년 릴레이 집중인터뷰] 백남근 동양고속 사장
  • 안승국 기자 sgahn@gyotongn.com
  • 승인 2020.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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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등고속 부가세 면제·통행료 할인 절실”

조세형평 차원서 원가부담 완화할 정부 지원 필요
수요많은 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로 확대설치해야
업계 첫 ‘정기권 발권제’ 도입 등 서비스 개선 앞장
신규운전자가 장기근무 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 것
백남근 동양고속 사장

 

[교통신문 안승국 기자] 국민들의 일상과 떼어놓을 수 없는 대중교통 중 하나인 고속버스가 반세기의 역사를 맞았다. 고속버스 업계는 육운 업계에서도 오랜 기간 명맥을 이어온 곳이지만 최근 고속철도 확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노동환경이 변화되거나 정부정책에서 소외돼 업계 상황은 밝지 않다. 정체기에 빠진 업계는 고객 이탈방지, 원가절감과 수요창출을 위해 달리면서 업계에 활기를 불어 넣기 위한 노력에 매진하고 있다. 공직자로 교통 분야에 입문해, 우리나라 고속버스 역사와 명운을 같이 해온 백남근 동양고속 사장을 만나 업계 현안과 미래에 관한 깊은 얘기를 나눴다.

먼저, 간략히 사장님의 이력을 소개해 주시고, 또 현재 고속버스 업계에서 떠오르는 이슈는 무엇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지난 1978년 교통부로 공직에 입문하면서 우리나라 대중교통과의 인연이 시작돼, 1998년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을 거쳐 2006년부터 지금까지 동양고속에 몸담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니 제 인생의 반 이상인 약 40여년의 시간을 대중교통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데 써왔습니다.

최근 고속버스 업계는 건전한 노사관계 구축과 함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사회적인 환경변화가 이슈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내적으로 봤을 때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기도 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국민 삶의 질 향상을 기대케 함으로써 긍정적인 요인도 가지고 있습니다.

업계는 질 높은 서비스 제공과 더불어 원가 절감에 따른 수요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오늘도 달리고 있습니다.

고속버스 업계와 인연만 해도 23년째인데, 처음 발을 들인 계기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교통부 근무 당시 각종 교통관련 정책을 계획, 실행하면서 오랜 기간 해당 분야 경험을 쌓았습니다. 특히 수송정책실장 재임 시 KTX 철도 도입 계획, 인천국제공항 입지 선정 및 개발, 지하철 확충, 고속도로 건설 등 수송정책 전 분야에서 많은 변화와 혁신이 있었습니다.

제가 공직에 있을 때만 하더라도 다수의 정책들이 국가주도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것을 포함해 민간주도 정책들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시 고속버스 업계는 지속되는 적자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그간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바꿔보고자 했습니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최초 민간인 CEO가 된 이후, 업계에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자 노력했고, 이 같은 의지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던 최윤신 전 동양고속 회장님과 종종 회사 운영 관련한 얘기를 나누면서 한진고속과의 M&A를 성사시켜, 지금의 동양고속을 만들었습니다.

올해 고속버스는 근로시간 단축 관련 인건비 증가와 유가변동에 영향을 받을 우려, KTX·SRT 등 고속철도의 도입으로 인한 승객유출 확대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고속버스의 역할 축소를 막기 위한 생존 전략과 미래에 업계가 살아남기 위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속버스 업계는 자가용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점진적인 승객 감소가 있어 왔고, 지난 2004년 KTX 개통으로 가뜩이나 악화돼있던 경영환경에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업계는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고객의 이탈방지와 수요창출, 원가절감을 지속적으로 고취시켜 왔습니다.

KTX·SRT 등 고속철도로 인한 승객유출에 따라, 지난 2016년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도입해 대고객 서비스를 한 단계 발전시켰으며, 확대 시행중입니다. 최근에는 업계 최초로 정기권 발권 제도를 도입해 고객 요구에 발맞춰 가는 등 서비스 개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유가변동 상시 모니터링은 물론 연비개선을 통한 원가절감을 위해 업계 최초로 디지털타코메타를 도입했고, 오토차량을 도입한 연비테스트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고객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하기에, 승무사원 개개인의 운전습관을 모니터링하면서 안전운전 습관을 만드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올해 최대 이슈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일 것입니다. 직원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에는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운행 노선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노사가 합심해 방안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당사에서 지속적으로 검토했듯이 향후 노선 활성화를 위한 각 고속사의 노선조정, 즉 노선 양수도, 영업권 M&A 등이 빈번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말한 대고객 서비스 활동과 함께 원가절감에 대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검토, 실행에 옮긴다면 고속버스 업계는 다시 한 번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한 양질의 버스운전자 양성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고, 동양고속은 지난해 교통안전공단과 ‘교육용버스 기증 및 교통사고 예방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업계에 운전자 수급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전성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인해 운수업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는데, 고속버스 업계는 양질의 버스운전자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일 것입니다. 이는 결국 대고객서비스와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라 다수의 버스운전자가 필요하게 되면서 기존 운수업계에서 운영하는 양성과정으로는 운전자 전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게 됐습니다. 현재 대다수의 운송사업자가 운전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새로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경기도에서 지난 2018년부터 운영한 버스운수종사자 양성사업과 같이 관련기관, 지자체, 운수업계가 연계한 양질의 신규 버스운전자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확대 시행돼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업계 내부적으로는 지속적인 직무교육 시행과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신규 운전자가 장기근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할 것입니다.

현재 영동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두고 전문가들과 업계 사이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운수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영동고속도로 이용자의 76%가 해당 도로 버스전용차로 시행에 공감하기도 했고, 조만간 발표될 용역결과를 토대로 경찰청이 존치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는데.. 업계는 어떤 논리로 고속도로 전용차로를 유지할 계획입니까?

버스전용차로제는 고속버스업계만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공공성이 강한 제도입니다.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해 여객 수송의 정시성을 확보하고 자가용 비중을 줄임으로써, 도로 위에서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자원을 줄일 수 있습니다.

나날이 심화되는 수도권 인구 밀집현상으로 인한 교통정체 등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고, 이런 사회적 문제는 이미 이슈화 된지 오래입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대중교통을 활성화해 자가용 비중을 줄이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버스전용차로제를 경부고속도로, 영동고속도로로 한정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수도권 지역의 인구 유입 증가와 신도시 건설이 계속됨에 따라 출퇴근 목적의 버스 수요가 많은 고속도로에 버스전용차로 확대설치가 조속히 검토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버스전용차로의 무조건적인 확대가 정답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버스전용차로 확대 도입은 교통정체 가능성과 대중교통활성화에 따른 경제적 측면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여객운수사업법에서 고속버스는 재정지원 대상이나 국토부 행정지침에 의거해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있고, 최근 적자 노선들이 발생하면서 업계에 재정지원 필요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문제를 풀 해법은 없는지요

앞서 언급했던 원가절감 노력은 물리적으로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비록 과당경쟁 억제와 원가절감 차원에서 수입금을 공동분배해 대고객서비스의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실시해 대고객서비스 향상과 경영 합리화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고속버스 업계는 국가의 재정지원이나 별도 지원 없이 어려운 상황을 적시에 대처해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안정적인 유류비, 인건비 상승 등에 따라 더 이상 업계의 자구노력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금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프리미엄버스 도입과 같은 고속버스 차량의 고급화는 물론 휠체어 탑승 가능 고속버스의 도입 등 대고객서비스의 질적인 향상을 위한 검토와 실행기회는 줄어들 것입니다. 그나마 고속버스 요금이 지난 2013년 이후 6년여만인 지난해 7.95% 인상돼,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 놓여 있던 업계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조세형평 차원에서 우등고속의 부가세 면제 검토, 고속버스의 통행료 할인 검토 등을 통한 업계의 원가부담 완화를 비롯해 대중교통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종합적인 지원 재검토가 돼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교통분야 공직자 출신으로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공직에 있을 당시 교통대책 업무 관련, 특히 고속버스에 대한 고충을 주로 생각하면서 업계에 어떤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 깊이 고심해 왔습니다. 이때 축적된 시간들이 바탕이 돼, 업계에서 요구하던 전용차로제, 신규노선 개발, 법령개정 등을 추진해 기업과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데 미약하나마 힘을 보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 세대는 각자 개성들이 강하고 정보 접근성이 용이해져, 다량의 정보를 바탕으로 빠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이런 것을 기본으로 업계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계속적인 관찰, 변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가 국가적인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밖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합니다. 눈을 뜨면서부터 좁게는 우리 가족, 조금 더 넓게는 우리 회사 동료와 거래처 관계자 등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게 됩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성장해, 나 자신 이외에 주위를 둘러볼 수 있는 여유가 부족합니다. 기성 세대는 자신의 경험만을 맹신하며 아랫사람을 하대하고 무시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하지만 대인관계라는 것은 이해관계가 아닌 인간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고, 작고 사소한 인연이라도 소중히 생각하고 진심으로 대하면서 진정한 인생의 동반자를 만들어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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