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속도로 운영사인 한국도로공사가 내건 슬로건이 관심을 모은다. 한국도로공사는 지난 주 ‘화물차 안전운전, 생명을 지키는 든든한 힘입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화물차 안전운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슬로건 선포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2015∼2019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화물차 관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23명으로, 전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의 48.5%를 차지했다. 또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감소 추세지만, 전체 사망사고에서 화물차 관련 사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되레 늘고 있다고 도로공사는 설명했다. 결국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화물자동차의 교통사고는 다른 자동차의 교통사고 감소에도 불구하고 달라진 점이 없다는 얘기다. 고속으로 운행중인 고속도로에서의 교통사고로도 화물차 단독사고에도 다른 자동차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촉발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고속도로 교통안전의 핵심은 다름 아닌 화물자동차라는 이야기다.

장거리 화물운송을 위해 운행되는 화물자동차는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운행시간을 줄이는 것이 물류비 절감에 도음이 되며, 운전자 입장에서도 운행시간 단축은 운전 피로 감소와 휴식시간 보장 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속도로는 고속운행에 따른 교통사고의 위험과 함께 만약의 사고시 피해 정도가 다른 도로에 비해 월등히 심각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운전이 요구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화물자동차에 대한 교통안전의 중요성은 일찍부터 강조해왔고, 화물운송업계나 물량 생산업계 모두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최근 화물자동차의 고속도로 교통사고 결과는 달라지지 않고 있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이번 호에서는 화물차의 고속도로 교통안전 문제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한다.

일반적으로 고속도로 사고는 곡선보다 직선도로에서 많이 발생하고 있고 직선도로 사고지점의 대부분은 분기점, 나들목, 휴게소의 진출입로나 톨게이트 부근에서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대도시에 인접한 상습 정체지점과 목적지 부근에서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 사고원인은 전방주시 태만이 70%로 여전히 가장 많았고 이어 과속 11%, 차로 급변경 7% 순이다. 따라서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원인을 미리 파악하고 도로여건을 감안해 방어운전을 한다면 크고 작은 사고 피해를 막아 안전운행을 기약할 수 있다. 문제의 ‘전방주시’ 의무에 관한 사항이다. 운전자는 앞차의 후부만 바라봐서도 안되며 앞차의 전방까지 시야를 두면서 앞차가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동시에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화물차의 경우 적재물의 무게까지를 감안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제동거리가 다른 자동차보다 길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또 앞차뿐 아니라 뒷차의 움직임을 룸미러나 사이드미러로 수시로 확인하면서 방향지시등이나 비상등으로 차량의 진행방향이나 운전의도를 분명히 알려야 한다. 결국 사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추돌사고를 피하기 위해서는 주위 차량에 대해서도 잘 생각하면서 자기의 운전환경을 보다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 과속사고 위험이다. 고속도로에서 과속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대형사고로 이어져 큰 손실이 발생한다. 그러나 고속도로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사업용 화물차는 일상적으로 과속의 유혹을 받고 있다. 과속은 통제불가능한 운전의 변수에 대한 대처시간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 사고다발구간이나 갑작스러운 기상여건 변화, 달라진 도로여건에 따라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통제불가능한 운전요소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라도 과속은 안전운전에 가장 큰 위협요소라는 점을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또 고속도로 사고 통계에서 보듯이 고속도로 진출입로에서는 반드시 감속해야 한다. 휴게소를 들어가는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거나 분기점을 빠져나오는 운전자가 머뭇거릴 때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특히 장거리 운전 등으로 피로가 누적돼 있을 때는 감속에 대한 감각이 떨어져 사고에 빠져들 우려가 높으므로 특히 유의해야 한다.

셋째, 추월이나 차로변경 시 주의사항이다. 추월은 하지 않는 게 안전하겠지만 필요할 경우 기본적인 사항을 지켜 안전하면서도 신속히 감행해야 한다. 먼저 반드시 후방차량의 상태를 인지하면서 앞지르기를 실시한다. 앞지르기 차선으로 나올 때는 먼저 신호를 충분히 하여 다른 차량들이 내차의 의도를 알 수 있도록 한 뒤 진입한다. 만약 주변의 자동차가 방향지시등 점멸에도 불구하고 속도를 높이거나 그 차의 앞차 뒤꽁무니에 바짝 다가선다면 진로변경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사이므로 진로변경 시간을 늦추는 여유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차로변경시와 추월시에는 다른 자동차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넷째, 졸음운전이다.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가 꾸준히 20%를 상회하고 있다. 졸음은 과속 다음으로 사고위험이 큰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속도로를 운전할 때 직선도로가 이어져 운전이 단조로워지기 때문에 고속주행을 하면서도 졸리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충분한 수면이나 휴식이 확보되지 않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주행 후 휴식을 취하는 것은 물론, 주행 도중에는 실내공기를 일정시간마다 환기해 졸림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야간운전 시에는 낮시간보다 속도를 낮추고 앞차와 안전거리를 더 하면서 일정시간 운전 후 휴식을 취하는 운행계획을 미리 세워 졸림현상을 예방해야 한다.

다섯 번째로는 고속도로 공사구간을 유의해야 한다. 전국의 고속도로는 항상 크고 작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공사구간은 대부분 갓길이 없고 커브가 심하며 중앙분리대도 고정돼 있지 않아 사고 위험이 크다. 공사구간도 고속도로의 사고다발구간 중 하나라는 것을 반드시 유념해야 한다.

여섯 번째로 갓길 교통사고이다. 해마다 갓길 운행으로 30명 내외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갓길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하는 확률도 40%를 넘고 있다. 이처럼 갓길의 사고위험성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별 생각없이 갓길에 주차를 하다보면 야간에 주행차량으로 오인돼 사고를 유발하기 쉽다. 갓길 주정차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특히 야간에는 삼가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라도 위치표시를 확실히 해 다른 차량에게 정차된 것을 확실히 알려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같은 한여름 심야운행시의 방심 문제다. 화물차 운행 특성상 심야운행이 불가피하나, 이 시간대는 운행 차량이 크게 줄어들거나 거의 운행을 하지 않는 여건이 조성되므로 화물차에게는 쾌속운행의 여건이 마련된다. 이에 다른 자동차의 통행이 거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둔 화물차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속도를 높이거나 차선을 오고 가기도 하는데, 이때 화물차 주위를 달리는 다른 자동차가 있다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심야에 주변 차량에 대한 인식이 미미하거나 아예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화물차가 급가속이나 급차로 변경 등은 다른 자동차의 치명적인 사고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이처럼 고속도로 주행 시 유의해야 할 점들과 함께 고속도로 운행 시 사고예방을 위해 미리 준비할 사항들도 있다. 고속도로는 장거리 주행으로 인해 착시 및 착각현상은 물론 감각저하 현상으로 대형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운행 전에는 자동차에 대한 점검을 철저히 하고, 어디로 진입해서 어떤 시간대의 운행을 거쳐 어디로 나갈 것인가를 미리 파악해야 여유롭게 운행할 수 있으므로 절대로 무리하지 않게 된다. 고속도로 사고예방을 위해 준비할 것은 먼저 충분한 수면과 휴식으로 건강상태가 양호해야 한다는 점이다. 약물중독이나 음주운전은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요인이 되므로 절대 금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운행 전에는 운행계획에 따른 컨디션 조절이 이뤄져야 한다. 이밖에도 차량 정비점검이나 기상여건 확인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화물차의 경우 장거리 운전 시 기상여건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운행 중 기상변수를 갑자기 만났을 때 운행에 차질을 빚게 되나 일정에 맞추려 서두르다 보면 운전자는 안정감과 균형감각을 잃을 수가 있다. 따라서 장거리 고속주행 시 지역이나 계절별로 미리 기상여건을 사전점검해 운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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