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앞의 승객도 2~3㎞ 떨어진 가맹택시가 와서 싣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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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 앞의 승객도 2~3㎞ 떨어진 가맹택시가 와서 싣고 가”
  • 유희근 기자 sempre@gyotongn.com
  • 승인 2020.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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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업체가 수입 보장해야 하는 브랜드 가맹택시 늘어나면서
일반택시와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 커져…청와대 국민청원 등장
플랫폼 업체의 브랜드 가맹택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가 지난해 대구 지역에 가맹택시를 도입하자 지역 택시 노조가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플랫폼 업체의 브랜드 가맹택시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이에 따른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가 지난해 대구 지역에 가맹택시를 도입하자 지역 택시 노조가 반대 시위를 벌이는 모습

[교통신문 유희근 기자] “(요즘) 코로나로도 힘든데 ○○택시가 ○○가맹택시에게 콜을 몰아주는 행위가 너무 심합니다. 강남, 홍대, 이태원 콜은 아예 안 떠서 빈택시는 일렬로 줄 서 손님 기다리는데 ○○가맹택시만 예약등을 키고 돌아다니네요”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 택시의 독과점 횡포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관리자는 글 하단에 ‘게시물의 일부 내용이 국민청원 요건에 위배되’었다며 플랫폼 기업 이름을 익명 처리했지만, 청원인이 문제삼은 플랫폼 기업이 ‘카카오’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청원인은 “현재 모든 기사들이 ○○택시앱을 이용하고 있고 대부분의 시민이 ○○택시호출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은 21일 현재 천 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동의)했다.

지난달 31일 플랫폼 운송사업을 제도화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되고, 지난 3일에는 택시가맹사업 면허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플랫폼 업체의 택시가맹사업이 활발한 가운데 이에 따른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서비스인 카카오T블루 서비스 지역 확대를 위해 각 지역에 지역본부 격으로 세운 택시운송가맹사업자(대구·DGT모빌리티, 울산·DH모빌리티 등)와 손잡고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현재 서울, 대구, 성남, 대전 등 4개 도시에서 4200여 대 규모로 정식 서비스 중이며, 최근 울산과 광주, 의정부에도 진출, 전국 10개 지역에서 5000대 넘는 택시가 가맹택시로 운영되고 있다. 신규 지역 시범 서비스 기간에는 별도의 서비스 이용료 부과 없이 일반 중형택시와 동일 요금을 적용하는 등 서비스 정착을 위해 적극적인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먼저 확실해 해 둘 것은 최근 호출 배분 공정성과 관련해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플랫폼 업체는 카카오모빌리티라는 점이다. 현재 여객운송가맹사업제도를 활용해 서비스를 하는 대표적인 업체는 카카오모빌리티와 KST모빌리티(마카롱택시)다. 최근 KST모빌리티가 지역 택시 조합과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 ‘국민 택시 호출앱’인 카카오모빌리티에 비견할 정도는 아니다.

‘2018 카카오모빌리티 리포트’에 따르면, 카카오T 택시앱을 이용해 영업하는 택시기사는 국내 전체 택시기사(약 27만명)의 83%에 이르는 22만명이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중 한 번이라도 카카오T 택시를 이용해 택시를 잡아본 경험이 있는 승객 수는 1692만 명에 달한다. 보고서가 2018년 9월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을 참작하면 현재는 카카오 택시앱을 사용하는 기사와 승객이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호출 배분 공정성 문제와 관련된 논란은 카카오가 택시가맹사업을 위해 진출한 지역에서의 지역 택시단체와 갈등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비수도권 최초로 대구에 카카오T블루를 출범한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도 한 달여 넘게 지역 택시단체의 거센 반발에 곤란을 겪었다.현재는 대구시의 중재로 갈등이 일단락된 상태지만, 당시 지역택시 단체는 '카카오 측이 명확한 기준 없이 가맹 택시에 참여할 운전기사를 선별'하고, '호출을 가맹 택시에만 몰아줘 일반 택시 운전기사들의 근로 여건을 열악하게 만든다'며 카카오 가맹택시 사업을 반대했다.

또 최근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광주광역시는 카카오모빌리티 가맹사업 자회사인 KM솔루션즈에 ‘호출 배정 차별로 수입금 감소 우려가 있으니 공정한 서비스 제공에 노력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 카카오 가맹택시가 진출함에 따라 노조 등 지역 택시 업계의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자 지자체가 대신해 카카오 측에 주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13일에는 충북법인·개인 택시운송조합이 최근 급속 확장세를 보이는 가맹택시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양 조합은 이날 공동 선언문에서 “플랫폼 택시 사업자들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가운데 일부 업체의 사업 방식은 택시 업계를 분열시키고 시장을 교란케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카카오T 블루가 일부 업체와 가맹계약을 하고 장거리콜, 우량콜을 몰아주고 수수료를 가져가게 되면, 택시 업계를 분열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역 택시업체나 개인이 개별적으로 플랫폼 택시 가맹사업에 참여할 경우에는 조합 차원에서 제재를 하겠다고 뜻을 모았다. 조합에 따르면, 충북 도내 54개 법인 택시 업체 중 2곳을 제외한 모든 업체와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이와 같은 내용의 합의서에 서명했다. 지역 택시업계에서는 '다같이 카카오T 앱을 삭제하고 현재 개인택시와 회사택시로 나뉘어 있는 콜센터를 통합해 지역 브랜드 콜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적으로 카카오의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은 카카오가 택시 호출중개사업(일반콜)과 가맹사업(브랜드택시)을 병행하는 데서 오는 문제다. 과거에는 전화 기반의 '지역콜' 또는 지자체가 관여하는 '브랜드콜'이 중개사업(콜센터)을 했다. 따라서 지역콜이나 브랜드콜 업체와 계약을 맺은 택시기사들은 꾸준한 호출 수를 유지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모객 활동을 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했다.

하지만 카카오 택시와 같은 모바일 호출앱이 등장하면서 전화 기반 지역 콜업체는 급격히 쇠퇴했고, 카카오 등 일부 플랫폼 업체가 택시호출시장을 독과점했다. 상담원과 직접 통화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 등으로 택시 이용 방식도 길에서 잡아서 타는 방식에서 스마트폰으로 불러서 타는 방식으로 이동했다.

문제는 카카오가 택시 중개사업을 넘어 가맹사업을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카카오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은 1000원의 호출료를 지불하면 우선 배차해 주는 ‘스마트콜’ 도입 당시에도 한 차례 빚어진 바 있다. 

그러나 현재는 그 때와 양상이 다르다. 카카오가 일정 부분 수입을 보장해야 하는 가맹택시가 전국적으로 5000대 이상 늘어나면서 카카오가 가맹택시에 '장거리콜' 등 이른바 양질의 콜을 몰아주고 있다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 택시는 승차거부 없이 바로 배차되고 공기청정기 등 보다 쾌적한 이용자 편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기본 운송료 외 호출료를 1000~3000원 가량 승객에게 부과하고 있다. 호출 비용이 추가적으로 들더라도 일반 택시보다 좀 더 고급 서비스를 받고 싶은 이용자는 이러한 브랜드 택시를 골라 이용하면 본래 제도의 기본 취지에도 벗어나지 않고 크게 문제가 될게 없다.

문제가 되는 건 플랫폼 업체가 호출료를 부과하는 브랜드 택시콜 뿐만 아니라 일반콜까지도 자사 소속 택시에 일방적으로 몰아준다(고 택시기사들이 의심한다는 점이다)는 점이다. 개인택시기사 A씨는 “예를 들어 어느 한 곳에 콜이 떨어졌는데 비슷한 위치에 가맹택시와 일반택시가 각각 있다면 가맹택시에 콜을 우선 배정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승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가까운 택시에 배정하지 않고 2-3킬로 떨어져 있는 가맹택시가 와서 승객을 싣고 가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카카오 측의 공식적인 답변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콜이 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특정 서비스나 차량에 콜을 우선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답변으로는 택시기사들의 의구심이 완전히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린 청원인은 “최근 배달의 민족 수수료 인상 논란 뉴스를 보면서 택시와 (문제가)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며, 독과점적 위치를 이용해 공정한 거래를 저해하는 행위가 공정거래법 위반이 아닌지 등 정부는 이에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감시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 이 같은 호출 배분 공정성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여객자동차법 개정으로 기존 여객운수사업체계에 플랫폼 운송사업을 신설하고 플랫폼 운송사업·가맹사업·중개사업 세 가지 분야로 구분했다. 하지만 사실상 이 세 사업 사이에는 어떠한 칸막이나 제약이 없어 구분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제도적 개선을 요청하는 택시업계 목소리도 점점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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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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