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 어떻게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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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 어떻게 변할까?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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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내국인 개별 관광이 대세로
축제·테마파크·박람회 등 피할 듯
마이스·크루즈 산업 근본적 위기
방역 철저한 특급호텔 선호 뚜렷

 

[교통신문] "(코로나19) 걸리면 어떻게 해요. 겁이 나서 못 타겠어요."

관광객들을 태우고 제주 도심권 주요 관광명소를 골라 여행하는 제주시티투어 버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낯선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여행하는 걸 꺼리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이 단체관광 위주의 전세버스와 관광여행사 이용을 기피하는 이유도 같다.

이로 인해 전세버스는 지난 3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100%까지 하락한 뒤 5∼6월에도 -70% 수준으로 매출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관광여행사도 매출이 절반 아래로 감소했다. 반면, 특급호텔은 코로나19 초반 부진을 딛고 일어서며 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맞아 최근에는 지난해 매출을 뛰어넘고 있다. 코로나19를 우려한 관광객들 사이에 특급호텔일수록 방역을 철저히 하고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특급호텔로 몰리는 것이다.

일부 제주지역 특급호텔은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지 못하는 신혼부부들을 타깃으로 7년 만에 허니문 패키지를 내놓아 인기몰이하고 있다. 평생 한 번뿐인 신혼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보내려는 신혼부부를 위해 허니문 패키지는 점점 더 고급스럽고 프라이빗하게 변모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바뀐 제주 관광업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관광'은 코로나19로 가장 심각한 타격을 받은 산업군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광업계 안에서도 관광객들의 호불호에 따라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는 셈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제주 관광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은 어떤 모습일까.

우선, 단체관광 대신 언택트(비대면·비접촉)·개별·소규모 관광이 대세로 떠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로나19 사태가 종식하더라도 강한 전염성과 위험성을 가진 또 다른 바이러스가 가까운 미래에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변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일상'(뉴노멀·New Normal)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광객들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테마파크·박람회 등 대규모 행사는 가급적 피하고 가족 또는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자연에서 몸과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을 찾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중단기적으로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 관광의 '큰 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해외 관광이 불가능해지면서 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맞아 이전보다 더 많은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로 몰려드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발길이 끊긴 외국인 관광객의 빈 자리도 내국인 관광객이 대체하고 있다. 국제선이 정상화되고 해외 관광이 가능해지더라도 당분간 이 같은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미주·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동양인 혐오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동남아지역의 경우 백신과 치료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코로나19 종식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이뤄지는 등 해외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제주 관광업계는 이들 내국인 관광객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고급·일반형 등 소득수준에 따른 차별화 전략을 더욱 노골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 같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제주 관광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제주 환경에 맞는 방역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섬'이란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치료 인력이 부족해 순식간에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지게 된다. 관광객들이 안전하게 여행할 수 있는 제주만의 강력한 방역 시스템이 다각도로 모색될 것이다.

이외에도 선망의 대상이던 크루즈 관광은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앞으로 상당 기간 정상화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감염에 취약한 크루즈선의 문제점이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랜 기간 많은 사람이 함께 생활하는 여행 특성으로 인해 탑승자 3천711명 중 712명이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는 등 '죽음의 유람선' 또는 '공포의 유람선'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기까지 했다.

크루즈선을 통해 제주에 입국한 해외 관광객은 2016년 507회 120만9000명이었으나 2017년 사드 사태로 급감하기 시작해 2018년 20회 2만1000명, 2019년 29회 4만3000명 등으로 크게 줄었다. 한중 관계 개선으로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과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로 올해 495회 크루즈가 계획됐으나 이마저도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취소됐다.

크루즈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2015년 10월 문을 연 제주항국제여객선터미널과 2018년 5월 문을 연 서귀포강정크루즈터미널의 적자는 해마다 누적되고 있다. 앞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문제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코로나19 이후 개인과 기업 모두 여행과 비즈니스 출장 빈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제주는 저가 항공사의 등장으로 가고 싶다면 언제든 훌쩍 찾을 수 있는 곳이었지만, 코로나19 이후 여행할 때 한 번 더 고민하게 될 것이다.

또한 불필요한 출장이 줄어들고 재택근무와 원격근무가 늘어나고, 면대면 회의 대신 원격 콘퍼런스와 원격 회의가 증가하면서 제주 관광의 주력인 마이스(MICE·기업회의, 포상관광, 컨벤션, 전시회) 산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코앞에 닥칠 위기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면 제주 관광의 장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문성종 한라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앞으로 언택트 관광이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관광공사와 관광협회 등은 관광객들을 위한 언택트 관광 상품을 지역과 연계해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의 마이스 산업 역시 당장은 위기"라며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제주를 중심으로 한 화상회의를 진행하면서 언택트 마케팅을 펼쳐나가고 향후 국제적 이동이 재개될 때 국제회의를 유치하기 위한 투트랙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선영 제주관광공사 연구조사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패턴이 완전히 변화하고 있다.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와 이에 따른 경제적 영향·효과 등을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정확하게 모니터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관광업계는 관광 트렌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하고, 정책적으로도 데이터에 근거해 정책 수단을 강구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전체 인구구조 기반에서 어떤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게 될지 좀 더 두고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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