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버스캠페인] ‘바로 정지할 수 있는 일단 감속’이 유일한 대책
상태바
[2020 버스캠페인] ‘바로 정지할 수 있는 일단 감속’이 유일한 대책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04.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고지표 개선돼도 보행사고 안줄어 문제
사회적 고령화, 보행사고 증가의 원인으로
운전자 자의적 판단 지양...주의력 높여야

 

[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교통안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경찰청이 올들어 특별히 강조하고 있는 문제로, 보행자 교통사고 줄이기의 중요성이 유독 부각되고 있다.

그것은 국가 교통사고 지표 거의 대부분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보행자 교통사고는 큰 변화가 없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 교통사고 사망자 수의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행 중 사망자는 모두 1487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781명의 39.3%를 차지했다. 2014년 1910명이던 보행 중 사망자는 2015년 1795명. 2016년 1714명, 2017년 1675명으로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고는 있으나,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자 비중은 꾸준히 4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같은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19.7%의 약 2배 수준이다.

여기서 버스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한국운수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버스에 의한 보행교통사고는 버스 차량의 보도 침범, 일반 보행자사고, 무단횡단 보행자 사고, 횡단보도 사고, 승차 중 사고 등으로 연간 약 1만1천여건이 발생한다. 여기에는 버스의 차대 사람 사고 중 가장 빈도가 높은 차내 전도사고를 빼면 대부분이 소위 보행자 사고다.  

그렇다면 왜 버스에는 보행자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는가. 버스는 대표적인 여객운송사업으로, 그 특성상 언제나 여객과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점이 보행자교통사고의 빈도를 높이는 중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차체가 크고 차량 주변의 보행자 이동 공간이 넓은 버스의 경우 보행자와의 접촉이 사업용자동차들 가운데 가장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이것이 버스의 보행자 교통사고 빈발 요인 중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이외에도 버스에 타기 위해 승객이 승강장에서 도로로 내려오는 경우, 또 승차장으로 접근해오는 버스에 다른 사람보다 먼저 타기 위해 신속히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 등 보행자가 단순히 법규 위반행위를 함으로써 촉발되는 사고가 아닌, 또다른 유형의 행동에 의해 사고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이 버스에는 얼마든지 내재돼 있다. 그러므로 버스 교통사고에서 보행자 교통사고만 최소화 시킬 수 있다면 전체 사고율 역시 현격히 감소할 것이란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보행자의 특성은 무엇보다 도로 위에서 자신의 위주로 상황을 판단한다는 점이다. 멀리서 자동차가 다가오고 있으나 "자동차가 오기 전에 네가 길을 건널 수 있을 것"이라는 오판을 하기 쉽다. 또 "자동차가 알아서 속도를 줄여주겠지"라는 식의 방심도 작용한다. 이것은 보행자의 일방적 판단이므로 정상적으로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는 운전자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상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운전자의 입장에서는 이 속도로 그대로 운행한다면 사고가 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으나 대부분의 경우 보행자가 보행속도를 높이거나 자동차가 지나간 다음 통행을 재개하는 등의 보행자가 상식적으로 움직여 줄 것으로 믿게 되나 이것 역시 보행자와 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또 다른 보행자의 특성으로는 자동차가 언제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들이닥칠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거나 무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한마디로 '방심'으로 표현되나 보행자 교통사고 시 보행자 과실의 상당부분이 이 같은 유형으로 꼽힌다. 따라서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이런 유형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보행자를 의식해 속도를 현저히 낮추거나 일단 정지하는 습관을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보행자 교통사고와 관련해 특별히 주의를 환기시키는 것은 교통약자의 보행교통사고와 관련된 문제다. 교통약자라 하면 장애인이나 유아, 노인, 환자, 임산부 등 신체기능이 정상이 아닌 상태로 교통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이들의 보행은 정상인보다 월등히 긴 시간을 요하게 된다. 같은 장소에서 정상인이 도로를 횡단할 때에 비해 교통약자가 도로를 횡단할 때는 2∼3배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교통약자를 운전자가 한 눈에 식별해 주의운전에 돌입하기란 쉽지 않다. 운전자의 시각은 차창을 통해 들어오는 사물의 외관의 구체적인 형상을 인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사람이 도로를 횡단하고 있구나"라는 인식을 가질 뿐 "저 사람은 교통약자다. 속도를 최대한 줄이자"라는 생각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도로 횡단을 진행중인 교통약자는 자동차가 접근해 올 때까지 미처 횡단을 끝내지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 있으며 보행자 교통사고도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돼 있다. 이같은 보행자의 일반적 특성을 운전자가 충분히 이해한다면 이에 적합한 사고예방 요령을 미리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고령자를 포함한 교통약자들은 왜 보행 중 교통사고를 많이 당할까? 그리고 무단횡단 사망 점유율이 왜 높을까?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몇가지를 꼽고 있다. 고령자의 경우 운전 면허증이 없는 이가 많고, 어린 시절 자동차교통에 관한 경험이 적고, 이후에도 마땅한 교통안전 교육의 경험도 없어 교통안전에 관한 지식 정보가 태부족하다는 것이 우선 지적된다. 보행 중 교통사고를 당한 고령자 대부분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동차가 나에게 달려들었다’고 주장하거나, ‘괜찮을 것(무단횡단을 해도 사고를 당하지 않을 것) 같았다’고 말한다고 한다. 터무니 없는 자의적 상황판단이 최악의 위험으로 내몬 결과다.

다음으로는, 다차선 도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도로(광로) 사정이 보행자 사고 발생 가능성, 특히 고령자 보행 중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도로 폭이 넓기 때문에 신체조건이 좋지 않은 고령자가 안심하고 도로를 횡단하는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리게 돼 예상하지 못한 위험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몇가지 사유가 있으나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떤 경우든 동일하게 적용되는 운전요령이 있다. 즉 보행자가 보행중인 곳에서는 일단 속도를 줄이고 주위 보행자의 움직임에 유의해 운전을 하라는 것이다. 운전자가 자의로 상황을 해석해 관성운행을 한다든지, 평소의 습관대로만 한다면 보행 교통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각별히 인식해야 한다.

버스의 보행 교통사고는 그 결과가 매우 치명적이다. 자동차 가운데 대표적으로 덩치가 크고 무거운 버스 차량과 보행자가 부딛쳤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버스 운전자는 버스라는 운송수단의 경우 보행자가 버스 승차를 위해 버스 차량의 전후방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버스를 향해 접근해온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또한 대도시지역의 버스전용차로 구간에서 정류장에서 정차 후 출발하는 버스에 기어이 승차하고자 전용차로를 무단횡단하는 보행자를 충격해 일어나는 사고, 번화가 등에서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버스 승차를 위해 몰려드는 경우, 인적이 드문 농어촌지역에서 한가로이 운행하는 버스에 앞으로 뛰어드는 지역민의 무단횡단사고 등도 대표적인 보행자 사고를 야기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버스 운전자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무조건 즉시 서행을 해 보행자의 안전에 우선해야 한다. 설사 보행자가 무단횡단 등 교통법규를 위반해 움직이는 경우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곧바로 차량을 멈춰세울수 있는 속도로 ‘일단 서행’을 한다음 다음 행동을 판단해 안전하게 이동하는 것이 유일한 대책이라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