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 상용차 충전 인프라에 정유사들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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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 상용차 충전 인프라에 정유사들 ‘눈길’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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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4사, 현대차와 특수목적법인 검토 중
‘그린뉴딜’ 맞춰 주유소 활용…신사업 ‘최적’
긍정적 기대에 “비용부담 시기상조” 의견도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정유업계가 적자에 허덕이면서 경쟁상대로 여겨졌던 수소 충전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래 전략 파트너로는 수소사업에서 기술과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완성차가 일순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정유업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가속화와 정부의 ‘그린 뉴딜’에 발맞춰 신사업 기회를 잡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업계와 산업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는 현대자동차와 함께 수소 상용차 충전 인프라 관련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연초 산업통상자원부의 제안으로 논의를 시작해 각사별로 타당성을 조사해왔으며 이르면 연내 업무협약을 체결할 전망이다. SPC 설립 시점은 내년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사업 내용은 수소 트럭, 수소 버스 등 상용차 충전 인프라 구축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는 정제과정에서 수소 생산이 가능하고 기존에 다루던 제품과 유사한 성질의 수소를 유통하는 것이어서 매력적인 사업”이라며 “4사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수소충전소를 지속 확대해 오는 2025년까지 총 450개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수소 충전 사업을 구체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현재 실제 가동 중인 수소 충전소는 GS칼텍스와 현대차가 협업해 5월 준공한 서울 강동구 ‘복합에너지스테이션’이다. 하루 평균 수소차 50대(8월 기준)가 이용한다.

SK에너지도 올 11월 가동을 목표로 평택시에 수소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7월 ‘수소물류얼라이언스’ 참여도 공식화했다. 국토부는 수소물류얼라이언스를 통해 군포 물류단지 등 물류 거점에 수소 화물차 충전소를 설치하고 연료 보조금 지원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서울시와 협의해 마곡 연구소 부지에 수소 충전소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기존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수소충전소를 2025년 약 80개소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정유 4사의 최근 행보가 수소 생태계 확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면에서 아직 수소 산업에 뛰어들기에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수소 충전소를 건설하는 데 통상 30억원 가까이 소요되고 부지를 제외하고 설비만 들여오는 것도 평균 20억원이 든다. 이 계산대로라면 현대오일뱅크가 2025년까지 수소 충전소 80개소를 짓기 위해선 4년간 매년 600억원 가량을 쏟아 부어야 한다.

변수는 수소차가 얼마나 늘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수소 산업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려면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최근 잇따라 석유화학 사업에 진출하며 ‘수소 공급자’로 거듭났다는 점은 긍정 요인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남는 수소가 없던 기존 사업 환경과 달리 수소의 생산량을 늘려 수소충전소 수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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