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들이여, 2030 여성에 주목하라
상태바
택시들이여, 2030 여성에 주목하라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09.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도서관 앞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 기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아가씨 공부하다 왔어?” ”네” “그런 공부 안 해도 돼” “그럼 무슨 공부 해야 돼요?” “남자 꼬시는 공부를 해야지 여자한테는 그게 최고야” 어느 언론에 소개된 20대 여성의 택시 탑승 경험담이다.

지난번 필자는 이 란을 통해 ‘진상 고객’을 피할 권리‘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다가 대학생인 딸에게 호된 비판을 들었다. 승객은 ‘갑’이고 택시 기사는 ‘을’이다. 택시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많지만 택시 운전자들 역시 가끔 맞닥뜨리는 폭언, 폭행 등 진상 고객의 ’갑질‘을 하소연한다는 운전기사들이 겪고 있는 고충을 소개한 글이었다.

“승객이 ‘갑’이라고?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야” “어느 학교 다니냐?”, “남자친구는 있냐?”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는가 하면 성희롱에 가까운 말도 서슴없이 한다. “여기서 내려서 걸어가라”, “부모님 말씀 잘 들어라”라고 잔소리하기도 일쑤다.

단거리 요금을 카드로 내거나 앱으로 승객의 위치 추적이 잘 안 돼도 손님 탓인 양 짜증을 낸다.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운전기사의 심기를 건드리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인다. “내 돈 내고 내가 타는데 왜 운전기사의 눈치를 봐야 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열심히 일하는 많은 택시 기사들은 이런 얘기를 들으면 극히 일부라고 억울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의 젊은 여성들이 택시 이용에 대해 갖는 불안감은 엄연한 현실이다.

2030 여성들은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세대다. 이들은 스포츠, 오락, 의류, 화장품 등 전천후 소비시장의 큰손이다. 백화점 명품 코너의 주 고객층도 절반 이상이 2030 여성이다. TV 예능, 광고, 대형 쇼핑몰, 골프의류 등 많은 업계가 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는데 택시는 예외인 것 같다.

택시의 중요한 고객층인 이들의 눈높이를 보지 못한다면 택시의 미래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눈높이가 곧 택시 서비스의 바로 미터다. ‘영품족’(young+명품)이라 불리기도 하는 2030 세대의 여성들이 택시에 바라는 것은 ’명품‘이 아니라 ’실용‘이다. 부르면 오는 택시, 요금은 부담이 없고,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갈 수 있는 택시다. 한 마디로 요란한 서비스보다 기본에 충실한 택시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일본 MK 택시의 성공 비결은 요금은 낮추면서 서비스는 높인다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MK 택시는 심야에 혼자 탑승하여 귀가하는 여성 승객을 최대한 집 가까이 데려다준다.

더 이상 접근하기 어려운 골목길에 이르면 승객이 원하지 않는 한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집 앞까지 바래다준다. 취객이 탑승할 경우는 반드시 차에서 내려 가족에 안내하고 돌아선다. 장애인에겐 요금할인 혜택이 있다. 이런 것들이 MK 택시의 서비스 전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MK 택시는 당국이 요금을 인상하려 하자 더 많은 손님이 쉽게 택시를 탈 수 있도록 오히려 요금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킨 적도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지금도 요금 인상을 할 때면 영세한 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 수준 이상 요금을 내리지 못하도록 하한선도 설정하고 있다. 끊임없이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려는 MK의 이런 뚝심이 성공의 비결이다.

몇 해 전 필자는 지금은 고인이 된 유태식 MK 부회장 부부를 내 고향 제주로 초청해 강연과 여행을 겸한 2박 3일 동안 많은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택시 사업의 비결은 별다른 게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냥 인사 잘하면 돼요. 손님에게 ‘어서 오세요’ 인사하고, 돈을 벌어 주는 손님인데 고맙지요. 그래서 ‘안녕히 가세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인사’하면 돼요”라는 그의 말이 좀 싱거운 말 같았지만 그 ‘인사’라는 말속에 젊은 여성이나 취객, 장애인 등 취약한 승객에 대한 배려가 녹아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거리에서 짐가방을 든 승객이 가까이 있는 택시를 놔두고 길을 건너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MK 택시를 골라 타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MK 택시에 대한 신뢰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심야에 혼자 귀가하는 여성이나 부모들이 찾는 것도 당연히 MK 택시의 몫이다.              

지금 택시 역사 50년 만에 택시 사업의 신규 진입의 문이 열렸다. 만년 영세업에 대기업이 뛰어들고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신규 택시 플랫폼 기업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기대도 크다. 하지만 2030 여성들의 눈엔 '우와'도 없고 '어머나'도 없다. 프리미엄 택시, 여성 전용 안심택시 등 이름은 화려하지만 비싼 요금만 눈에 보일 뿐 아직까지는 그 택시가 그 택시다.  

기술과 자본을 앞세워 운행차량을 늘리려는 물량 공세에 집중하기보다 작지만 소비자의 울림이 큰 서비스의 기본부터 만들어야 한다. 일본의 MK처럼 열악한 운전기사의 처우부터 선제적으로 과감히 투자하여 기본적인 서비스부터 개선해야 한다. 그래야 뒤따르는 후속 서비스 상품에 소비자들은 신뢰할 것이다.   

나는 딸과 같은 2030 여성들이 인정하는 택시를 주목할 것이다. 그리고 응원할 것이다. 그래서 늦은 밤 혼자 귀가하는 딸에게 “꼭, OO 택시 타고 와”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택시들이여, 2030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춰라. 그러면 많은 고객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강상욱 前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교통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강나현 2020-09-22 14:00:20
2030 여성으로서 무척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택시업계의 발전을 위해 언제나 애쓰시는 강상욱 박사님,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