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했던 가장이 또 음주차량에…”
상태바
“성실했던 가장이 또 음주차량에…”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7.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라톤 참가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3명 숨져
유족들 울분 “잘잘못 가려 제대로 처벌했으면”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사회에 퍼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에요. 너무 분하고 억울합니다."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다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A(65) 씨의 유가족들은 고인의 황망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A씨의 아내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든 듯, 주변의 부축을 받고서도 제대로 서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시신을 인도받기 위해 9일 오후 경기 여주시의 한 장례식장에 모인 A씨의 유가족들은 고인을 '가족과 운동밖에 모르던 성실한 가장'으로 추억했다.

A씨의 동생은 "형은 10년 넘게 개인택시를 운전하며 술·담배는 입에도 대지 않고 일과 운동만 하던 사람"이라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기대된다'는 말을 자주 했었는데 갑작스레 사고 소식을 전해 듣고 날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이어 "술을 마시고 사람을 치는 걸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고 너무 분하다"며 "잘잘못을 분명히 가려 제대로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성토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A씨는) 자녀도 없이 아내와 둘이 오순도순 성실하게 살던 사람"이라며 "며칠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개인택시 영업도 중단할 만큼 열정이 대단했는데 이렇게 가다니 황망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를 마치는 대로 고향인 전북 익산에 빈소를 마련해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음주운전이 계속해 발생하고 있는데 운전자들의 인식이 개선될 수 있도록 관련 교육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것은 상대 뿐 아니라 자신과 가족까지 망치는 길임을 스스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 등 3명은 이날 오전 3시 30분께 경기 이천시 신둔면 편도 2차로 도로 위〈사진〉를 달리다 B(30) 씨가 몰던 쏘나타 승용차에 치여 숨졌다. 당시 B씨는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8%를 넘는 만취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등은 부산시 태종대에서 경기 파주시 임진각까지 달리는 '2020 대한민국 종단 537km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 참가 중이었다. 지난 5일 오전 6시 태종대를 출발한 이들은 일정대로라면 10일 오후 1시까지는 임진각에 도착해야 했다. A씨 등은 이날 구간 곳곳에 설치된 '체크포인트'에서 안전장비 등을 점검하는 등 휴식을 취하고 다시 달리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