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불신의 절벽’ 중고차 시장…상생공존 해법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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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불신의 절벽’ 중고차 시장…상생공존 해법 있나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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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이해관계 얽혀 ‘난타전’ 양상
중기부 고민 깊어…“생계형만 해법”
모두 만족할 결정 가능할지 ‘미지수’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해관계가 얽힌 업계 간 주장의 타당성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역차별’을 주장하며 들어가려는 측(대기업)과 ‘독과점’을 우려하며 방어하는 측(매매업), 진입장벽이 무너지면 추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측(수입차) 사이에 긍정적 전망의 결실과 부정적 관측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중기부)까지, 모두가 중고차 시장에 대한 이해타산이 한창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이들 모두가 원하는 것은 이익을 동반한 성과다. 중고차 소비자에 대한 권익을 전면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이윤이 남지 않는 매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제 중고차 매매업 생계형 지정 여부는 소비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힘겨루기 장이 됐다. 정부 결정을 앞두고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리는 이들의 마지막 현장 목소리를 들어봤다. 역학구도에 대한 결정권은 없어도 결국 중고차에 대한 판단은 소비자 몫이기 때문이다.

일방적 여론 왜곡 ‘심각’…“물러설 곳 없다”

매매업계의 위기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부정적 전망이 감도는 가운데 마지막 ‘결사 항전’을 다짐하는 분위기다. 직접적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단체 행동’ 말고는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일부 ‘구속력 있는 상생협약’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부를 상대로 실효성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을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최근 매매업계의 주장에는 현재 여론에 대한 불만이 많다. 대부분이 ‘대기업 진입은 곧 시장 선진화’라는 공식을 지지하고 있어서다. 대기업 진출 시 독과점 시장에 대한 우려가 빠져 있는 부분에 대한 볼멘소리도 많다.

오프라인 매매업계를 대변하는 전국·한국매매연합회의 주장은 ‘시장 진입 후 독과점 강화→가격 조정→소비자 부담’ 사나리오가 분명하다는 관측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매매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진출이 중고차 시장 선진화의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동의할 수 없다”며 “기업의 절대가치는 이윤”이라고 말했다. 또한 “중고차 매물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국내 완성차가 진입장벽(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뚫고 시장에 진입해 매매시스템을 구축하면 제일 먼저 선행되는 것이 시세 조정”이라고 대부분 내다봤다.

결국 수입 인증 중고차처럼 ‘인증’ ‘보증’ ‘안전’이라는 단어를 전면에 내세워 홍보를 통해 브랜드 신뢰성을 알린 후 ‘합리적 가격’이라는 명분으로 이윤 창출을 위한 가격 조정에 나선다는 것이다.

현장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시장은 도덕적 가치를 위해 존재하지 않음에도 대기업이 시장질서 회복의 첨병임을 자처하며 독과점 시장을 확보할 것이 분명하다”며 “거기서부터 가격은 대기업의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좌우되고 소비자들은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 매물 시세에 브랜드 프리미엄까지 감수하면서 중고차를 사게 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고차 딜러의 길에 들어선 이들도 시장 전망이 다르지 않다. 강서단지에 근무하는 20대 딜러도 “대기업은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이익 극대화를 위해 모든 신차 출시부터 중고차 매매, 브랜드 정비 인프라를 이용한 성능점검, 중고차 금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시스템과 프로그램 개발에 집중하고 원스탑 프로세스를 구축해 끝없는 시장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견이 부른 정책추진, 악순환 원인될 수도

중고차 시장은 오해를 받는 부분이 많다. ‘일반화의 오류’가 시장 전면을 휘감고 있어서다. 일부 불법 매매업자의 일탈이 중고차 시장 종사자 전체의 이미지를 왜곡시켰다는 것에 업계는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 매매업계의 자정노력이 부족했던 부분을 인정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영세사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모는 대기업 진입을 동의할 수는 없다. 모두가 상생 협력할 수 있는 결정을 중기부가 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각에선 “대기업도 책임 있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인증중고차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수입차와 역차별을 주장하기 전에 국내 영세사업자와 구체적이며 구속력도 있는 상생모델을 먼저 제시하는 아량도 필요해 보인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수익만 보기 전에 대기업의 시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들어오면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현재 매매단지에 영업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나 종사자들이 경쟁에 밀려 갈 곳이 없다는 데 있다. 매매업계는 종사원과 사업자 약 5000여명이 실직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형평성 문제”…속내 ‘접수하면 풀 패키지 완성’

완성차업계는 시종일관 ‘수입차업계와 역차별’을 주장의 맨 앞에 두고 있다. 수입차의 인증중고차 사업은 이미 허용했으니 자신들을 두른 장벽도 허물어야 한다는 논리다.

중고차 생계형 지정 논란의 선봉에는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있다. 협회는 “매출이 수조원대인 수입차 업체들은 인증 중고차 사업을 하는데 국내 완성차 업체들만 묶어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장 질서에 대한 지적도 있다. “수입차 브랜드에서는 중고차를 사거나 팔 때 품질을 보증하고 제값을 받게 해주는데 국산차 소비자들은 그런 서비스를 받을 수가 없을뿐더러 허위·불량 매물에 '호갱'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2013년부터 중고차 매매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을 때만 해도 수입차 시장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지만 이제는 신차 판매의 15%를 차지하고 인증 중고차 사업도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수입차는 중고차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국산 브랜드는 불필요한 규제로 이익창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 시장의 불법행위가 수입차와 같은 브랜드 보증서비스를 받지 못해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대기업 진출 의도는 생산, 유통, 금융 등 제반 인프라를 이미 확보하고 있는 만큼 중고차를 접수하면 자동차 유통의 모든 과정을 통제할 수 있어 추가 이익 창출을 위한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사이익’ 기대…“구속력 있는 가이드라인이 대안”

수입차업계는 다소 느긋한 분위기다. 관망세만 유지하면 반사이익도 노려볼 수 있어서다.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사업 확장이 어렵다는 점 등에서 우려하고 있으면서도 전면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깔려 있다. 그러나 내심 중고차 매매업이 생계형 지정에서 탈락하기를 바라고 있다.

국산 브랜드가 인증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 시장 전반에 ‘브랜드 인증 중고차는 신뢰할 수 있다’는 경향이 형성되면서 추가 사업으로 수익을 올리는 데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고 판단한다”며 “수입차는 국산차와 별도의 경쟁에서 새로운 중고차 사업 확대를 고민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할부금융 서비스 확대와 보증 프로그램 강화에 주력하며 국산 브랜드 진입을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 한 전문가는 “중고차 생계형 지정은 소비자 권익을 전제로 한 정부의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 영세사업자도 고려한 정부가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시장에 제시해야 후폭풍이나 악순환이 없을 것”이라며 “일종의 시장 할당이나 대외적 협약만이 중기부 결정의 공신력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매매업계의 이야기를 최대한 수렴해 구속력이 있는 상생 공존안을 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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