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압박에 고개 숙인 택배업계 '빅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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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압박에 고개 숙인 택배업계 '빅3'
  • 이재인 기자 koderi@gyotongn.com
  • 승인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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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사고 되풀이 되는 택배노동시장

속수무책 택배 종사자 위한 수습책 준비 완료

분류작업 인력충원, 야간‧심야 새벽배송 중단 등 개편안 확정

[교통신문 이재인 기자]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로 하중이 집중되고 있는 택배 물류시장이 곤욕을 치루고 있다.

끝없이 밀려오는 물량을 집배송 하는데 있어 현장에 투입되는 택배 터미널 종사자와 배송기사 등 위탁 인력들이 계속 죽어나가는 불상사가 반복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달 들어서만 택배 현장에 투입된 근로자 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쿠팡 물류 터미널에 배치된 4명의 사인은 과로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로젠택배의 택배기사 1명은 계약된 영업‧대리점으로부터 불법적 권리금과 보증금에서 비롯된 생활고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자들의 연령대는 20~40대이며, 이들이 집배송에 앞서 해야 하는 택배 분류작업과 새벽배송을 위해 작업되는 야간‧심야시간대 업무를 맡아 온 점을 종합하면, 지병 등 건강상 문제로 변을 당했다는 원청의 주장보다는 과로사와 개연성이 높다는 노동자들의 논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와 전국택배연대노조가 공개한 문자 내역에서도 정황이 포착됐는데, 구체적으로 사망 전 택배기사 A씨는 하루에 400개 넘는 물량을 새벽까지 배송한 뒤 동료기사에게 장시간 고강도 업무에 처한 삶을 비관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택배기사 B씨 역시 자신이 처한 억울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이 남긴 유서를 보면 당시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B씨와 계약한 택배사, 영업‧대리점의 갑질과 구조적인 문제가 담겨 있으며,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된 노동착취가 현재에도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음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사망사고가 계속되자 정치권에서도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하며, 사용자인 원청 택배회사를 향한 압박에 들어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가 제안한 수습책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현장 적용하라는 주문이 이어졌고, 이를 안내받은 택배사들은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지난 22일 CJ대한통운은 사과문을 공식 발표하고, 지적사항에 오른 서브터미널 분류작업과 관련해 별도의 4000여명 지원 인력을 충원해 택배기사의 작업 시간과 노동 강도가 경감되도록 조치한다는 대책을 제시했다.

이날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택배 업무로 고생하시다 유명을 달리하신 택배기사님들의 명복을 빌며, 우선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문제가 된 택배기사 분류작업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한진택배도 “택배기사의 사망사고에 깊은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하고, 지적사항에 오른 새벽배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한진은 택배기사 과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야간‧심야시간대 작업을 요구하는 심야배송 중단과 함께, 분류지원인력 1000명 투입, 터미널 자동화 투자 확대, 택배기사 건강보호 조치 마련 등이 포함돼 있다.

회사는 택배기사들의 업무 과중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로조건 개선 등에 최우선 역점을 두고 준비한 과로 방지 대책을 조속히 실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강도 높은 후속조치를 시사하며, 택배노동시장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는 원청 택배회사와 계약된 지역 영업‧대리점, 협력업체 운송사를 통해 택배 현장인력에 대한 업무지침이 하달되는 반면, 택배 현장인력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은 중간단계 관리자의 통제에서 비롯된 여러 형태의 부당한 지시와 금전적 거래가 암묵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정부는 T/F팀을 편성하고, 다음달 실사보고서를 기반으로 개선대책을 검토‧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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