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책임보험 논란 '2라운드'…“보험료 인하 추진” vs “임의보험만이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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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책임보험 논란 '2라운드'…“보험료 인하 추진” vs “임의보험만이 문제 해결”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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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 20% 정부에 건의…위기의식 반영
“임의보험 전환은 사실상 제도 폐지"
매매, “소비자 판단에 따른 선택에 맡겨야”
함 의원 개정안 처리 연기에 불씨 여전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사실상 난맥상에 빠진 중고차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중고차 책임보험)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료 인하를 추진한다. 제도에 대한 각종 지적에도 꿈쩍 않던 손보업계에서 제도 시행 8개월 만에 처음 나온 움직임이다.

중고차 책임보험 의무화는 매매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지난해 8월 의무보험 시행 2개월 만에 제도 도입을 주도한 함진규 미래통합당 의원이 ‘의무→선택’으로 전환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재차 발의하자 손보업계는 이는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해 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 초기부터 줄곧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중고차 매매업계가 ‘임의보험’만을 주장하고 있어 보험료 인하 방안이 늪에 빠진 중고차 책임보험을 살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업계가 중고차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의 보험료를 평균 20% 내리는 방안을 최근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보험은 5년간 실제 사고 통계를 기초로 요율을 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금융당국과 협의한 결과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해 보험료를 조기에 인하하기로 결정했다는 게 손보업계의 설명이다.

이런 행보는 지난해 6월 제도가 시행된 지 반년도 안 돼 폐지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현재 가입이 의무화된 책임보험 중 임의보험으로 전환한 사례는 한건도 없다.

중고차 책임보험은 차량의 성능·상태점검 내용과 실제 상태가 다른 경우 소비자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의무보험 형태로 시행에 들어갔다. 중고차 매매업자의 의뢰를 받은 점검업자가 중고차 상태와 성능을 점검하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보험금으로 보상하는 구조다. 성능점검업자가 보험에 가입하나 보험료는 소비자가 내고 있다.

중고차 책임보험은 함진규 미래통합당 의원이 2017년 1월 대표발의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통과하면서 도입됐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함 의원이 이 보험을 임의보험으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문제가 됐다.

함 의원은 보험료가 과도하게 높은데다가 성능·상태점검자와 매매사업자 간 분쟁 갈등이 있고, 고액 보험금 지급을 회피하려는 보험사의 일방적인 보험 해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점을 개정 이유로 들었다.

중고차 책임보험이 좌초 위기에 놓인 배경엔 중고차 매매업자들의 강한 반대가 있다. 지금도 중고차매매업계의 두 축인 전국·한국매매연합회는 책임보험의 임의보험 전환을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과 더불어 올해 지상과제로 삼고 있다. 실제 함 의원이 재개정안을 발의한 것도 매매업계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후문도 있다. 의무보험을 임의보험으로 개정하는 이유도 줄곧 매매업계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보험계약이 체결된 30만6000여대의 대당 보험료는 3만9000원이었다. 같은 기간 보험금이 지급된 5000여건의 대당 보험금은 113만2000원이었다.

신동재 전국매매연합회 회장은 “중고차 책임보험은 매매사업자의 재산에 보험료를 책정,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과 동시에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제도로 이미 의무보증으로 부담을 안고 있는 업계에 이중부담을 지우는 꼴”이라며 “특정 업계가 이익을 취하는 구조가 아니라 소비자가 자율 판단에 따라 선택하게 하는 것만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편 함 의원의 개정안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임의보험으로 하는 내용으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방역 관계로 일시적으로 국회가 폐쇄됨에 따라 개정안 처리가 연기됐다. 동시에 눈앞으로 다가온 총선정국에 향후 추가 개정안 논의 및 통과는 무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중고차 책임보험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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