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교통서비스가 주택가격을 안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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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교통서비스가 주택가격을 안정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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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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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대한교통학회 회장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생활권의 크기는 출·퇴근 시간이 각각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규모로 형성되어 왔다. 왜냐하면 사람이 매일 출근 1시간, 퇴근 1시간을 넘기는 거리를 이동하면 몸이 피곤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기 때문이다.

1시간이라는 이동거리는 교통수단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다. 도보나 우마차로 1시간이란 대충 4-5km를 갈수 있다. 그래서 조선 시대 한양의 크기라고 할 수 있는 4대문 간 동서, 남북 거리가 약 4∼5km인 것이다.

1980년대에는 자동차 문화가 도입되어 평균속도 30∼40km까지 확장된 것이다. 서울시의 크기가 남쪽으로는 소위 강남까지 확장되고 북쪽으로는 도봉산까지 확장된 것이다.

2020년대에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가 도입되어 수도권의 생활권은 화성, 파주, 양주, 인천까지 확대될 것이다. 경기도 화성 동탄 지구에서 파주 운정 지구까지 80km에 달하지만 1시간 이내로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도시와 교통은 인체로 비유하자면 몸과 혈관 같아서 매우 밀접한 관계로 하나의 운명공동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신도시와 교통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자. 1980년대에 서울시로 직장을 찾아 많은 젊은이들이 서울로 몰려들었다. 서울시 주택이 턱없이 부족하게 된 것이다. 수요공급법칙에 의해 집값은 치솟았고 이는 정부의 큰 위기로 다가왔다. 노태우 정부는 이러한 부동산 폭등,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경기도내 서울시 외곽에 인접해 200만호의 신도시를 짓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게 바로 1기 신도시이다. 지금의 분당, 일산, 중동, 산본, 평촌 신도시이다. 물론 1기 신도시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과 연결하는 도시고속도로를 건설해 출퇴근 시간을 1시간 이내로 만들었다. 그게 바로 서울외곽고속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자유로, 분당-내곡 도시고속도로 등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 1기 신도시에서 승용차로 서울 도심까지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도록 하다 보니 말이 신도시이지 직장은 서울에 있어 신도시는 잠만 자는 베드타운으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정부의 고민은 여기에 있었다. 신도시에 자족 기능을 갖추도록 해서 서울 의존도를 낮추려고 하는데 오히려 생활권만 팽창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하는 등 수요억제정책을 펼쳤지만 공급 부족으로 오히려 주택가격이 폭등했다. 어쩔수 없이 신도시발표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것이 2기 신도시다.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어 서울 집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기 신도시를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 배치하였다. 파주 운정 지구, 인천 검단 지구, 양주 옥정 지구, 화성 동탄 지구 등이다.

한 도시가 자족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우선 도시에서 주거, 학교, 문화생활, 직장 생활 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시설이 구비돼야 한다. 둘째로 대도시로부터 1시간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매일 출·퇴근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거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2기 신도시는 자족도시가 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교통수단이 나타난 것이다. 바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이다, 예컨대 파주 운정 지구, 화성 동탄 지구는 GTX-A노선이 통과할 예정이다.

양주 옥정지구는 GTX-C가 통과할 예정이다. 파주 운정 지구에서 서울역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 화성 동탄 지구에서 삼성역까지 20분이면 도착한다. 양주옥정지구에서 삼성역까지 20여분이면 도착한다. 자족 기능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 2019년 느닷없이 1기와 2기 중간위치에 3기 신도시를 발표한 것이다. 그것도 자족 기능을 부여한다고 한다. 허언이다. 심지어 멀리 떨어져 있는 2기 신도시도 자족 기능이 쉽지 않다.

결국은 도시와 교통을 하나로 보지 않고 분리해서 접근하다 보니까 정부의 발표가 허언(虛言)이 되어 버렸다. 실례를 들어보자. 노무현 정부 때 발표한 파주 운정 지구가 작년까지 분양이 안 되어 파주 운정 지구 규모를 축소하려고 했다. 그런데 GTX A사업이 파주 운정 지구를 통과한다는 국토교통부 결정이 있은 후 한 달 만에 모든 물량이 분양된 것이다. 
 
현재 부동산 문제가 정권을 흔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주택 문제는 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야기시키고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아마 노무현 정부 때 실패한 주택 정책을 이번 기회에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박근혜 정부 땐 강남 집값은 매우 안정화 돼 있었다. 그런데 대선 기간 동안 문재인 후보 측에서 지속적으로 강남 집값을 부치기는 정책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예컨대 외고·자사고 폐지, 강남 재건축 반대 등이다. 그러니까 강남으로 몰리는 수요는 많아지고 공급은 묶는 정책을 시행한 것이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취임 후 강남 집값이 꿈틀댄 것이다. 여기서 일이 꼬이기 시작하였다. 바로 주택공급 확대 정책을 발표했어야 했는데 주택 구입이 어려운 조건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제한, 부동산 세율 인상, 종합부동산 세율 인상 등으로 강남은 물론 수도권 전체 주택 값을 폭등시켜 버린 것이다. 풍선효과다.

게다가 최근 임대차 3법으로 임차인의 부담만 늘려버렸다. 임대차 3법은 정치인이 순수한 마음에서 추진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 법은 인간의 욕망과 시장의 원리를 거스르는 것이기 때문에 성공할 수가 없다. 적어도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이 모든 주택 정책의 실패는 시장과 싸운 결과이다.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변수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수요와 공급법칙이다. 그러면 주택의 수요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평범한 4인 가족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가장 중요한 것 3가지를 꼽는다면 출퇴근 교통, 자녀 교육, 공원 등 쾌적한 환경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주택 값과 출퇴근 교통비용을 20년 동안 분석해 본 적이 있다.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20년 동안 집값과 교통비용을 합한 값은 지역에 관계없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교통 여건이 좋은 집과 나쁜 집값의 차이는 20년간 교통비용의 차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강남의 집값을 잡는 방법은 사실상 2가지 밖에 없다. 첫째는 강남지역에 국한하여 부동산 관련 세금을 무한정 올릴 수 있다면 잡을 수 있다. 세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있겠는가.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강남 집값을 세금으로 잡을 수 있다고 오판을 한 것 같다.

두 번째 방법은 강남 수준의 신도시를 여러 개 만드는 것이다. 30개 정도만 만들어보자. 우선 신도시의 환경 여건은 태생적으로 강남보다 우수하다. 초중고 교육 여건은 쉽게 만들 수 있다. 지역별로 특목고나 자사고를 통해서 만들면 된다. 가장 돈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교통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같은 대동맥을 서울시 도심까지 바로 넣어버리면 된다. 수도권 11개 축 모두 기존 광역철도를 급행화하거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를 건설해야 한다. 동시에 대중교통요금 환급정책을 도입하여 강남에 거주하거나 멀리 신도시에 거주하거나 출·퇴근 시 대중교통요금을 사실상 무료로 만들어야 한다. 기업주와 정부가 대중교통요금을 환급해주면 된다. 일본과 같이 도쿄 근로자의 출퇴근 요금은 100% 환급으로 사실상 무료다. 그러면 출퇴근 통행비용이 강남과 동일해지기 때문에 신도시의 집값은 오르고, 상대적으로 매력을 잃는 강남의 집값은 떨어져 주택가격이 안정화되는 것이다.

정부가 강남 주택 값을 잡아서 주택 값을 안정화하려고 하는 것은 하수(下手)이다. 어떠한 주택 정책도 시장을 이길 수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이 움직이는 원리가 정책의 원리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정책을 피해 갈 수 있는 시장 원리는 수도 없이 많다.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을 거스르는 법·제도는 편법만 양성할 뿐이다. 신도시와 같은 지역에 양질의 교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강남화하면 전체 주택 값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 상향 평준화하는 방법이다. 이게 고수(高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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