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화물차 갓길 주차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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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 화물차 갓길 주차의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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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0.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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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수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충남본부장

지난 8월 18일 밤 11시 50분경 천안-논산 고속도로에서 16톤 화물차가 승용차를 추돌해 갓길에서 사고수습을 하던 중 25톤 트럭이 이를 확인하지 못하고 현장을 덮치면서 2명의 운전자가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비슷한 사고가 경부고속도로에서도 있었다.

같은 달 1일 옥천분기점 인근에서 승용차가 택시를 앞지르기하다 부딪쳐 미끄러지며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아 택시 운전자와 승객이 사망한 사고다.

이 두 사고의 공통점은 교통사고가 화물차의 갓길 주차 때문에 발생했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갓길의 교통사고 치사율은 40%를 넘을 정도로 위험하며, 운전자의 생각과 달리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화물차 갓길 주차의 위험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갓길에 주·정차하고 있으면 통행하는 다른 차량이 자신이 서 있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리라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특히 야간에는 주행차량으로 오인해 사고를 유발하기에 십상이다. 또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었을 때는 잘 보이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이용자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5%가 졸음과 휴식 때문에 갓길 주·정차를 한다고 한다. 고속도로 갓길은 도로교통법 제64조에 따라 고장이나 그밖에 부득이한 사유로 정차 또는 주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정차가 금지된 장소다.

갓길에 화물차가 불법 주·정차를 하는 경우 4톤을 초과하면 5만원, 그 이하는 4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부득이 갓길에 잠시 주·정차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는 반드시 후방에 삼각대를 설치하거나 신호봉으로 수신호를 하는 등 안전조치를 해야 한다. 그런데 고속도로에서는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비상경고등이나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더라도 그러한 안전조치마저 무색하게 하는 사고도 발생한다. 

운전 중 졸음이 오면 갓길에 주차해서 쉴 게 아니라 안전한 졸음쉼터나 휴게소를 이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대개 화물차 운전자들은 졸음이 쏟아지거나 피곤하면 휴게소에 주·정차한 후 편의시설을 이용하며 휴식을 취한다. 정작 졸음쉼터는 편의시설이 부족하고 공간이 협소하거나 주차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화물차 운전자들이 기피하고 있다.

정부가 화물차 운전자의 과로와 졸음운전 방지를 위해 국도·고속도로 졸음쉼터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고 이를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운전을 막기 위한 실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졸음쉼터는 2016년 266개소에서 2019년 317개소로 확대했지만 화물차 운전자의 이용률은 5%를 넘은 적이 없을 정도로 매우 저조하다.

갓길 주차를 막으려면 당연한 지적이지만 화물차 운전자들이 안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만들면 된다. 화물자동차 전용 휴게시설을 설치하게 되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동시에 화물차의 불법 주·정차나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4년말 '화물자동차 휴게시설 확충 종합계획'을 내놓고 화물차 전용 휴게시설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인근지역 주민의 거부감과 지가상승 등으로 인해 계획대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2019년에는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가 화물차 전용 휴게시설 10개소를 설치했고 추가로 10개소를 더 설치하고 있다. 또한 한국도로공사는 전국 42개 고속도로 휴게소에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별도 휴게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들이 확대되는 추세이기는 해도 전국의 고속도로 전체를 커버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숫자다. 화물차 운전자만을 위한 전용 휴게시설은 지속적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

고속도로 갓길에 불법적으로 주·정차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강화는 시설 확충과 함께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문제다. 교통사고 발생이나 고장 등 위급한 상황에서 부득이 갓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단속대상에서 제외되겠지만, 단순히 운행 중 졸음이 밀려온다며 무작정 갓길에 차량을 주차하고 잠을 자는 경우에는 위법성을 판단하여 범칙금을 부과해야 한다. 아무런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고 잠을 자는 경우에는 사고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차량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단속을 하고 안전한 인근의 휴게시설로 운행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 한다. 단속을 하는 이유는 화물차 운전자를 처벌하는 목적보다는 고속도로 갓길주차가 다른 운전자를 무척 위험하게 만드는 범법행위라는 사실을 운전자 스스로 인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고속도로 갓길 주·정차 위반 시 현행 4만~5만원의 범칙금액이 그 위험성에 비례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전용차 고지가 아닌 장소에서 1시간 이상 불법 주차한 사업용 화물자동차에는 10만~20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과 비교하더라도 형평성에 맞지 않다. 갓길 주·정차 위반 범칙금을 이번 기회에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그 외에도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시행하는 교육 체계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른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고, 얼마나 위험성이 높은지를 실증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운전자 스스로 고속도로에서는 갓길 주차를 하지 않도록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내용이 포함돼야 한다.

그리고 화물차의 운행 거리와 시간이 긴 화물차 운전자의 졸음, 집중력 저하 등 과로로 인한 사고 비중을 줄이기 위해 장시간·저운임 운행구조 개선을 위한 안전운임제 도입 성과가 교통안전 효과로 연결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휴식시간 보장을 위해서도 함께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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