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사업에 매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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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사업에 매진하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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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규 전남자동차매매조합장

중소벤처기업부의 중고자동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결정을 눈앞에 두고 있어 관련 업계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만약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된다면 앞으로 5년간은 대기업의 진출이 원천적으로 봉쇄됨에 따라 중고차판매 사업자들의 업권보호가 일정 부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온다면 업계의 줄도산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중고자동차 판매사업자들의 입장을 밝혀보고자 한다. 1970년, 울산의 모래벌판 위에 세워진 조선소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던 일이었다. 자본도, 기술도 없던 시절, 그곳에 조선소가 세워지리라고 믿었던 사람은 故 정주영 회장 단 한 사람뿐이었다. 황량한 울산 모래벌판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영국의 투자전문회사를 찾아가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의 절반에 해당하던 4500만불의 차관을 얻어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를 만들어냈던 故 정주영 회장이 상환 능력을 의심스러워하는 영국의 투자전문회사 애플도어의 롱바텀 회장을 단박에 설득시킨 일화는 너무나도 유명하다.

영국의 롱바텀 회장을 만난 고인은 주머니에서 거북선 그림이 그려진 500원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펴놓으며 우리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이나 앞선 1500년대에 이 거북선을 만들어냈고 이 거북선으로 일본과의 전쟁에서 일본을 물리쳤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자금만 확보된다면 훌륭한 조선소와 최고의 배를 반드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라고 했고 결국 롱바텀 회장은 고인의 기지와 배짱이 어우러진 간곡한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후 고인은 조선소 도크 건설과 동시에 26만톤짜리 두 척의 배를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필자는 말하고 싶다. 제발 대기업은 대기업다운 사업에 매진하라.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그 명성이 확고한 국내의 몇몇 대기업들이 소상공인들의 먹거리에 눈독을 들이고 실제로 그들의 사업 영역까지 침범한 사례는 이미 비일비재하다. 그때마다 중소상공인들은 별다른 저항을 해보지 못하고 거리에 나 앉았고,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필연적 이유로 그 기업에 비정규직으로나마 일해야 하는 비애를 감수해야 했다.
중고차매매업을 대기업이 해야 한다는 그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판매자와 소비자 정보가 비대칭인 시장 구조(레몬 마켓) 개선을 위해서란다. 대기업이 중고차판매상을 직접 개점하여 운영한다 해서 이 부분이 개선된다는 생각은 큰 오산이다. 실제로 똑같은 연식에 똑같은 옵션을 장착한 동일한 모델의 중고차도 그 차량의 색상, 주행거리, 사고유무, 실내외의 청결상태, 각종 소모품의 마모상태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가격 책정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부존재 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상황에서 어쩌면 이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보는 이마다 차량의 상태가 조금씩 달라 보일 수밖에 없는 중고자동차의 특성상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가격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혹자들은 이런 중고자동차만의 고유한 시장 특성을 마치 기존 매매업자들의 비도덕적 측면인양 비난해댄다. 그분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중고차 판매 사이트들을 한번 들여다보라. 같은 연식에 똑같은 옵션의 상품들이 앞서 말한 바와 같은 이유 등으로 다양한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음이 어렵지 않게 확인될 것이다.

또한 그들은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은 소비자 후생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역시 어불성설이다. 지금 현재 소비자가 중고차 시장에서 차량을 구입하면 자동차관리법에 의해 소비자 권익보호 차원의 여러 조치를 받는다. 예를 들어 성능점검 상태확인서를 발부받고, 성능점검 상태 점검자의 오류를 책임지는 보험가입증명서까지도 발부받는 것이 그중에 하나이다. 이것으로도 부족해 매매업자가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있는 하자보증 성격의 보증보험 가입증권도 고지 받는다. 원부조회, 보험사고이력조회, 침수조회 고지 서비스 등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단계의 소비자 권익보호 절차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계에는 이를 잘 지키지 않는 일부 부도덕한 업자들도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나 모든 산업과 경제 각 분야에서 일부 사업자들의 비도덕적 행태는 어느 분야에서나 늘 존재하지 않는가? 그때마다 모든 사업을 대기업에게 넘기고 일부 혼탁한 시장을 깨끗하게 정화시켜 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정부에 묻고 싶다. 중고차 판매업자들이 더이상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이 정부는 우리에게 또 무엇인가를 제안해 보라. 소비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 우리는 이 힘들고 어려운 경기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지금보다 더 나은 제도를 받아들이고 수용할 준비가 충분히 되어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소비자권익을 위해 우리에게 요구해왔던 것을 우리가 거부하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게 도대체 있었던가? 이제 우리는 더이상 물러설 곳도 돌아갈 곳도 없다.

중고자동차 판매업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만이 우리 영세 사업자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인식하고 얼마 남지 않은 생존권 사수를 위해 우리는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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