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영업손익 적자가 무죄 근거?'…택시업계, ‘타다 무죄 선고' 비판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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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영업손익 적자가 무죄 근거?'…택시업계, ‘타다 무죄 선고' 비판 목소리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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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 ‘입법 취지’ 보다 ‘문언상’ 의미 강조하며 무죄 선고
“건설적 해결책 찾아야” 판사 충고…사실상 편법으로 보는 것 아니냐
무죄 근거 ‘영업 실적 적자’ 등 부적절…‘타다금지법’ 입법 관심 집중
법원이 '타다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타다 변호인 측 입장을 읽는 줄 알았다”

지난 19일 ‘타다 1심’ 선고 재판 이후 만난 한 택시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지난 세 차례 공판에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아 결과가 좋게 나올 것으로 기대했는데 이렇게 타다에 일방적인 판결이 나올 줄은 몰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택시업계가 법원의 타다 무죄 판결에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죄 판결 자체도 그렇지만 재판부가 결론에 이르기까기 제시한 근거와 법리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타다 1심 선고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가 이날 판결을 내리면서 강조한 원칙(법리)은 죄형법정주의다.

죄형법정주의란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아무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야 할 행위라 할지라도 법률이 범죄로서 규정하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의미다.

타다 측은 지난 12월 2일 첫 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간단명료하게 관련 법령만 확인하면 해결되는 사안”이라며, “명문 규정이 ‘실질’, 이나 ‘사실상’의 해석 등으로 사문화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관련법상 원칙적으로 자동차대여사업자는 임차인에게 운전자를 알선할 수 없지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고, 그 중 하나가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 차량을 임차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11인승 카니발 승합차를 이용하는 타다 서비스가 불법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재판부는 선고문에 여러 차례 ‘문언에 의하여’, ‘문언 가능한 의미를 넘어서’ 등의 표현을 써가며 형벌법규를 해석하는데 엄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원칙에 기초해 재판부는 ‘자동차대여사업자는 다른 사람의 수요에 응하여 사업용자동차를 사용하여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여서는 안된다’는 법 조항(여객자동차법 34조)에 타다 서비스와 같이 운전자 알선이 허용되는 범위의 승합차 임대차까지 포함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고 봤다.

그러나 택시업계는 재판부가 관련법의 입법취지를 무시한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자동차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금지' 입법 당시의 주요 목적이 “주로 유사 택시영업의 위험성이 높은 행위에 대한 규제였다가 차량공유 활성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알선이 가능해졌다”고 설시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개정되기 앞서 2014년 8월 29일 국토부가 올린 입법예고 개정이유에 따르면, ‘중‧소규모 단체관광을 위한 임차 또는 결혼식 및 그 부대행사에 사용되는 웨딩카 등 임차 시 임차인이 직접 운전이 곤란하여 이용자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는 바 자동차 임차인의 편의 증진 및 관광산업 등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대여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14년 국토부가 자동차대여사업자 운전자 알선 범위를 확대하는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하며 올린 개정이유 中

택시업계 관계자는 “재판부가 판결을 마치고 말한 것도 그렇고 죄형법정주의를 강조하면서 무죄를 선고한 것도 뒤집어 생각해 보면 재판부도 어째든 현행 타다 사업이 편법이라고 보는 것 아니겠냐”는 해석을 내놨다.

박 부장판사는 무죄 선고 이후 이례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모빌리티 산업 주체들과 규제 당국이 함께 고민해 건설적 해결책과 솔루션을 찾는 것이 계속될 재판의 학습 효과이자 출구전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근거도 논란이다.

재판부는 타다가 ▲택시보다 비싸게 요금을 책정한 점 ▲승용차 정원을 주된 타킷으로 마케팅하지 않은 점 ▲로펌 및 국토부 등과 사전 협의 한 점 ▲유사 서비스인 ’벅시‘에 대해 국토부가 합법하다고 판단한 점 ▲타다 영업 이후에도 택시 매출이 증가한 점 ▲타다가 서비스 출시 이후 현재까지 영업 손익이 적자인 점 등 들어 무죄라고 봤다.

하지만 이는 법률상 유무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근거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가령, 타다 이후에도 택시 매출이 증가한 점에 대해, 불법이어도 택시 산업이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합법한 것이냐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또한 서비스 출시 전 국토부 등과 사전 협의했다고 하지만 타다 출시 이후 논란이 빚어지자 국토부가 거듭 밝힌 입장은 ’타다에 공식적으로 유권해석을 해준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타다 고발 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A씨는 “타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서비스 특징으로 ‘승차거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일 법원의 판단대로 타다가 ‘초단기 승합차 임대 서비스’라면 렌터카가 승차거부가 없다는 말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며 “타다 스스로도 택시와 경쟁하는 여객운송서비스라고 보고 있다는 간접 증거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타다 홈페이지 갈무리

법원의 무죄 판결로 국회에서 계류 중인 여객자동차법 개정안 일명 ‘타다 금지법’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이번 판결로 타다는 ‘불법’ 딱지를 뗀 만큼 굳이 복잡한 ‘플랫폼 운송사업’이라는 새로운 운송 카테고리에 들어가 사업을 할 이유나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재웅 대표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원의 무죄 판결을 비판한 김경진 의원과 타다 금지법을 발의한 박홍근 의원을 지목해 비판하며, “법원은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웠습니다 국회와 정부여당도 미래를 막는 돌부리를 치워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우회적으로 타다 금지법 입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검찰 기소 이후 사법부 단죄를 기대했던 택시업계도 마지막 보루인 국회 입법에 매달리는 분위기다. 택시업계는 오는 25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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