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4주년 특집 포스트코로나] 딜레마 빠진 생활물류 명암, ‘한국형 뉴딜’ 태풍의 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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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54주년 특집 포스트코로나] 딜레마 빠진 생활물류 명암, ‘한국형 뉴딜’ 태풍의 눈 될까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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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소비 후폭풍…택배 배달대행 과부하 열병

법 제도 이분화, 화물운송시장 분열에 대혼란

정부 “물류복지 정책 일환 택배 배달대행 ‘K-물류’ 드라이브”

구심점 물류복지 정책 강화”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정부가 택배 배달대행 등 생활물류를 구심점으로 삼아 포스트 코로나 대책 일환으로 수립된 ‘한국형 뉴딜’ 사업을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 가동한다.

이는 5개년 국책사업에 담긴 물류복지 정책과 맥을 같이하는데, 도서산간 및 신도시 등 물류소외지역의 낙후된 인프라를 재정비해 지역별 서비스 수준의 격차를 해소함과 동시에, 수요 밀집지역인 도심지의 생활물류 기반시설을 확충해 택배 배달대행 기반의 언택트 소비가 항시 이뤄지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인프라 정비사업은 전국 단위별 공공재 시설과 연동해 접근성을 강화하는가 하면,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소규모 택배 물류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령 손질이 진행 중에 있다.

이 내용이 적용되면 도심 외곽에 위치한 차량기지를 화물의 교착지인 물류 거점으로 재구성해 열차 운행이 종료되는 새벽시간에 폐차 예정인 여객 열차로 수도권 내 화물을 운반하고, 역내 설치된 무인택배함과 안내소, 영업이 종료된 매표소 등을 소화물 집배송 시설로 활용하는 시나리오를 실행할 수 있게 된다.

문전배송에 투입되는 수행원을 보호하는 제도개선도 연내 추진될 전망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 제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내 관련법안을 확정‧시행하기로 했다.

생물법 신설을 필두로 현재 진행형인 화물운송시장의 구조개혁을 매듭짓고, 물류산업의 공공성 강화와 시설 인프라의 민간투자 활성화가 담긴 ‘K-물류’로의 연착륙에 집중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물꼬 튼 생물법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물법)을 근거로 명맥을 유지했던 택배 배달대행 서비스가 별도의 법망으로 이첩‧귀속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지난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물류업계 노사 양측과 협약을 체결하고, 생물법안을 연내 처리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서비스 공급자의 기술개발 및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준과, 종사자의 일자리 안정과 산업안전을 강화하는 양면 전략이 담겨 있다.

일정 규모의 자본금과 집하 분류시설, 차량관리 전산망 등을 갖췄다면, 택배 사업자로 인정하는 ‘등록제’로 운영되며, 정보망을 기반으로 배달대행 서비스를 중개‧수행하는 스타트업 등 플랫폼 운영사는 ‘인증제’로 적용기준이 완화된다.

배송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우수 택배 사업자에게는 화물차 증차 심의를 면제하는 방안과 함께 그간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물법) 상에서 부과됐던 규제대상에서 제외시켜 다양한 특화 상품을 개발‧공급하도록 했다.

여기에는 시설 투자 및 해외진출 지원방안이 있는데, 이는 도심지 인근 유휴부지에 택배 터미널과 배송거점을 확충하고, 낙후지역 물류 인프라를 정비하는 ‘K-물류’ 조성사업과 맥을 같이한다.

해외진출에 앞서 선행되는 해외시장 투자 타당성 조사를 비롯해 정책금융 확대, 글로벌 정보제공 등의 정부지원은 해외건설 플랜트에 준하는 수준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최대 이슈이자 현안 과제인 집배송 종사자를 보호하는 제도장치도 마련된다.

사업자가 영업점에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영업점의 관리 의무를 명시하고, 고용계약갱신청구권 6년 부여와 표준계약서 권장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택배노조가 참여하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5년 마다 생활물류 발전 기본계획(종사자 보호 포함)을 수립하고, 생활물류 종사자의 노동실태를 객관화하는 실태조사 및 통계 작성을 의무화 하면서 이를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택배 서비스 평가에 반영토록 했다.

또 백마진, 리베이트 등의 부정한 대가의 수취를 금하고, 문전배송 수행원의 휴게시간과 쉼터 제공을 명문화 해 과로사 방지 및 안전 확보를 취하도록 했다.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 생활물류사업자 및 영업점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은 지자체에 위임해 지역별 현황을 항시 관리한다는 내용도 추가됐다.

▲꼬리 무는 공방전, 내분 가열

업종을 이분화 하는 정부의 입장이 확정되면서 운송업계의 내홍은 더욱 격화됐다.

택배기사 등 위탁 배송원의 사용자로 분류되는 원청 택배업체와, 이들과 계약한 개인사업자 영업 대리점주들은,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자유로운 가격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강력 저지에 나섰다.

일부 택배사들은 영업용 넘버의 신규 증차 등 현행 허가제로 관리되는 화물법 대비 제도적 규제가 완화된다는 점에서 생물법을 찬성하고 있으나, 상당수 업체들은 도급 개인사업자인 위탁 배송원을 직고용 수준으로 격상하고 그에 따른 사용시간 제약과 금전적 비용을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서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육상운송을 맡아 온 화물운송업계도 우려의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연내 제정될 것으로 알려진 생물법에는 생활물류 서비스업종을 택배와 배송대행으로 구분하고, 택배업은 ‘등록제’로 소화물배송대행업은 ‘인증제’로 관리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화물법을 근간으로 행해지고 있는 운송서비스를 또 다른 잣대로 감독하면서 관리수준 부분(허가제)에 있어서는 역차별 문제를 야기한다는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매년 영업용 화물차의 신규 허가 여부를 심의해 업종별로 공급 기준을 고시하는 ‘허가제’로 묶여 있는 화물법과 달리, 생물법은 상대적으로 시장 진‧출입에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을 종합하면,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과 운임단가 하락에 따른 화물차주의 실수입 보전이 불가하다고 운송업계는 지적했다.

지난 2004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화물법이 격상된 바 있는데, 당시 파업에 나섰던 화물연대는 “영업용 화물차의 공급과잉으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화물운송시장의 차량수급을 조절하는 허가제로의 전환을 촉구했고 정부는 요구안을 수용했다.

운송업계는 등록제로 설계돼 있는 생물법을 통해 우회적으로 신규 증차를 허용한다면 운송시장의 질서 붕괴 등 앞서 공급과잉으로 경험했던 부작용을 다시금 반복하게 될 것이라며 생물법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화물연대도 반대하는 생물법

택배노조와 뜻을 함께 했던 화물연대 역시 우려를 표명했다.

같은 택배업체 소속 화물차 운전자임에도 불구하고 집배송 택배기사는 ‘생물법’의 적용을, 간선차량 운전자는 ‘화물법’의 적용을 받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며, 등록제로 설계된 생물법을 통해 신규 증차된 영업용 차량은 지금까지도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허가제로 묶인 운송시장으로 진입‧흡수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점에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생물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택배노동자의 범위는 집배송 화물차주로 제한돼 있는데, 이는 지역간 이동하는 간선차량을 비롯해 택배 터미널, 물류창고 노동자 등 화물운송시장 종사자 전체를 아우르지 못한 ‘특정인’을 위한 법 제도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는 막대한 자본력을 보유한 택배사들은 생물법을 통해 무한증차를 합법화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택배자본에 의한 신규 허가는 다양한 불법행위와 택배노동자 탄압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함은 물론, 기존 화물연대의 투쟁을 통해 위수탁 지입차주에게 직접 영업용 넘버를 부여토록 개선했던 내용이 무력화될 소지가 있다면서 생물법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정부는 연내 생물법 제정이란 결론을 짓고, 계획대로 ‘마이웨이’를 밟고 있다.

생물법은 급증하는 물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생활물류 산업을 체계적으로 관리·육성하고, 지속 가능한 산업구조로 혁신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올해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인당 택배 이용 건수는 63회를 넘어서는가 하면, 택배기사의 과로사 등의 안전사고 역시 계속되고 있는 점을 언급, 이번 조치는 정부의 3대 정책(스마트·그린·사람 중심 물류)에 따른 이행과제에 포함된 것이라며 추진 배경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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