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전기차 배터리 3사 해외 경쟁력 ‘약진’…“호재와 악재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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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기차 배터리 3사 해외 경쟁력 ‘약진’…“호재와 악재 혼재”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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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량·점유율 동반 상승…전기차 판매량 증가 원인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원인 ‘배터리’ 지목에 업계 반발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미래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는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기술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해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모두 점유율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이지만 과제도 남아 있다. 최근 정부가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국내 제조사들의 배터리 결함 가능성을 지적하면서 대외 경쟁력에도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주 물량이 늘어가고 있는 동시에 안전에 대한 우려가 혼재해 있는 상황이다.

1위 중국 대비 고속 성장…기초 경쟁력 확충 ‘관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성장 속에 해외에서 한국 기업들의 입지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글로벌 시장에서 전기차 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16.7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대비 16.7% 증가했다. 이 와중에 국내 배터리3사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각각 점유율 3위와 6위, 10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3사가 모두 10위(연간 기준) 안에 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상승세도 무섭다. LG화학의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12.3GWh)은 전년보다 64.8% 급증한 수치로, 4위에서 3위로 올라섰다. 삼성SDI(4.2GWh)도 20.9% 증가해 6위에서 5위로 올라섰고, 처음으로 10위에 진입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용량(1.9GWh)은 전년보다 2.3배 급증했다.

한국 기업의 배터리 점유율도 동반 상승했다. 지난해 한국계 3사의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합계는 15.8%로, 전년(11.8%)보다 높아졌다. 이는 10위권에 속한 5개 업체 중 3곳이 지난해 시장점유율 감소를 기록한 중국과 대비된다.

중국의 배터리를 제외하면 한국 기업의 고속 성장은 두드러진다. 전세계 전기차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은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데,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에만 보조금을 주기에 중국 배터리 기업이 자국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미국 등 세계 시장에선 중국 배터리가 기술력이 떨어져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현재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27.9%)인 중국의 CATL은 자국 물량을 제외하면 전세계 점유율이 10위(0.3%)에 불과할 정도다.

결국 중국 물량을 제외할 경우 지난해 한국 기업의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순위는 LG화학 2위(24.3%), 삼성SDI 3위(8.1%), SK이노베이션 6위(3.8%)로 수직 상승한다. 특히 국내 3개사를 합산한 전세계 점유율은 36.2%로 전년보다 6.2% 높아졌다. 반면 일본(4곳)과 중국(3곳)은 10위권 업체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각각 5.0%, 1.4%씩 줄었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대거 약진은 지난해 각사의 배터리를 쓰는 전기차의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아우디 E-트론, 현대차 코나, 재규어 I-Pace의 판매가 급증했다. 삼성SDI는 폭스바겐 e-골프와 BMW i3, SK이노베이션은 기아차 니로와 소울 부스터의 판매 호조에 급성장했다.

한국 기업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높은 기술력과 공격적인 투자를 기반으로 전세계에서 배터리 공급 계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SNE리서치 관계자는 "중국 이외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한국계 3사는 확고히 입지를 굳힌 상황"이라며 "3사의 점유율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초 경쟁력을 확충하고 꾸준히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는 등 과제가 남아있다. 중국 업체들의 경우 최근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 전기차 브랜드에 대해서도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입지가 강화될 수 있다. CATL의 경우 지난해 49억2000만위안(약 8351억원)의 순이익이 거뒀을 것으로 보인다.

ESS 안전성·배터리 전쟁에 대외 신임도 ‘우려’

국내 배터리 3사에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삼성SDI의 경우 지난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해 수천억원의 충당금을 쌓기도 하는 등 쉽지 않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인력과 기술 유출 논란, 특허침해 혐의 등을 각각 제기한 맞소송의 예비판결을 앞두고 있다. ‘배터리 전쟁’이 2라운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지며 국내 기업 간 소모전이 대외 신임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발생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화재 사고를 살피던 정부 조사단이 그 원인으로 '배터리'를 지목했다. 이러자 해당 배터리를 제조한 삼성SDI·LG화학은 "(배터리와 ESS 화재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삼성SDI는 설명 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조사단이 조사해 발표한 배터리는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곳의 배터리"라면서 "동일한 배터리가 적용된 비슷한 사업장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큰 전압 편차는 배터리의 화재 발생 조건이 아니"며 "양극판 접힘 현상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현상으로 용량 저하를 일으킬 수는 있으나 화재를 일으키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구리 성분 검출에 대해서는 "음극 기재의 성분일 뿐 이물질에 의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LG화학도 충남 예산·경북 군위 관련 조사단의 지적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냈다.

LG화학은 "배터리 외에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그 불이 배터리로 전이돼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 "일부 파편이 양극판에 점착돼 저전압을 유발할 수는 있으나 LG화학의 SRS 분리막을 관통해 발화로 이어질 위험성은 없다" "리튬 석출물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이며 자체 시험에서도 이 물질이 배터리 발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조사단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김재철 조사단장은 "삼성SDI·LG화학이 '조사단은 사고 현장이 아닌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로 조사했을 뿐'이라면서 반박 자료를 냈는데 이에 대한 조사단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출입 기자단의 요청에 "타버린 배터리를 분석해봤자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면서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삼성SDI·LG화학의 이의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조사단도 (다른 사업장의 배터리를 바탕으로 조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원인 판단보다는 추정이라는 용어를 쓴 것"이라면서 "이번 조사의 목적은 재발 방지에 주된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주요 경쟁국들의 ESS 사업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도 불가피하단 지적도 제기된다. 화재 인과관계를 놓고, 정부와 기업들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으면서 진실공방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연속화재 규명이 늦어지면서, 사실 상 전면 중단됐던 ESS 사업재개도 다소 늦춰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또 정부지원 아래 국내 기업들이 ESS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놓은 상황에서, 정작 과실은 다른 경쟁국들이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해져 관련 산업분야에서의 경쟁력 상실도 쟁점으로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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