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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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이스타항공 전철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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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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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인수 지연 책임 물으며 재실사 요구
금호·아시아나 ‘당황’…수용 여부로 고민
재계 일각에서는 “현산 인수 포기 아니냐”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 상황과 관련해 말을 아끼던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26일 재실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인수 상황에 중대한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지연과 관련한 책임을 모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돌리고 금호 측의 거래종결 요구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다만, 이날 현산이 산업은행 등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금호 측만 겨냥해 공세를 편 것을 두고 구주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달 14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현산은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인수상황 재점검 요청에 속히 응하라고 촉구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계약 종결의 선결조건인 해외 기업결합 심사 절차가 지난 2일 러시아를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으니 이제 인수를 종결짓자며 보낸 내용 증명에 대한 반격이다.

현산은 이날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이같은 내용 증명을 받았다는 것조차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며 침묵을 지켰다. “통상 인수·합병(M&A) 과정에서는 수많은 내용 증명이 오간다”는 정도로 해명하던 현산은 이날 거래종결 요구를 “계약상 진술 및 보장이 중요한 면에서 진실, 정확하지 않고 명백한 확약 위반 등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이는 현산이 줄곧 주장하던 내용으로, 기업결합 심사뿐 아니라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지켜야 할 선행조건이 있는데 금호 측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현산은 다음 달 중순부터 12주 정도 동안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에 대해 재실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2019년 반기 재무제표 대비 부채, 차입금, 당기순손실 증가, 부실 계약사에 대한 대규모 자금지원 등에 대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관련 계열사 지원, 계열사 간 저금리 차입금 지원,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투자손실 등도 문제 삼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을 자세히 살펴봐야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충족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종결에 대한 현산의 의무가 없다고 재차 강조한 것이다. 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4월 9일부터 이달 24일까지 총 15차례 공문을 보내 재점검이 필요한 세부사항을 전달했으나 현재까지 충분한 공식적 자료는 물론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산은 전례 없이 강한 어조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을 비판했다. 최근 불거진 ‘인수포기설’을 거론하면서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거래종결을 위한 노력보다는 계약해제를 내부적으로 이미 결정하고 그동안 이를 위한 준비만 해온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구심마저 드는 상황”이라고 공격했다.

이어 “계약상 근거 없는 일방통행식 거래종결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하면서 시간을 허비하고 있음에도 오히려 현산이 조건 재협의 절차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한 해결책 마련에는 미온적이면서 인수조건 재협의를 구실로 계약해제만을 염두에 두고 보여주기식 거래종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금호·아시아나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이 전대미문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국내외 기업결합신고를 차질없이 진행했고 어려운 금융시장 상황에도 유상증자, 사채발행 등을 통해 인수자금을 예정대로 조달하는 등 인수를 위한 절차에 최선을 다해 왔다”고 자신들의 책임이 없음을 강조했다.

현산 측의 공세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당황한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는 현산이 보낸 공문 내용을 검토하면서 재실사 수용 여부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은 “성공적인 M&A 종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으며, 앞으로도 당사가 거래종결까지 이행해야 하는 모든 사항을 성실하게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항공업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한 것처럼 결국 현산도 아시아나 인수 포기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게 아닌가 싶다”며 “인수 무산의 책임이 자신에게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이날 현산이 채권단은 언급하지 않고 금호 측을 비판한 것을 보면 구주 가격을 낮추거나 재협상에서 금호 측을 배제하려는 전략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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