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통행방지용' 시설물에 아파트 단지 휠체어 이용자 울상
상태바
'오토바이 통행방지용' 시설물에 아파트 단지 휠체어 이용자 울상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8.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목마다 표지판·철제구조물·화분…이동 막아

 

[교통신문]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신모(54)씨는 최근 집을 나섰다가 곤란한 상황을 겪었다.

가까운 공원이나 지하철역으로 통하는 아파트 단지 내 보행자용 인도가 기다란 쇠막대와 표지판 등 '통행 방지용' 시설물들로 막힌 것이다. 지체 장애가 있는 신씨는 평소 휠체어를 이용하고 있어 더는 그 길을 이용하지 못했다.

시설물이 높지 않아 비장애 보행자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지나갈 수 있었지만, 휠체어 이용자에겐 커다란 벽과 다를 바 없었다. 신씨의 앞을 막은 시설물들은 해당 아파트 측에서 오토바이나 자전거 통행을 막기 위해 설치한 것이었다.

신씨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이동에 불편함을 겪으면 집 밖으로 나오기가 어려워진다"며 "빠르고 안전한 길을 두고 다른 길로 돌아가려면 그만큼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 측에서 시설물을 설치한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오토바이나 전동킥보드 등이 오가다 보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이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내 오토바이 통행으로 인한 위험성을 줄이고 바닥재를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설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없는 아파트를 표방하며 지어진 신축 아파트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주민들이 통행하는 길에 오토바이 등 차량 통행을 제한하기 위해 각종 시설물을 설치해두는 경우가 빈번하다. 대부분의 신축 아파트에는 '오토바이 지상 진입 금지' 등 통행 금지 문구를 써 붙인 표지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지상으로 출입할 경우 고발 조치하겠다'는 안내문을 부착한 곳도 있을 만큼 단지 내 차량 통행에 대해 민감한 모습이었다. 아파트 길목 곳곳에는 표지판부터 철제 구조물·화분 등 다양한 형태의 시설물들이 차량 통행을 막고 있었다.

신씨와 같은 교통약자들은 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다. 신씨는 "과거에도 같은 문제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어 해결됐지만, 이번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며 "그냥 열 받고 말아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는 "신축 아파트들은 언뜻 보기에 이동 편의가 보장된 것처럼 보여도 단지 곳곳에 배치된 시설물로 인해 교통약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수의 안전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운 이들의 불편함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최소한의 이동 통로가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