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부작용 ‘속출'…정부, 뒷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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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부작용 ‘속출'…정부, 뒷짐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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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잃은 ‘유령보험’ 중론…단속·처벌건수 ‘0’
보험사 선택권도 없고 매매업체 대납 등 ‘무질서’
가격 상승 요인에 ‘시장위축’…“수혜자 누구인가”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시장에서 중고차 성능·상태점검 책임보험 의무화 이른바 ‘중고차 책임보험’을 두고 편법과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중고차 매매시 소비자 분쟁을 줄이고자 도입된 제도가 실효성 위기에 직면하면서 관계부처의 신속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중고차 책임보험이 제도 시행 6개월이 넘었지만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시장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중고차 책임보험은 매매 과정에서 차량 성능이나 고장 여부를 놓고 빈번하게 발생하는 소비자와 판매자 간 분쟁을 줄이기 위한 제도이다. 하지만 현재 매매업계와 소비자들의 반발 속에 길을 잃고 표류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혜택을 보는 이가 없다는 데 있다. 중고차 책임보험 의무화 이전 이해당자 간 충분한 의견수렴이 되지 않아 이 같은 파행이 불가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자 시장에선 ‘울며 겨자먹기’식의 부작용이 나타났다. 중고차업체가 보험료를 대납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강서매매단지 한 딜러는 “중고차 책임보험 시행이 알려지면서 매매업체 입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대신 우리가 이를 부담하고 중고차 가격 조정에서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애기가 공공연히 떠돌았다”며 “무리한 제도 시행에 따른 예견된 결과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매업체들이 책임보험이 중고차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시장 위축을 우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제도의 맹점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려던 책임보험이 오히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했다는 점이다. 보험료 납입은 소비가 하는데 보험 혜택은 매매업체에게 의뢰를 받은 성능점검업체들이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동시에 보험료는 내는 소비자가 보험사를 선택할 수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해 제도는 성능점검업체가 계약을 맺은 손해보험사의 계약조건을 그대로 따라야 해서다. 소비자는 비교 선택권이 없는 만큼 일방적 계약조건에 이의가 있어도 별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중고차 책임보험) 구조적으로 잘못된 제도인 만큼 소비자의 자율 판단에 선택할 수 있는 국회 계류 중인 함진규 의원의 개정안이 통과되거나 국토부에서 스스로 나서 개선안을 도출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의무’를 ‘임의’를 변경한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지극히 낮다. 새 국회가 구성이 얼마 남지 않았고 주요 이슈에 밀려 20대 국회 남은 임기 중 본회의를 통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중고차 책임보험에 반발하는 입장에선 21대 국회에서 재발의 후 통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관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안일한 태도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국토부는 중고차 책임보험을 의무화하면 성능·상태점검 관련 손해가 발생해도 배상 책임을 명확히 할 수 있고, 성능점검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구매할 수 있으리란 판단했다.

국토부의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한 지금의 시장 혼란을 방관하는 태도도 업계 내에선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분명 시장에선 편법이 자행되고 있는데도 시행 초 제도 위반시 처벌까지 표방했던 국토부가 업계 관계자를 적발하거나 처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점은 이를 반증하고 있다. 중고차 책임보험은 가입 의무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제도가 유야무야 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론 성능점검업체의 책임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고 뒷짐을 지고 있다”며 “국회 개정안 통과 여부를 지켜보며 공을 넘긴 듯한 모습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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