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4주년 특집 교통부문 현안과 과제] 전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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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주년 특집 교통부문 현안과 과제] 전기차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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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변화’ 전기차, 잠재적 에너지 키우며 판도재편 대비

2036년 내연차 앞지를 수도…주요산업국 vs 한국 ‘속도차’

배터리 기술력은 경쟁력…충전인프라 확충은 이제 발걸음

‘정책 추동’ 발판 만들 기회…국내는 수입 브랜드 ‘각축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자동차산업의 미래 핵심 키워드는 단연 전기차다. 아직까지 가파른 성장세세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모든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를 미래 먹거리의 최우선에 두고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진행되는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은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한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부품, 에너지, 충전인프라, 애프터마켓 생태계까지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하기에 그 파급 효과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아서다. 글로벌 친환경 미래차 산업의 총아인 전기차는 자동차산업의 오늘과 미래에 어떤 족적을 남길까. 서서히 그러나 강력하게 글로벌 시장의 지각변동이 느껴지고 있는 가운데 전기차의 오늘과 내일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던지는지 알아보자.

완만한 상승세 유지…“급격한 변환점 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글로벌 전기차 전망 2020’에 따르면, 전 세계 전기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 판매는 누적 수치로 2014년 70만대, 2015년 124만대, 2016년 200만대, 2017년 314만대, 2018년 511만대, 2019년 717만대다. 1년간 대략 50만~200만대 가량으로 완만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가져온 영향력을 감안하면 올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아마 지난해 보다 감소한 수치를 기록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전기차 판매 자체가 주춤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선 당분간 숨고르기가 지나면 폭발적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는 분석이 많다. 각종 글로벌 시장조사업체가 내놓은 자료를 종합해 봐도 결과는 같다. 불과 20년 안에 5400만대까지 전망되고 있다. 현재 판매량의 약 25배까지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업계는 언제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의 판매수요를 앞지를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분기점을 지나면 그때부터는 전기차의 독주가 시작된다고 보는 것이다. 대체적으로 2030년과 2040년 중반 경 눈에 띄는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자동차 생산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경규제에 따른 내연기관차 퇴출 정책도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영국·중국·프랑스·인도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은 내연기관차의 판매 중단을 앞다퉈 선언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오는 2035년까지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모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한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2025년을 기점으로 내연기관 퇴출을 결정했다. 독일, 이스라엘, 인도가 2030년, 영국이 2035년, 프랑스, 스페인, 싱가포르, 대만은 2040년이면 내연기관 신차판매를 중단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극단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축출하는 것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내연기관차 퇴출이 미세먼지 저감 해법이라고 성급한 결론을 내리기 전에 과학적인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수소차 등 친환경차 기술력이 성장하고 있지만 경제성·시장성 등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에서 내연기관차 퇴출로 인한 탄소배출 감축분과 전기차용 발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 증가량을 비교하면 내연기관차 퇴출이 답이 되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 같은 태도가 국내 전기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내연차 퇴출 속도보다 진행이 늦어지게 주저하는 사이 선제적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각종 분석이 혼재된 가운데에도 2025~40년까지 각국의 환경 규제 정책과 내연기관 차량 퇴출 정책은 병행 지속되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5년까지 누적 기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보급 목표를 제시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는 2025년까지 총사업비 73.3조원(국비 42.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성장의 핵심 요소인 충전 인프라와 R&D 투자도 계획됐다. 배터리 차량에 필수적인 충전소의 경우, 전기차 급속충전기 1.5만대, 완속 충전기 3만대, 수소 충전소 450개 설치를 계획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충전 인프라의 취약 부분을 해결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자양분을 갖고 있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경쟁력이 이미 해외에서 검증됐기 때문에 지금보다 국내 기업들 간 기술적 협력 모델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새로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30대 제조업체 중 한국기업 ‘1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 전망에도 불구하고 2019년 기준 글로벌 30대 전기차 제조업체 중에서 한국기업은 하나뿐이다. 국가별로 글로벌 전기차 제조업체를 보면 중국이 18개, 미국과 독일이 3개, 프랑스와 일본이 2개, 한국과 인도가 각각 1개인 것으로 분석됐다.

30대 기업의 글로벌 판매점유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한국기업은 12만1952대를 판매해 5.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기업별 전기차 판매순위는 미국 테슬라가 37만5752대, 프랑스 르노‧닛산이 20만4569대, 중국 BYD가 19만7146대 순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전기차 산업은 연간 25%라는 국내 배터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도 충전 인프라 지원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더딘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최근 잇단 전기차 화재 사고가 원인 규명을 두고 책임공방 논란으로 번지면서 대형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전기차 100대당 개인·공용 충전기 수는 2017년 말 59.7기까지 늘어난 뒤 올해 8월 기준 50.1기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 100대당 공용 충전기 수는 2016년 8.4기에서 2018년 28.5기까지 급격히 증가한 뒤 작년에는 26.0개로 줄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는 26.9기다.

반면 주요 국가들은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가 150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연구원이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전기차 100대당 충전기 수는 미국 185.3기, 영국 318.5기, 독일 230.4기, 일본 153.1기 등으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을 보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가 수소경제 기조를 바탕으로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에 대한 인식 부족과 민간투자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시스템 구축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제고할 배터리 가격의 하락도 전망을 밝게 하는 부분이다. 에너지 밀도 개선에 따른 배터리 용량 증대가 셀 메이커들의 전지 표준화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는 다시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연결되며 1kWh당 배터리 팩 가격은 2016년 270달러, 2020년 122달러, 2024년 98달러로 낮아질 전망이다.

코로나19의 그림자가 내년에도 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 당장 전기차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은 낮다.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의 판도 변화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전기차 전문가는 “지금이 미래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적합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화재 사고 등)불거진 전기차 이슈에서 파악된 문제점들을 조기에 해결하고 보조금 편중 부분이나 인프라 확대에 대한 재검토와 동시에 인프라 구축을 위한 민자 유치 지원책 등 정부와 기업이 거스를 수 없는 전기차 시대에 걸맞은 중장기 전략을 머리를 맞대고 검토할 기회”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시장은 수입 전기차 브랜드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와 카이즈유 통계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수입 전기차는 테슬라 포함 총 1만1천21대 판매되며 작년 같은 기간(1323대)에 비해 8배로 늘었다. 8월 한 달 동안은 테슬라 포함 1639대 판매되며 작년 동월(88대)보다 18.6배로 증가했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320대 팔리며 작년 8월보다 5배 이상으로 늘었다. 수입 전기차 판매는 7월에도 768대 팔리며 작년(89대)의 8.6배로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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