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대리운전의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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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 확보를 위한 대리운전의 법제화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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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리운전은 1981년에 시작됐다. 당시 경찰청은 음주측정기로 음주운전 단속을 시작했고, 음식점 등은 업소 차원의 서비스로 취객의 차량을 집까지 대신 운전해주면서 초기에 자리를 잡았다.
2003년 후반부터 이 서비스는 전국적으로 대형화·조직화되면서 2020년 현재 대리운전업체 3천 개소, 대리운전자 16만 명 규모로 성장했다. 대리운전 시장규모도 연간 약 2조8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빠르게 몸집을 키웠다. 특히 2019년 6월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혈중 알코올 농도 0.03%로 강화된 후에는 아침 출근시간대에도 대리운전 이용률이 급증하기도 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대리운전 이용률은 줄고 대리운전자의 수입은 적게는 25%, 많게는 75%까지 감소하고 있다.
대리운전업은 다른 서비스업과 달리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 세무서에 신고만 하면 사업을 할 수 있고 설사 신고를 하지 않고 영업을 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리운전의 사회적 편익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미비로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결과 질 낮은 서비스, 생계형  운전 미숙자의 진입, 과속경쟁으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사고발생 시 손해배상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리운전자는 업체로부터 서비스를 위탁받아 도급계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일반 근로자와 유사한 경제적 종속성이 있음에도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지 못해 부당한 처우나 불공정 거래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일자리를 잃거나 수입이 급감한 사람들이 대거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사고가 났을 때도 문제다. 대리운전 기사가 사고를 내고 도주하거나 대리운전 증빙이 안되면 뺑소니사고나 음주운전의 누명을 쓰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타인과 자신의 신체·차량 피해 모두를 대리운전 이용자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대개 이러한 문제는 처음 접하는 차종에 대한 운전미숙이나 황금시간대 콜 확보를 위한 과속운전, 주로 야간에 운전해야 하는 요인들로 인한 것이다.
또한 대리운전자의 교통법규 위반 과실이 이용자에게 전가되는 문제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과속, 신호위반 등의 교통법규 위반 시 범칙금은 차주에게 고지되고 납부 의무가 발생하며, 대리운전 이용자가 대리운전업체나 대리운전자에게 범칙금 납부를 요구할 경우 회피하는 사례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부터 20대 국회에 이르기까지 총 10건의 대리운전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모두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미국이나 유럽 여러 나라들도 대리운전 유사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사업 자체가 활성화되어 있지는 않다.
유일하게 일본이 별도 입법을 통해 대리운전을 관리하고 있다. 일본은 음주운전자 및 환자, 장애인 등 여러 이유로 운전이 불가능한 사람의 의뢰에 의하여 자동차를 대신 운전해 주는 서비스를 대리운전업이라 규정하고, 정부의 관리감독을 받게 하고 있다. 대리운전자의 보험가입 의무화, 대리운전 중 사고발생 시 손해보상, 무보험 대리운전 시 차주의 책임보험에서 보상하는 등 사후관리도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대리운전업과 관련해 시장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법제화보다는 자율규제로 풀고 있다. 그러나 대리운전업체의 난립, 대리운전자에 대한 불공정 관행 및 이용자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자율규제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해결방안은 결국 법제화밖에 보이질 않는다. 먼저 대리운전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업체, 운전자 및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할 것이고, 그 다음 대리운전에 관한 입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대리운전 입법 방안으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거나 개별법을 제정하는 방식이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여객자동차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거나 운송플랫폼 또는 자동차를 확보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하는 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규정하고 있다. 운전자가 없는 대여사업도 이 법에 담고 있는데, 운전자를 규율할 필요가 있는 대리운전을 이 법에서 규정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대리운전업을 신설하고 대리운전자에게는 사업용자동차 운전자에 준하는 규정을 두면 어떨까 한다.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처럼 개별법을 제정해 사업자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이 법의 울타리에 들어오게 되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해 대리운전자의 자격제도 도입 및 교육(체험교육 등) 이수 의무화를 통해서 자격을 갖춘 운전자들이 대리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고를 많이 일으키거나 음주운전 경력 등 위험성이 높은 운전자를 배제할 수 있는 결격사유 등 최소한의 규제만으로도 현재 대리운전의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소할 수가 있다.
빠른 시간 내에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대리운전이 법제화를 통해 새로운 교통 분야의 한축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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