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부품업계 경제적 여력 없어 미래차 준비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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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부품업계 경제적 여력 없어 미래차 준비 못하고 있다”
  • 김정규 기자 kjk74@gyotongn.com
  • 승인 2020.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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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聯 “생태계 전환 전략 미흡…특별대출 필요”
미래차 전환율 39.6%…중소업체는 16.1% 불과 지적
‘R&D 자금부족’ 하소연…정부지원 이용실적도 태부족

[교통신문 김정규 기자]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지만 국내 자동차부품업계가 경제적 여력이 없어 전환기 대응 체계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완성차 대표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의 미래차 핵심부품 경쟁력이 수입 브랜드들에 비해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자동차 부품산업 미래차 전환 실태 조사결과 및 정책건의’를 주제로 제10회 자동차산업 발전포럼을 열었다. 포럼은 전기동력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 전환과정의 부품산업 대응실태를 평가하고 과제를 제시하기 위해 개최됐다.

정만기 자동차산업연합회 회장은 “부품업체의 체계적인 미래차 전환 전략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라며 “부품업계는 미래차 관련 투자를 늘려가고 있지만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오래 걸려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YD 등 완성차업체의 도약은 물론 CATL 등 중국 부품 기업들이 글로벌 전기차 부품 공급망을 전부 장악해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자율주행차 부문도 중국의 AI관련 기술수준, 광범위한 빅데이터 확보 역량 그리고 정부의 차별적 지원을 고려한다면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현재 중국 CATL은 테슬라 모델3에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으며 중국 부품업체인 저장싼화는 폭스바겐과 제너럴모터스(GM) 등에도 전기차용 열 제어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정 회장은 “조사대상 업체 중 약 40%는 미래차 부품생산을 시현중에 있는 상황에서 업체들은 3∼6년에 걸쳐 미래차 1종 부품개발과 생산에 자체자금 위주로 평균 약 13억원을 투입하고 있으나 이들 업체중 17.8%만이 수익을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품업체들이 미래차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에서 수익을 확보하도록 여건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규제위주 친환경 정책은 인센티브 대책과 적극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장은 전기차가 미래 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 부품업계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환경을 지적했다. “전기동력차 전환 시 부품의 성격에 따라 생태계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기존 기계 부품들이 유지(조향, 제동, 내장재 등 범용부품), 융합(ICT, 신소재 등), 소멸(엔진, 연료, 구동 전달 등 내연기관 전용)의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중소 부품업체들은 미래차로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지만 전속적 납품구조, 원가 구조의 취약성 등 부품 산업의 구조적인 문제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핵심부품의 경쟁력이 미흡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자동차산업연합회 대표 발표자로 나선 김용원 자동차산업협회 본부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부품 중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구동모터는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이지만, 배터리팩과 인버터·컨버터의 기술 경쟁력은 열위라고 말했다. 현재 자율주행차 센서 기술이 미국과 독일의 30∼80% 수준에 불과하며 카메라 인식 기술도 상용화 단계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 부품업계는 미래차 전환기에 거의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본부장은 국내 185개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에서 미래차용 부품 생산·개발 체계로 전환한 업체는 39.6%였지만 연 매출 500억 이하 중소 부품업체 중에서는 16.1%만 전환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또 내연기관차의 동력계 부품업체 중 68.2%가 미래차 전환으로 인한 매출 축소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부품 양산 기업 중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도 17.8% 밖에 되지 않았다. 미래차 R&D 투자를 저해하는 애로 사항으로는 자금 부족 문제를 꼽은 부품 업체가 35.6%로 가장 많았다. 미래차 정부지원 사업은 69.4%가 이용실적이 없다고 응답했고, 이용의 애로는 지원요건 복잡(39.2%), 지원규모 또는 과도한 자사부담(22.8%) 순으로 나타났다. 미래차 설비투자는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조달계획이 미정(45.9%), 설비가 구축된 기업은 5.1%에 불과했다. 부품 개발에서 양산까지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32.8개월, 최장 84개월이었다.

정만기 회장은 “업체 대부분이 자체 자금으로 부품 개발과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에 6년 이상이 소요되고 있어 최소 10년간 분할 상환할 수 있는 특별 대출 프로그램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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