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등 운전부적격자 관리 강화하고 한정면허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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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등 운전부적격자 관리 강화하고 한정면허 도입해야”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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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자 등 운전부적격자 면허관리체계 강화됐지만
적성검사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제도 사각지대 많아
특정 시간과 장소에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면허’ 도입해야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최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고령 운전자 면허 갱신 주기가 단축되는 등 면허 관리체계가 강화됐지만, 실효성이 낮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운전부적격자에 대한 관리·통제를 강화하고 한정면허를 신설하는 등 관련 제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 ‘고령 운전자 등의 운전면허 관리체계 분석 및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일으킨 교통사고도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경찰 사고 통계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6년 8만6304건, 2017년 11만5674건, 2018년 12만4492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이에 정부는 도로교통법을 개정, 지난해부터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정기 적성검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인지능력 검사 결과 치매 등이 우려되는 고령자는 수시 적성검사 대상자로 편입해 정밀검사를 받도록 했다.

문제는 이 같은 운전면허 관리체계의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다. 정기 적성검사의 경우 고령 운전자의 시력 및 신체 동작 기능 정도만을 검사할 뿐 정신 관련 질환 등은 자진 신고하도록 해 형식적인 검사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시 적성검사 제도도 사각지대가 많다. 수시 적성검사는 ▲자진 신고자 ▲국민건강보험공단·지자체장 등 행정기관이 경찰청장에게 통보한 후천적 치매 질환자·정신질환자·시력장애자 ▲고령 운전자 중 인지능력 자가진단 결과 치매로 의심되는 자 등이 검사 대상자다.

그러나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운전자 스스로 자진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고, 경찰청이 지자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으로부터 받는 정보 또한 6개월 이상 의료기관에 입원해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 등만 해당돼 누락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수시 적성검사 결과 운전 부적합 판단이 나와도 ‘판정유예’ 제도 등을 통해 대부분 다시 운전대를 잡는다. 실제로 2017년도에 수시 적성검사를 거친 1655명 중 709명(42.8%)이 판정유예를 받았고, 2018년도는 1569명 중 939명(59.8%), 2019년(6월 기준)도에는 525명 중 475명(90%) 이 판정유예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시 적성검사 면허 유지(합격 및 판정유예) 비율은 95%에 이른다.

이에 보고서는 ▲의사나 가족 등 제삼자가 특정인의 수시 적성검사 요청 ▲수시 적성검사 기간 단축 ▲‘판단 유예’ 판단 대신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 ▲의료기관 적성검사로 인지능력 자가진단 대체 등을 운전면허체계 개선 방안으로 제안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나 영국의 경우 의사·경찰·개인 등 제삼자가 운전부적격자를 신고할 수 있는 제도를 두고 있다. 수시 적성검사 기간을 단축하자는 제안은 현재 최대 10개월까지 수시 적성검사를 유예할 수 있고 검사 결과 판정 유예를 받으면 최대 3년까지 운전하는데 제한이 없는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조건부 면허 제도 도입은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세분된 면허를 만들어 발급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시력 보조 장치 이용 운전자에게만 야간운전을 허용하는 특별한정면허를 발급하거나 고령 운전자 등에게 야간운전 금지·차량정체 시 운전 금지· 고속도로 운전 금지 등의 제한된 조건을 붙이기도 하며, 최근 일본도 자동브레이크 등을 장착한 안전운전 서포트 자동차(Safety Support Car)의 운전을 조건으로 하는 한정 면허를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를 작성한 최미경 입법조사관은 “해외 선진국의 경우 면허체계가 유지·취소·조건부 허용·기간 제한 면허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유지 또는 취소로만 관리함에 따라, 운전 부적합을 판정하는 수시 적성검사에서 운전자의 생계 및 민원 등을 고려하여 높은 비율로 합격판정을 내리거나 판정유예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all or nothing의 현행 운전면허체계를 다양한 옵션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면허체계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운전면허는 일상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개인의 ‘필요’이지 불가침적으로 부여된 ‘특권’이 아니므로 운전자의 운전능력이 공공의 안녕 등을 해치는 경우라면 최소한의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안전 운전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인식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교통안전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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