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고직 산재보험 적용에 화물운수업계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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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고직 산재보험 적용에 화물운수업계 강력 반발
  •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 승인 2020.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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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신문 박종욱 기자] 화물업계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국회, 정부가 앞장 서 물류·택배·화물운수(특수고용직) 분야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목적으로 법(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제정,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당연적용 등을 추진해 현장의 사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이슈로 부각된 산재보험, 고용보험 당연적용 문제를 놓고 대립하는 정부와 화물운송주선업계의 동향과 대응을 짚어본다.

 

“적용 제외 사유 질병, 휴업 등으로 제한”

고용부, 필수 노동자 안전·보호 강화 대책 추진
산재보험 가입 전속성 기준도 내년 상반기 완화

택배 기사와 같은 특수고용직(특고직) 종사자가 산재보험 적용을 받지 않겠다고 신청할 경우 그 사유를 질병, 육아, 휴업 등으로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특고 종사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을 끌어올려 안전망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특고직이 일하는 산업현장의 구조 등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졸속 추진’이라는 평가와 함께 산재보험 적용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난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은 노동부를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마련한 것으로, 이날 필수 노동자 범정부 태스크포스(TF) 출범 회의에서 확정됐다.

필수 노동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대면 서비스를 하며 위기 극복에 기여해온 보건·의료·돌봄 종사자, 배달업 종사자, 환경미화원 등이다. 이들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산재 위험 등 노동 조건이 열악한 데다 특고직과 프리랜서 등이 많아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다.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은 특고직의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 사유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고직 본인의 질병과 육아, 사업주의 귀책 사유에 따른 휴업 등에 해당할 때만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상 택배 기사를 포함한 14개 직종의 특고직 종사자에게 산재보험이 적용되는데 이들은 적용 제외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특고직의 산재보험 가입률은 1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사업주가 특고직에게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노동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특고직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의 또 다른 걸림돌인 ‘전속성’(한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는 정도) 기준도 개편할 방안을 내년 상반기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주로 한 사업주를 상대로 노무를 제공하는 특고직을 대상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도록 한 원칙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급격히 증가한 배달 라이더와 같은 플랫폼 종사자의 규모 등 실태 파악을 거쳐 노동 조건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도 올해 12월까지 내놓을 방침이다.

배송 업무 급증으로 장시간 노동이 만연해졌다는 지적을 받는 온라인 유통업체와 택배 물류센터 등에 대한 집중 근로감독도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시행한다.

필수 노동자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력 충원도 지원한다.

필수 노동 사업장의 신규 채용에 대해서는 특별고용촉진장려금(중소기업의 경우 1인당 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고 환경미화, 방역, 운수 등의 업종에 대해서는 60세 이상 고용지원금 지원 기준을 완화한다.

60세 이상 고용지원금은 고용 인원 중 60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초과 인원에 대해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도 필수 노동자 안전 및 보호 강화 대책은 공공병원 15곳에서 인력 557명 충원, 택배·배달 종사자 보호를 위한 ‘생활물류발전법’ 제정, 배달 대행업체의 법적 의무 등에 관한 가이드 라인 배포, 배달 종사자 사고 예방을 위한 ‘정보 공유 플랫폼’ 보급, 환경미화원 3인 1조 운영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임서정 차관은 “필수 노동자 보호를 위해 시급하고 즉시 시행 가능한 정책부터 1차로 마련했다”며 “관계 부처와 심도 있게 논의해 추가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산재 적용으로 운수사업자 경영 애로 가중”

화물차주 전속성 혼선, 보험료 부담 초래
노동부는 고용보험도 추가 적용 검토 중

산재보험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지난 7월부터 화물운수업 특고직에 산재보험 의무가입이 적용됐으나 산업 현장에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화물운송 분야에서의 특고직 산재보험 의무가입 대상은, 특수자동차로 수출입컨테이너나 시멘트를 운송하는 차주, 피견인자동차 또는 일반형 화물자동차로 철강재를 운송하는 차주, 일반형 또는 특수용도형 화물차로 위험 물질을 운송하는 화물차주 등이다.

이러한 품목을 운송하는 화물차주에게 일정 기준(차주 소득의 과반) 이상의 노무를 제공 받는 화주, 주선사업자, 운송사업자가 보험 가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는 화물차주의 산재보험 당연(의무)적용으로 인해 운수사업자들이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화물운수업의 특성상 화물차주가 여러 사업장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전속적 고용 관계를 특정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신고대상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산재보험 적용에 있어 화물차주가 과반 소득을 얻는 사업장을 주된 사업장으로 판단하고 있으나 고용 관계가 아닌 거래 상대방인 화물차주의 과반 소득 여부를 운수업체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 화물차주의 산재보험 기준 보수액이 431만원으로, 타 특고직 대비 약 1.5~4배에 달해 소규모 영세사업자가 많은 주선사업자 등 화물운수사업자가 화물차주 보험료의 1/2을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한 물량 감소와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인한 운수사업자의 수익성이 점점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준 보수액에 따라 과다하게 책정된 보험료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관련 업무가 추가됨에 따라 운수사업자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선업계는 화물차주의 산재보험 적용의 적절성 여부와 기준 보수액 조정 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7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고용보험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근로자가 아니면서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 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계약을 체결한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과 이들을 상대방으로 하여 계약을 체결한 사업에 대해서’ 고용보험을 특례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고용노동부의 추진 계획은, 금년 하반기 중 특수고용직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며,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돼 있는 당연적용 직종은 화물차주가 포함돼 있는 산재보험 특고직을 우선적으로 적용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산재보험과 마찬가지로 전속성이 있는 화물차주에게 운송을 의뢰하는 주선사업자도 의무적용 대상이 되어 피보험자(화물차주) 관리와 함께 보험료의 1/2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전국화물운송주선연합회(회장 장진곤)는 특고직 화물차주 및 운수사업자의 고용보험 당연적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산재보험 당연적용을 반대한 것과 동일한 사유다. 업계가 전혀 이를 감당하기도 어렵고,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 요지다. 정부의 방침과는 거리가 있어, 업계 또는 정부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선업 차원의 반대가, 동일한 부담을 안게 될 일반화물업계의 반발과 함께 향후 어떤 대응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박종욱 기자 pjw2cj@gyotong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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