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업계, 대응수위 ‘저울질’…강경론 ‘솔솔’
‘상생안 카드’, 소상공인 달랠 수 있을지 관심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중고차 매매업계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생계형 지정 결정이 나기도 전에 대기업들의 시장 진입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연일 완성차 앞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매매업계는 대기업의 움직임이 대놓고 가시화되자 집단행동의 대응수위를 올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에 중기부가 결국 고심 끝에 대기업 사업범위 제한, 상생협력 기금 조성 등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면서 어수선한 기운이 시장을 짓누르는 양상이다.
매매업계에 따르면, 먼저 매매업 진출 움직임이 감지된 곳은 차량공유 기업 ‘쏘카’다. 쏘카는 온라인 중고차 판매 서비스 브랜드를 ‘캐스팅’으로 정하고, 지난달 25일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매매업계는 최근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허용 가능성이 높다는 여론이 확산되자 과거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묶인 시장에서 더 이상 사업 확대가 어려워져 철수한 SK가 재진입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다.
이유는 쏘카의 2대 주주가 SK(주)이기 때문. SK는 SK엔카로 사업을 운영하다 중고차 시장 규제에 백기를 들고 온라인부분은 2017년 호주 카세일즈홀딩스로 매각했고, 오프라인 사업부는 2018년 한앤컴퍼니로 매각했다. 이들은 각각 지금의 ‘엔카’와 ‘케이카’로 브랜드명을 바꾸고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쏘카는 이번 상표출원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타다 사업을 접으면서 카니발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중고차 사업을 접했고 연계사업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상표출원을 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매매업계의 우려처럼 당장 중고차 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도 내비쳤다.
매매업계에선 대기업의 영업 활동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신생 중고차 단지를 중심으로 영업사원들이 국산 인증 중고차 사업 설명을 하러 다니는 움직임이 확인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현대·기아차의 중고차 시장 진입 ‘첨병’ 역할은 현대글로비스가 맡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글로비스는 국내 최대 규모 중고차 경매장을 보유했고, 중고차 거래 온라인 플랫폼 ‘오토벨’을 운영하고 있어서다. 현대기아차가 제시한 품질 기준을 통과한 매매상사에 일종의 자격을 부여하고, 이들은 현대글로비스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는 구조를 취하는 방식이 점쳐진다. 온라인 플랫폼과 품질인증 부여를 연계해 시너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자 매매업계에선 대기업의 ‘말 바꾸기’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다. “SK의 경우, 철수 당시 중고차 시장은 소상공인 영역으로 인정해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명분을 전면에 내세워 놓고 진입장벽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자 슬슬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양대 중고차사업자단체인 전국·한국매매연합회도 대응수위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현재대로 기류를 유지할지 보다 강력한 집단행동에 나서야하지 선택의 기로에 선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연일 시위에 나서고 있고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국회 등 전방위적으로 호소문을 제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분위기가 이대로 흘러가면 대응방식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생계형) 미지정시 후폭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상할 수 없다. 중기부의 결정 이전에 업계의 의지를 표현할 수 있는 초강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기부가 이미 동반위의 의견에 따라 지정 보다는 지정 거부에 무게가 쏠려 있는 상태에서 상생협약으로 뜻을 굳히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상생안’에 담길 구체적 내용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중기부는 중고차매매업의 지정 거부 후 매매업계의 극렬한 반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대기업과 소상공인단체를 만나 상생협력안의 필요성을 설득한 바 있다.
상생안에는 대기업의 사업범위를 일부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입차의 경우 3~5년 보증기간 내에 있는 중고차만 취급하는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고 국내 완성차 역시 이런 식으로 취급할 수 있는 중고차의 범위를 제한하면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어서다.
또 대기업이 상생협력 기금을 내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기금을 시설 개선과 교육·훈련 등 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결론이 어떻게 나든 피해를 봤다는 측이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직도 양측이 양보할 여지가 있는지 타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