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독과점 지위 이용 반드시 중고차 가격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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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독과점 지위 이용 반드시 중고차 가격 올린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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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업계, 연일 ‘규탄’…시장지배력 강화 시나리오 강조
생존권 위협에 ‘진입→가격 방어→소비자 부담’ 불가피
열쇠는 중기부 지정 결정에 달려…논란은 현재 진행형

전통적으로 중고차 시장을 이끌던 오프라인 매매업계가 들끓고 있다. 당장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공식화되면서 ‘결사항전’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최근 매매업계는 연일 사업자단체 이름으로 “완성차가 진출하면 대량 실업 사태는 물론, 영세 사업자들이 직접적으로 생존권을 위협받아 ‘줄도산’이 자명한 만큼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며 대기업을 향한 ‘규탄 성명서’를 쏟아내고 있다. 대규모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매업계 주장은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불발되고 완성차가 시장에 들어오면 생계의 위협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독과점 시장 형성에 따른 불공정 경쟁 등 부정적 요인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서 예상과 달리 소비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로 중고차금융, 경매 등 계열사를 통해 인프라를 이미 갖추고 있는 완성차가 진입하면 시장 지배구조는 빠르게 재편될 수밖에 없다. 완성차 업계가 신차 제조에서 판매, 유통, 금융까지 직접 관리·통제가 가능해지면서 시장 잠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매매업계가 소수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영세 사업자들의 중고차 매입 경로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보통의 매입 통로인 소비자를 제외한 신차영업사원, 경매, 렌터카업체 등에서 대기업이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면 중소사업자들의 양질의 매물을 확보할 가능성이 낮아져서다. 시장 불균형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업계는 현재도 대기업이 경매사업에 뛰어들어 영세업체들에 대한 공급량이 줄어 그에 따른 가격 인상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진입 장벽이 무너지면 경영 부담 가중되는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 진출로 시장 정상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지만 대기업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면 중고차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가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완성차가 신차 부문에서의 매출, 영업이익 향상에도 중요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차 가격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중고차 가격을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또 신차 판매 대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물량을 조절하거나 브랜드 가치를 고려해 중고차 가격을 일정 수준 이상에서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 경우 부담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선언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의 열쇠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쥐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 2일 중고차 매매를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과 관련해 첫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었지만 입장 차가 커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업 진입을 5년간 더 막을지, 아니면 허용할지를 두고 논의가 본격 시작됐지만 갈등은 이제부터다. 매매업계의 강경 투쟁이 예고된 상태에서 중기부가 어떤 결정을 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시장 상황 조사 끝에 작년 11월 중고차 매매업은 생계형 적합업종에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냈다. 동반위에서 부적합 결론을 내린 것은 중고차판매업이 유일하다. 위원회는 소상공인 매출액 증가, 대기업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을 고려할 때 중고차 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시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도 반영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고차 시장의 사업 규모가 크다는 게 동반위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중고차 거래는 224만대로 완성차 판매량의 1.3배에 달했다. 시장 규모는 약 22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동반위의 의견을 받은 중기부는 오는 10월 새롭게 추가되는 생계형 적합업종을 선정·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상생협약만이 살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마저도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전국매매연합회는 "완성차 업체가 진출하면 소상공인 위주의 중고차 시장은 붕괴되고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며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되면 모든 수단을 동원에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매매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둘로 갈라져 있던 연합회를 통합해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전국매매연합회는 지난달 긴급총회를 열고 ‘연합회 통합’ 관련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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