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띄운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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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띄운 자전거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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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필자의 집이 있는 일산은 자전거 이용이 행복한 도시다. 넓은 호수공원의 산책로와 파주 통일동산까지 이어지는 확 트인 강변 들녘 길을 씽씽 달릴 때면 새삼 살아있음을 만끽한다. 전동 킥보드, 스쿠터 등 다양한 퍼스널 모빌리티가 있지만 자전거는 우리 인간의 몸체가 엔진이 되어 움직이는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페달을 밟으며 나아갈 때 인간의 심장은 힘차게 뛰고 우리의 삶도 활기를 찾는다. 

걷기는 좀 지루하고 그렇다고 차를 운전하기도 마뜩치 않을 때, 자전거는 최고의 교통수단이다. 복잡한 시내에서 잦은 신호등과 주차에 시간을 허비해야 하는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오히려 빠를 때가 많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이용할수록 그 소소한 매력에 빠지는 즐거움이 있다.  
     
요즘 코로나로 자전거 열풍이 뜨겁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면서 출퇴근이나 레저용으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최근 2-3개월 동안 자전거 판매량이 전년 대비 60% 증가했고, 전기자전거는 85%, 레저용 자전거는 120%나 늘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도 자전거 이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자전거 구매 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전거 이용이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 전기자전거는 중단거리 출퇴근 수단으로 각광 받으며 최근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5월 발간한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행태의 변화’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분기 전국 자전거 판매량은 전년대비 45% 증가했으며, 코로나 확산세가 한창이던 3월에는 69%나 증가했다. 삼천리자전거, 알톤스포츠 등 그동안 침체를 면치 못했던 국내 자전거 업체들도 자전거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항간에는 코로나의 수혜자가 마스크와 자전거 업체라는 얘기도 있다. 

정책은 타이밍이다.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자전거 붐이 일기 시작하는 이번 기회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는 근거리 대중교통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버스나 지하철 이용의 접근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동시에 레저 겸용 수단으로 코로나 사태와 같은 폐쇄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도 시민들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지자체에서 친환경 수단임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자전거 활성화 대책을 시행해 왔으나 기대만큼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자전거 붐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미국 시애틀의 사례는 하나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시애틀에는 미국 최고의 자전거길 10곳 중 2곳이 있을 정도로 자전거 이용이 매력적인 도시이다. 시애틀 주변 약 70마일 반경의 해안과 호수, 산악지대는 물론 주택가 공원과 도심에 이르기까지 실핏줄 같은 각양각색의 크고 작은 자전거길이 도처에 조성되어 있다. 시애틀의 자전거 길은 거창한 자전거 전용도로에 집착하기 보다 이미 만들어진 다양한 도로나 샛길, 시설 등을 최대한 활용한 아기자기 하고 편안한 인상을 준다. 
 

자전거 길의 중간에는 우리의 올레길 안내와 같은 자전거 이동방향의 안내표지가 있고 군데군데 자전거 무상 수리 센터와 원두막 형태의 자전거 쉼터들도 있다. 자전거 쉼터엔 자전거 이용 안내지도와 팸플릿을 구비해 놓고 있다. 자전거 장착 캐리어를 단 시내버스는 출퇴근의 혼잡한 시간에도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친절하게 자전거를 싣고 내려준다. 버스나 지하철의 대중교통 환승정류장에는 자전거 거취대는 물론 헬멧 등 간단한 물품을 넣어둘 수 있는 보관함도 만들어 놓았다. 

시애틀의 현지인들은 이처럼 잘 정비된 자전거 인프라를 이용하여 출퇴근뿐 아니라 전문가급의 사이클링과 레저 활동을 즐긴다. 도시 외곽의 주택가에서 시내중심의 목적지까지 자전거 지도를 보며 여기저기 다양한 코스를 경험해 보는 것은 시애틀의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의 하나다. 최근에는 코로나로 자전거 열풍이 불면서 자전거 투어가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도 부각되고 있다. 

시애틀의 사례가 주는 시사점은 자전거 전용도로와 같은 전시용 성격의 인프라 건설에 집착하기보다는 기존의 다양한 길이나 시설 등을 활용한 이용자 중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세심한 배려가 있으면 얼마든지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법과 자전거 이용활성화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앞으로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형태의 퍼스널 모빌리티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세심한 배려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이참에 손쉬운 자전거부터 살려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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