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되자마자…‘재개정’ 촉구 여론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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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되자마자…‘재개정’ 촉구 여론 거세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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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형사처벌’, ‘운전자 과실 판단’ 문제 다시 불거져
‘재개정’ 청와대 국민청원 28만명 돌파...스쿨존 우회 기능 탑재된 내비게이션 인기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가운데 이에 따른 논란도 커지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입법 과정서부터 지적된 ‘과도한 형사처벌’과 ‘운전자 과실 판단’ 문제다.

이와 관련해, 민식이법 재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을 넘었고, 스쿨존 지역을 우회하는 기능이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안전 시설·장비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는 도로교통법과 스쿨존 내 교통사고 발생 시 가해 운전자를 가중 처벌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두 가지다.

정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에 따라 오는 2022년까지 어린이 보호구역에 총 8800여대의 무인단속카메라를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민식이법을 둘러싼 논란은 특가법에 맞춰진다.

개정 특가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이 같은 양형 기준은 사망 사고의 경우 지난해 ‘윤창호법’ 개정으로 처벌 기준이 대폭 상향된 음주운전 치사 사고와 같은 수준이다.

운전자들은 ‘어린이 교통안전 강화를 위한 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실 사고인 교통사고에 대해 음주운전 또는 뺑소니 사고와 같은 양형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냈다고 무조건 이 같은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규정속도나 안전운전의무를 위반한 '과실 운전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스쿨존 규정 통행속도를 준수했는지, 전방을 주시하며 안전 운전했는지 등을 따진다. 때문에 ‘민식이법은 과실 없는 운전자도 처벌한다'는 주장은 맞지 않다.

그럼에도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여전히 남는 ‘운전자 과실’ 판단 문제 때문이다. 명문상 안전 의무를 모두 지켰다고 해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교통사고 분석 전문가로 알려진 한문철 변호사는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스쿨존에서) 제한속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에게 조금이라도 잘못이 있다고 하면 (민식이법)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운전자 과실’에 대한 판단 주체는 검찰과 법원이다.

사고를 낸 운전자가 아무리 ‘예측불가능한 상황이거나 불가항력적인 상황이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민식이법 통과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를 보다 엄격하게 판단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지난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민식이 법 개정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은 3일 현재 30만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글을 올린 청원인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어린이 사망 사고의 경우 받을 형량이 ‘윤창호법’ 내의 음주운전 사망 가해자와 형량이 같다”며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행위로 간주되는데 이러한 중대 고의성 범죄와 순수과실범죄가 같은 선상에서 처벌 형량을 받는다는 것은 형벌간의 비례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원칙상으로 운전자의 과실이 0%가 된다면 운전자는 민식이법에 적용받지 않지만 일반사람들이 생각하는 과실의 범위와 법원에서 생각하는 과실의 범위가 달라 (법원에서) 운전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어린이 호보구역 내의 사고 책임을 운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민식이법이 시행되면서 스쿨존 지역을 우회하는 기능이 탑재된 내비게이션 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혹시 모를 스쿨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운전자들이 앞다퉈 해당 앱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다.

내비게인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맵퍼스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앱 다운로드 건수가 이전 대비 6배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맵퍼스는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스쿨존 설정’ 기능을 탑재, 어린이 보호구역을 우회해서 길을 안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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