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한 폐렴 사태, 대중교통 대응체계 안전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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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우한 폐렴 사태, 대중교통 대응체계 안전한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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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욱 박사의 대중교통 현장진단

[교통신문]중국 후베이 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일명 우한 폐렴)의 공포가 하루가 다르게 엄습하고 있다. 2월4일 기준으로 중국에서만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2만438명, 사망자가 425명 등 약 3만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2003년의 사스(SARS)와 2015년의 메르스(MERS)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급기야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30일 긴급 위원회를 열고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국제적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중국 현지 전문가들은 이번의 폐렴 위기가 금년 4∼5월에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앞으로 어떤 양상으로 위기가 확산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언론 보도를 통해서 접하는 감염 확진자와 현장의 모습들은 준 전시상황을 알리는 것 같다. 감염 확산의 최전방이 공항, 항만이라면 철도, 버스, 택시 등 육상 교통의 운행 현장은 생활현장의 2차 감염 확산의 주요 경로가 되는 후방 전선이다. 구정 연휴 동안 모든 언론이 실시간으로 우한 폐렴의 확산에 대한 보도가 있었지만, 구정 연휴가 끝난 첫 출근길의 대중교통 현장에선 달라진 모습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일산에서 서울 강남의 고속버스 터미널을 거쳐 세종시까지 오는 동안 많은 승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나 버스 운전자, 배차원 등 현장의 운수종사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교통부문의 재난방재 전문가인 한국교통연구원 이준 박사는 바이러스 확산 위기에서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교통시설 수단 운영자와 운전자에 대한 방역이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넘칠 정도로 대응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은 후 1월27일, 국토부는 위기 수준이 ‘경계’로 격상되면서 종합교통대책반을 가동하기 시작했지만 대중교통 운영 현장의 위기 체감과 대응은 안일해 보였다.

버스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협조 공문 지시로 운전자 마스크 착용과 하루 1회 차량 세차와 소독을 하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당국의 지시가 있어야 움직일 일인지 업계도 반성해야 된다. 2015년의 메르스(중동 호흡기 증후군) 확산 당시에 버스, 전세버스, 택시 등 육상 여객 교통은 위기가 정점에 달했던 6월 한달 동안 약 16%의 2900만명의 승객이 감소한 바 있다. 특히 가장 타격이 컸던 전세버스는 31%, 고속버스는 26%나 승객이 감소하기도 했다.(필자의 한국교통연구원의 ‘교통부문 메르스 영향분석’, 2015).

사스(SARS)나 메르스(MERS)보다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른 점을 감안한다면 운수업계는 감염 확산의 주요한 경로로서 시민 안전문제 뿐만 아니라 운수업계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번 위기의 향후 양상은 더욱 혼란스럽다. 중국의 우한에서는 대중교통의 운행 중단과 여행객의 호텔 격리 등 중대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하나 이미 500만명이 세계 각국으로 빠져나갔고 이중 약 6000 명이 한국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뒤늦게 중국에서 오는 공항 입국자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한다지만 이미 검역망은 뚫리고 난 뒤다.

법무부 출입국 통계에 의하면 국내에 거주하는 약 70만명의 중국동포 중 약 10만명이 춘절(1월24~2월9일)을 맞아 중국을 다녀올 예정이며, 국내에 있는 7만명의 중국 유학생 중 약 4만명이 2월과 3월 중에 한국으로 입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학가도 벌써 뒤숭숭한 분위기다. 중국인에 대한 택시 탑승 거부 실랑이가 일면서 자칫 반중(反中) 감정을 악화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기도 한다.

이번에 신종 바이러스가 시작된 중국 우한은 중국 중심부에 철도, 도로, 허브 국제공항 등 교통 물류 요충지로 인구 1100만명이 밀집한 대도시란 점에서 우리의 서울을 빼닮았다. 이런 대도시에 바이러스 확산 감염이 확산될 경우 그 위기는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2015년 메르스 위기 당시 바이러스 확진이나 감염 환자의 80%가 수도권에 집중됐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참에 그동안 사스와 메르스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대응 방식에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뒤돌아볼 일이다. 한 전문가는 철도, 도로, 터미널, 노선버스 운행 등 대중교통 운행 현장에서 시행하는 현행 ‘방역’의 수준을 공항, 항만 등에서 시행하는 법적 강제력을 가진 ‘검역’의 수준으로 격상하여 필요 시 운행 중단 등 보다 구체적이고 강력한 조치가 시행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바이러스는 면역체계의 취약한 부분을 노린다. 지나친 공포를 가져서도 안 되겠지만 우리의 대중교통 운행 현장에 취약한 면역체계가 방치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번 기회에 꼭 점검해 봤으면 한다.

<객원논설위원=한국교통연구원·교통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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