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두고 포드·GM 등 완성차 업체 대리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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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이노 배터리 소송 두고 포드·GM 등 완성차 업체 대리공방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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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벌이고 있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소송전이 완성차 업체 간 대리 공방전으로 확대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LG화학이 2월 조기 승소한 가운데 10월 최종 판결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되는 이해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의 포드와 독일의 폴크스바겐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소송 결과에 따라 미국 내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미 당국에 전달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양사는 5월 미국 ITC에 제출한 서류에서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오는 것을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ITC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해 올 2월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ITC는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이의제기에 따라 최종 판결 전 재검토 작업 중이다. ITC의 10월 최종 판결에서 LG화학 승소 판결이 유지되면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등 관련 부품·소재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이 금지된다.

포드와 폴크스바겐이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하고 2022년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을 목표로 관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특히 포드는 2022년까지 모두 전기차 생산에 115억달러를 투자해 2022년에 F-150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 측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생산공정에 적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수입 금지 결정이 내려지면 자사 공장뿐 아니라 부품 공급처와 자동차 딜러 등 관련 종사자들의 일자리가 위험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폴크스바겐은 SK이노베이션이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조지아주에서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ITC에 요청하기까지 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배터리 공장을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다. LG화학은 포드와 폴크스바겐의 배터리 수요를 맞출 수 있다고 말하지만, 양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와 달리 LG화학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를 건설하는 GM과, 합작공장이 들어설 오하이오주는 LG화학을 지원하고 나섰다.

마이크 드와인 오하이오주 주지사는 5월 ITC에 의견서를 내고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지적 재산권을 훔쳤다"며 "이 불공정을 시정하지 않으면 미국에서 일자리를 최소 1100개 이상 창출할 LG화학의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GM 역시 4월 제출한 의견서에서 "지적재산·영업비밀이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며 LG화학 편을 들었다.

LG화학도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 공장 건설 현장 취업을 목적으로 불법 입국하려던 한국인 30여명이 미 당국에 적발돼 추방당한 사실과 배터리 소송 관련 증거 인멸 정황 등을 거론하며 SK이노베이션의 신뢰성을 지적하는 의견서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완성차 업체들의 의견서 제출에 대해 별도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양사 관계자들은 "소송 절차에 충실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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