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비협조에 ‘車 보험정비 상생협약’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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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사 비협조에 ‘車 보험정비 상생협약’ 흔들린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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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범사업 주도 서울정비조합 ‘미이행 행태’ 지적
알권리 보장 ‘선(先)손해사정제’ 공익성 인정해야
“사업 성공 발판 삼아 보험정비協 합의 이끌겠다”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지난 5월 시행에 들어간 ‘선(先) 손해사정 시범사업’이 손해보험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표류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향후 시범사업의 성공이 정비업계와 손보업계의 해묵은 과제인 자동차 정비요금 현실화를 위해 10월 출범하는 보험정비협의회의 합리적 논의에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손보사의 전향적 태도를 요구하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지난해 10월 정부 여당과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서울시장, 정비업계와 손해보험업계, 소비자연대 대표들은 자동차보험 정비에 대한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 권익 증진을 위해 한 자리에 모여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서울지역 정비업체들도 선손해사정을 제공하는 시범사업을 운영하는데 합의했다.

시범사업은 차주와 정비업체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로, 사업 기간은 시행일부터 1년 간이다. 협약 당사자들은 사업 결과에 따라 전국 확대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시범사업 참여 정비업체는 141개소. 손보사는 삼성, 현대, DB, KB 4개 보험사가 참여하고 있다.

“협약 미이행에 업계 불이익”

현재 주도적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는 서울검사정비조합은 시범사업 시행 이후 상생협약을 이행하지 않는 손보사들의 행태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조합에 따르면, 손보사들은 일방적으로 손해사정 내용을 제공하지 않거나 지급기일(10일) 미준수로 장기미결 발생, 보험사가 정한 견적프로그램(AOS) 사용 강요, 시범운영 임의 지연, 시범운영 취소 권장, 수입차에 한해 보험사가 정한 부품사 거래 요구, 무조건 부품대 약 5%대 삭감 등으로 일선 정비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서울조합은 이를 선손해사정제도가 정비업자들에게 ‘득이 되는 제도’라는 것을 반증한다고 보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서울조합의 개선 요청에 손보업계는 손해를 보면서 부품할인 개선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품대를 부품사로 직접 지급하자는 제안에 대해선 상생협약 취지에도 위배된다는 게 손보업계의 생각이다. 손보협회 또한 형평성 및 보험금 증가 이유를 들어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서울조합은 이번 선손해사정 상생협약이 시범사업에 그치지 않고 전국적으로 확대, 정착돼 정비공장과 손보사 사이에 고질적으로 발생했던 불필요한 분쟁들을 줄이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비서비스 또는 기술에 대한 대가는 정비업자가 결정하는 것이 타당함에도 불구하고 손보사가 손해사정회사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손해사정을 임의로 함으로써 정비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만큼 상생협약이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비요금 일정부분 합의 효과

선손해사정제의 기대효과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정비업계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상생협약 아래 명칭은 ‘검토의견서’이나 일명 ‘선손해사정서’는 정비개시 전 발급됨으로써 정비업자와 보험회사가 차량정비에 대한 정비요금을 정비개시 이전에 일정부분 합의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공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 선손해사정제의 프로세스가 기존 정비업자의 청구액과 보험회사의 지급액이 달라서 발생했던 차액부분 미지급에 대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 동시에 선손해사정서를 받음으로써 소비자들도 정비금액을 미리 알 수 있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비업자의 견적서 접수일로부터 10영업일 이내 보험금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으로써 그동안 보험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보험금을 지연 지급하였던 폐단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정비업계에 만연한 AOS의 독점적 구조에서 정비사업자의 선택권이 다양해 질 수 있다는 측면도 있다. 오랫동안 정비업자들은 보험회사의 압박으로 작업시간 등이 정비공장에 불리하게 책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AOS 견적프로그램 사용을 강요받아 왔다. 그러나 이번 상생협약을 통해 견적프로그램에 대한 선택권은 전적으로 정비업자에게 있음을 확인함으로써 AOS 견적프로그램 이외의 프로그램을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독과점 방지 및 공정 거래행태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서울조합의 주장이다.

손흥석 서울검사정비조합 이사장은 “선손해사정 제도는 그동안 발생해왔던 우리 정비업자들과 보험회사들 사이의 고질적인 분쟁을 상당부분 해결해줄 것”이라며 “이번 상생협약의 성공을 발판삼아 올해 4월 개정, 10월경 시행될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상 자동차보험정비협의회에서도 시간당공임과 표준작업시간에 대한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어 보겠다. 나아가 장기적으로 의료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롤 모델 삼아 이 모든 협의들을 아우르고 시행할 수 있는 상설조직인 ‘자동차보험안전정비심사평가원(가칭)’을 국토교통부 산하에 설치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자동차보험이 대다수 국민의 안전과 재산에 많은 영향이 있는 ‘공공성’이 포함되는 제도이므로, 지금의 기울어진 ‘보험제도’의 개선이 필요하고, 그 대안으로서 지금 시행하고 있는 ‘상생협약’이 발전해 ‘자동차보험안전정비심사평가원’으로 완성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정부와 유관기관을 비롯해 다자간 합의에 따른 제도인 만큼 서울지역 정비사업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서울검사정비조합은 상생협약 성공을 위해 손보사와 계속적 협의는 물론 서울시, 중소벤처기업부, 소비자단체 등과도 다각적으로 접촉, 협력에 나서고 있다. 지난 7월 상생협약 실무회의에선 손보사들의 협약 불이행 사항을 중기부에 전달한 바 있다. 이에 중기부는 손보사 측에 협약 이행상황 자료보고를 요청하는 등 정부 측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내고 있다.

한편 애초 서울과 대구에서 시행 예정이었던 시범사업은 지금은 서울검사정비조합만이 사업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선손해사정제가 손보업계에 의해 좌우되던 자동차 보험정비요금 논란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서울조합의 행보에 정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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