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뭉치 때문에 멈춘 자동차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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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뭉치 때문에 멈춘 자동차 공장
  • 이승한 기자 nyus449@gyotongn.com
  • 승인 2020.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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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이승한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전선뭉치 때문에 거대 완성차 업체 생산시설이 멈춰서고 있는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세계적으로 엮여 있는 산업 구조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8일부터 20일까지 울산1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벨로스터와 코나 등을 생산하는 시설로, 앞서 5일부터 12일까지 휴업에 들어갔었다. 현대차는 지난 4일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생산시설 휴업에 들어갔고, 7일에는 국내 전 공장을 멈춰 세웠다. 11일부터 순차적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조립할 차량 없이 컨베이어벨트가 돌아가는 현상이 간간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와 트럭 등을 만드는 전주공장은 여전히 휴업 상태다. 재가동은 21일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 기아차는 19일까지 중단할 예정이었던 광주공장 봉고트럭 생산을 21일까지로 연장한다. 국내 업체 중 가장 먼저 휴업을 시작한 쌍용차는 지난 13일 9일간 휴업을 마치고 평택공장 가동을 재개했고, 르노삼성차는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공장을 세웠었다. 글로벌 부품 공급망 덕분에 휴업 없이 정상 가동됐던 한국GM 또한 17일과 18일 이틀간 부평1공장 휴업을 결정했다.

국내 완성차 생산시설이 멈춰선 것은 중국에서 생산돼 들어오는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수급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자 춘절연휴를 늘렸고, 주요 부품 생산시설 가동을 제한했다. 업계와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중국 정부에 공장 재가동을 설득하고, 수입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의 조치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만, 한쪽에선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자동차 산업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가 이뤄져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 하네스를 공급하는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티에이치엔 등의 부품업체 대부분이 중국에 생산시설을 두고 있다. 쌍용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독일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 또한 중국에서 부품을 가져온다. 업계는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공급 차질 문제가 상황에 따라 언제 어떻게든 재발할 수 있다고 본다. 이는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다른 제품 공급 또한 줄줄이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배터리, 종합화학, 가전제품 등도 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다.

비용 문제 때문에 중국 내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것은 국내 산업계만의 일은 아니다. 폭스바겐이나 BMW, 포드, 테슬라 등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물론 보쉬와 마그마 등도 중국을 중요한 생산거점으로 삼고 있다. 이들 업체 또한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생산시설 휴업과 중국으로의 출장 금지와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 수급에 대한 전 세계적 고민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 업체가 와이어링 하네스를 동남아 등 중국 이외 지역으로부터 공급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바이러스든 다른 문제든 간에, 제2의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업계와 정부가 공동으로 대책을 마련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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