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노조 “전기차 핵심부품 자체 생산해야”
르노삼성 “본사 인력감축 계획에 포함될까 우려”
한국GM, 부평2공장 생산계획 관건…쌍용만 마무리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코로나19 장기화와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전기차로 패러다임 전환을 이루는 과정에서 업계 전반에 고용불안 우려가 커지며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 임단협 협상이 쉽게 풀리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완성차업계 임단협의 핵심은 코로나19 위기와 전기차 전환으로 인한 고용 불안정이다. 먼저 현대·기아차 노조는 전기차 핵심 부품을 외부에서 생산하면 인력 감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 노조는 전기차 전용 공장을 국내에 신설하거나 기존 생산시설 중에서 지정해 달라고 요구하며, 대책으로 E-GMP(전기차 전용 플랫폼)와 전기차 핵심 모듈 등을 완성차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모비스의 친환경차 부품 공장 신설에 반발했다. 전기차 부품을 외부에서 생산하면 인력 감축이 40%까지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대책으로는 전기·수소차 모듈 부품 공장을 사내에 만들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와 회사의 입장차는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차 본교섭에는 사측이 불참했고 지난 10일 열린 1차 실무교섭에서도 협상이 불발됐다.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계속 협상을 회피하면 추석 전 타결은 어렵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임단협 협상 결렬 선언을 검토하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가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추진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3분의 2를 넘지 않아 부결됐다. 노조는 르노 본사가 있는 프랑스의 노조들과 국제적인 연대를 하려면 민주노총 가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5월 르노 본사가 글로벌 공장 6곳에서 1만5천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한국이 포함될 수 있다는 불안이 퍼진 데 따른 대응이다.
한국GM 노조도 10일 임금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사측이 진전된 안을 내놓기 전에는 교섭을 재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7월 22일부터 이달 3일까지 회사 측과 10차례 교섭을 했으나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파업권 확보에 나섰다. 지난 1∼2일 열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조합원 80%가 찬성했고 4일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쟁의조정 신청을 했다. 그러나 회사 측 교섭위원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자 중노위가 쟁의조정 신청 취하를 제안해 일단 보류됐다.
노조는 2022년 이후 부평2공장 생산 계획을 제시하라고 사측에 요구해왔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하는 소형 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 등이 단종되면 공장 폐쇄나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사측이 내놓은 부평2공장 미래 발전 전망에 대해 노조는 “해석해볼 필요조차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쌍용차만 임단협 협상을 일찌감치 마무리한 상태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르노삼성과 한국GM은 실적이 부진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노조가 강경 입장을 고수하는 측면이 있다”며 “대립적이고 투쟁적인 노사관계의 틀에서 벗어나 소통과 양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