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법으로 택배기사의 어려움 해소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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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법으로 택배기사의 어려움 해소 가능한가?
  • 교통신문 webmaster@gyotongn.com
  • 승인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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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동 교수의 물류현장 논의

지난해 더불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이하 ‘생활물류법’)을 제출했고, 동 법안은 국회 상임위 전체회의 주관으로 개최된 공청회에서 택배노조를 제외한 대부분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사실상 법안이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개원된 후 박 의원은 기존 법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한 법안으로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사실상 동 법안은 지난해부터 국토교통부에서 실무적 작업을 추진해왔고, 이해관계자 전체 회의가 아니라 개별접촉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고 한다. 하지만 화물운송업계는 개별접촉보다는 공청회 및 전체 이해관계자 간 회의를 통해 법안 제정의 필요성 등을 충분히 논의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국토교통부는 현재까지 개별접촉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생활물류법’ 제정에 대해 화물운송업계는 극렬히 반대하고 있고, 용달화물운송사업자는 국토교통부 앞에서 소규모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이 법안의 제정 배경과 내용을 보면 ‘택배사업, 소화물배송사업, 택배종사자, 소화물배송기사, 생활물류센터 지원’ 등의 규정이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이미 기존에 있는 내용인데 신산업과 같이 마치 새로운 것인 마냥 기술돼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 있는데 이와 별도로 ‘생활물류법’을 통해 택배사업과 소화물배송대행사업이라는 사업법을 만들겠다는 내용이고, 택배사업은 등록제로 소화물배송대행사업은 인증제로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종사자 보호 규정은 택배사업에 치중돼 있다. 택배사업자와 영업점의 택배종사자에 대한 지도 감독의무 등의 규정이 있다. 나머지 규정은 생활물류센터 지원, 조세 및 행정지원, 협회와 공제조합 설립 규정이 전부이다.

과연 이 법안의 목적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택배의 경우 이미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체계에 포함돼 지금까지 급성장해 왔고, 소화물 등 퀵서비스 사업도 규제영역에서 제외돼 자유업으로 성장해 왔다. 해외에서도 플랫폼 등 사업에 대해서는 규제가 아닌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기능에 의한 성장을 유도하고 있는데 국내의 경우 정반대의 행보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사업 규정과 종사자 보호 규정은 상반된 것이다. 과거 택배사업의 행태에서 볼 수 있듯이 사업자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고 종사자 수 및 이용 가능한 차량 대수가 많아야 저비용으로 자원을 활용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종사자 입장에서는 종사자 수가 적정해야 사업자를 상대로 권리 보호와 실질 수입 보장을 요구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종사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경우 종사자들의 권리 보호와 수입 보장은 요원해진다.

이러한 내용은 노사관계의 균형점을 어떻게 도출하느냐의 중요한 문제인데, 상호 대립되는 내용을 ‘생활물류법’에 담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개별 노동 관련 법률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업법에 종사자 보호 규정을 명확히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생활물류법’의 제정 배경으로 업계에서 알려진 사실은 사실상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이다. 과로사가 발생하고 있으며 주 52시간 이상의 근무를 하면서도 수입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는 택배사업자 간 무한경쟁으로 인한 덤핑에 지배적인 원인이지만 지난 2013년부터 화물자동차의 공급이 제한된 허가제 하에서 택배사업자의 요구에 따라 1.5톤 미만 집·배송 차량을 무한 공급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택배사업자는 언제든지 무한공급되는 차량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택배기사들의 협상력은 감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단가 운송을 거부할 경우 새로운 기사를 모집하면 된다.

택배노조와 기사들과 협상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최근 기사화된 것처럼 택배기사들은 분류작업까지 하는데 이에 대한 대가는 사실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택배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생활물류법’이 제정한다고 하나, 과연 법안의 내용을 통해 택배기사들이 원하는 실질적인 수입개선과 적정 근무시간에 대한 노동이 보장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생활물류법안에는 실질 수입 보장내용과 적정 근로시간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확연히 보이는 것은, 운송 수단은 택배사업자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무한 공급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표준계약서를 통해 기사들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허구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생활물류법’을 왜 제정하는지 의문이다. 택배사업자들의 요구에 따라 운송 수단을 무한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생활물류법과 같이 사업법을 제정하는 것은 택배기사들의 권리와 생존권 보호와는 전혀 다른 문제로 보인다.

최근 택배사업자를 택배기사의 사용자로 인정한 법원의 판결도 있다. 만약 법률을 통해 보호할 것이라면 개별 노동 관련 법률을 통해서 택배기사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개선토록 해야 하고, 그보다 앞서 실질 수입향상을 위한 집·배송단가 인상과 근무시간 조정을 위한 택배사업자와 택배노조의 협약 및 준수약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누구를 위한 법률인지 명확하지 않고, 실질적인 종사자 보호 규정이 없는 등 오히려 운송 수단의 공급증대만을 부추겨 종사자들에게 역효과를 미치는 법안 제정은 중단해야 하고 실질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함을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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