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과 교통정책은 국민기본권 개념으로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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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과 교통정책은 국민기본권 개념으로 접근해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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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최근 문재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보면서 인간의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았다. 너무나도 오래전인 초등학교 시절에 교과서를 통하여 습득하고 깨우쳤던 것이다. 요즈음 주택정책을 보면서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울러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 매우 근본적인 질문을 나에게 스스로 던져보았다.

과연 인간으로 태어나서 가장 기본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사람이 입고, 먹고, 잠을 자야 지속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인간의 욕망에 따라 추가적인 요소가 첨가될 수도 있겠지만 국가와 사회가 지속적으로 영위되기 위해서 모든 사람에게 꼭 제공되어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익히 들어왔던 그 유명한 의식주(衣食住)이다.

물론 산업의 발전 형태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수요소가 첨가될 수는 있을 것이다. 예컨대, 1차 산업 위주의 농경사회에서야 의식주만 해결되면 되었다. 2, 3차 산업이 왕성한 요즘 시대에서는 교통(行)이 삶의 필수적인 요소로 등장하였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당연히 인터넷, 모바일 기기 사용 등 통신(通)도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을 것이다.

종합해보자. 2020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인간으로 살기 위하여 꼭 필요한 것을 꼽는다면 의식주행통(衣食住行通)이다. 여기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최소한 수준의 의식주행통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국민은 모두 당연히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이것이 국민기본권의 개념이다.

국민기본권에 대한 해석은 철학의 문제이다. 따라서 국민기본권을 해결하는 방식도 국가별로 상이하다. 우선 국가가 모든 것을 소유하고 모든 국민에게 동일한 수준으로 국민기본권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사회주의이다. 반면 개인이 소유하고 개인의 능력에 맞게 해결하는 것이 자본주의 방식이다. 수정 자본주의는 저소득층에게는 국민기본권 행사까지만 국가가 보장하고 그 이상의 수준은 개개인이 능력껏 알아서 하라는 말이다. 

사회주의는 매우 인간적인 방식인 것 같이 보이나 개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관계없이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공급받기에 잘 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 혼자 열심히 하여 생산량을 늘린다고 해도 n분의 1로 평가절하되기 때문에 하향 평준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다 못 살아간다는 것이다. 까딱 잘못하는 경우 북한과 같이 전체 국민이 똑같이 국민기본권을 누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석유 등 국가 자원이 풍부하고, 외침으로부터 자유롭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참으로 재미있는 것이 사회주의 지도층은 이 기본권을 초과하여 잘 살 수 있는 것을 용인한다는 것이다. 다만, 지배층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적어야 한다. 대충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비율은 1:9이다. 사회주의 공산당원이 대충 10%인 점을 눈여겨 볼일이다. 이렇게 사회주의 지배층은 특별한 대우를 받기 때문에 사회주의는 지속가능할 수도 있다. 국민의 90%가 동일한 대우를 받기에 상대적으로 불만이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의식주행통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그 수준이 사뭇 다르다. 인간의 능력 차이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소득층은 국민기본권을 못 받을 수도 있기에 매우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국가가 수정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기본권 수준의 생활도 자력으로 쟁취하기 어려운 저소득 국민에게는 각종 생활비용보조금을 지급하여 전 국민에게 의식주행통의 국민기본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고소득층, 중산층, 저소득층은 대충 3:4:3이다. 그래서 소득 상위 30%와 하위 30%를 불균등의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은 크게 2가지이다. 저소득층에게는 생활비용보조금 형태로 지원하여 국민기본권을 행사하도록 지원한다. 고소득층에게는 필요에 따라 누진세율을 적용하여 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고 경쟁을 통하여 생산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자본주의가 더 적합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수정 자본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의식주행통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제공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우선 요즘 시대에 옷이 없어서 살기 힘들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눠 쓰기 문화도 풍부한 덕이다. 그러니까 국가가 옷값을 통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엄청난 옷값을 치러야만 구입 가능한 옷도 있다. 그건 개인적인 취향과 능력의 문제이다. 먹는 것도 다소 국가가 개입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이 먹고 사는 데 꼭 필요한 식재료를 포함한 생필품에 대한 가격은 통제한다. 물론 이를 제공하는 이들에게는 국가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잘 먹는 것까지는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통신도 대동소이하다. 국가가 유·무선 통신료를 국민수준에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이러한 수준의 생활도 자력으로 쟁취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국민에게는 각종 생활비용보조금을 지급하여 전 국민에게 의식주행통의 국민기본권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통기본권과 주택기본권에 좀 더 집중해보자. 왜냐하면 교통과 주택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통기본권을 제공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다양한 방법이 동원이 된다. 우선 대도시 대중교통수단에게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대중교통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서울시만 버스와 지하철 운영 적자 보전으로 매년 1조원을 대중교통운영자에게 지급하고 있다. 농촌지역의 100원 택시, 철도의 공익서비스(PSO) 지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고소득층의 고급승용차, 1가구 다 차량 가구에게는 이에 걸맞는 세금을 부과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차를 팔아야 만 세금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면 안 된다. 그것은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금지 행위이기 때문이다.

주택문제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저소득층 위주로 임대 아파트를 지어 저렴하게 제공해야 한다. 나머지 무주택자는 월세나 전세로 주택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1가구 다주택자가 있어야 무주택자에게 임대가 가능하지 않는가? 1가구 다주택자에게 징벌적인 과세는 당장은 속 시원할지 몰라도 자본주의 경제 질서를 통째로 왜곡하여 심각한 후유증을 발생시킬 것이다. 소유자의 수입으로는 감당이 안 되고 주택을 팔아야만 주택 관련 세금을 낼 수 있는 수준은 이미 세금이 아니다.

좌우간, 세금으로 주택의 불균형을 일부 잡을 수 있겠지만 주택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국가는 주택 고소득층에게는 적절한 주택 관련 세금으로 불균등을 완화하고 나머지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 하에 시장경제에 맡겨야 한다. 국가는 오로지 저소득층 국민이 주택기본권이라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에 매진해야 한다. 이게 자본주의 체제에서 국가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 다음 호에 ‘양질의 교통서비스가 주택가격을 안정화한다’로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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