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스타 M&A 무산 후폭풍 대량 실직에 LCC 줄도산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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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스타 M&A 무산 후폭풍 대량 실직에 LCC 줄도산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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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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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전 예고한 이스타항공…노조는 "이상직 부녀 검찰에 고발"
제주항공, 유상증자 성공 관건…고용유지지원금 연장도 변수

 

[교통신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이 끝내 무산되면서 가뜩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고사 상태인 항공업계에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소송전 돌입을 예고한 이스타항공의 파산과 대량 실직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의 '줄도산' 가능성에 대한 공포도 확산하고 있다.

정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일단 제주항공을 상대로 한 계약 해지 무효 소송에 '올인'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 23일 "제주항공의 주장은 주식매매계약서에서 합의한 바와 다르고 제주항공은 계약을 해제할 권한이 없다"며 소송전을 예고한 상태다.

국토교통부가 이스타항공이 '플랜B'를 먼저 마련하면 정부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이스타항공은 현재 '플랜B'로는 신규 투자자 유치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자금지원밖에 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전북도와 군산시 등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데 이어 신규 투자자 물색에도 나섰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반면 노조는 하루빨리 기업 회생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은 "정부는 노동자의 고용 유지를 위해 '플랜B'를 지원해주겠다는 건데 그러려면 회생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며 "회사가 실효성 없는 투자자 유치와 소송에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책임론도 재차 불거지고 있다. 박 위원장은 "사측은 이상직 의원이 지분을 내려놓지 않기 때문에 회생으로 가는 걸 기피하는 것"이라며 "법정 공방이 오가면 모든 비리와 경영 부실이 나올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이 의원과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작 이 의원은 KBS전주 라디오에 출연해 "지방자치단체와 도민이 향토기업인 이스타항공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한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비난 여론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 의원이 사재 출연을 하든, 직접 정유사와 리스사를 만나 미지급금 해소에 나서든, 뭐라도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금 상황에서는 이 의원에 대한 특혜 시비가 부담돼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스타항공의 파산과 대량 실직이 현실화하면 이 의원은 물론 인수 주체였던 제주항공과 주무 부처인 국토부를 향한 비난과 책임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주항공의 경우 작년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이어 이스타항공 M&A에 나서며 경쟁사 2곳을 실사를 통해 속속 들여다본 뒤 물러난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물론 제주항공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 여파로 제주항공 역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올해 1분기 영업손실 657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적자 폭을 더 키울 것으로 보인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한달 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집계한 결과 814억의 영업손실이 예상됐다.

1분기 기준 자본 총계는 2237억원, 부채는 1조815억원으로 부채비율이 483%에 달하는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시 추가 자금 투입 등을 고려하면 부채비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미지급금 1700억원이 해소된 것도 아니고, 정부의 인수 금융 1700억원이 결국 빚인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인수 후 부채비율 급등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의 중재 노력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스타항공이 23일까지 계약을 이행하라는 공문을 재차 보낸 것도 인수 포기 결정에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일단 조만간 진행할 158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당장 2대 주주인 제주도가 코로나에 따른 예산 부족을 이유로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80억원에서 40억원으로 줄이는 등 유상증자 성공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1600억원이 성공적으로 조달된다고 해도 국제선 수요가 크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영업적자가 지속해 연내 현금이 또다시 소진될 것"이라며 "여전히 하반기 자금 조달 이슈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M&A 성사를 위해 적극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23일 브리핑을 열고 "6월 이후만 해도 양사 최고경영자(CEO)를 6번 만났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재편이 차질을 빚은 가운데 코로나 여파로 국내선에서 출혈 경쟁 중인 LCC 업계에서는 "다음 차례는 누구냐"는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최대 성수기인 여름 휴가철도 예년과 같은 실적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기한(연 180일) 만료가 임박해 대부분의 항공사가 8월 이후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만큼 조만간 사상 초유의 대규모 실업 대란이 벌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LCC 사장단은 지난 22일 국회를 찾아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연장을 통해 대량실업과 항공산업 붕괴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LCC 업계의 추가 지원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김상도 실장은 "항공사가 파산 위협을 겪는 것은 운영자금 문제가 가장 크다"며 "일단 운행 재개를 빨리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코로나 관리가 잘 된 나라 위주로 선별적으로 운항을 재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장기화하는 데다 또 다른 '빅딜'로 꼽혔던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여부도 불투명한 만큼 항공업계의 위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여부에 따라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운명도 미지수다. 이미 자본 잠식에 빠진 만큼 분리 매각이 되더라도 성사 여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하반기에 못 버티는 항공사가 나올 수도 있다"며 "계속 마이너스인 기존 LCC보다 차라리 올해 신규 취항해 '0'에서 출발하는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의 상황이 더 낫다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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