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 대통령이 ‘2050 대한민국 넷제로’를 선언했다. 이제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매일의 일상생활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이 화두가 된 것이다.
90%가 넘는 도시화율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그린 뉴딜이란 도시에서의 온실가스 감축이다. 탄소배출의 20%를 차지하는 교통운수 분야에서 온실가스를 줄이는 길은, 친환경 대중교통의 이용율을 높이는 일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도시권의 통근시간은 OECD국가 중 가장 길다. 게다가 통근 시간은 점점 더 길어지며, 이 중에서 자동차 통행이 2/3를 차지한다. 서울 인구는 감소하는데 경기도 인구는 증가한다. 일자리는 서울에서 증가하고, 주택공급은 경기도에서 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중심의 통근교통으로 전환해 온실가스와 통근시간을 줄이는 일은 2500만 수도권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이자, 그린뉴딜을 실천하는 길이다.
GTX 건설이 추진 중에 있다.
대도시권을 연결하는 광역철도이자, 긴 거리의 정차역 간을 고속으로 달리는 급행철도이다. 빠른 속도는 인간의 욕망이다. 더 빨리 도달하고 싶고, 만나고, 결정하고 싶다. 이동의 속도나, 통신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도 이런 욕구 덕택이다.
철도의 속도가 빨라진다. 100년 전 처음 등장한 경인선 철도보다 현재의 고속철도는 8배 더 빠르다. 속도 혁명가들은 끊임없이 더 빠른 교통수단을 발명해낸다.
그러나 GTX의 속도가 빠르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GTX역에서 사무실로, 집으로, 약속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버스나, 지하철로 갈아타야 한다. 환승하는 거리가 짧고 편리해야 대중교통 이용이 늘어난다. GTX 이동시간은 20분인데 환승하는 데 10분이 소요되거나 긴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면 맥이 빠지고, 결국 승용차를 선택하지 않을까. 교통수단의 속도는 지속적으로 빨라졌지만, 사람의 보행속도는 수만년째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가장 편리하고, 안전하며, 가성비 좋은 선택을 하도록 진화됐다고 한다. 어느 학과, 어떤 대학에 진학할지, 어디에 살고 어떻게 출퇴근할지, 매사가 선택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철도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를 연결해주는 핵심 지원시설인 환승 센터 건설에는 소극적이었다. 부지를 소유한 철도기관, 인허가를 담당하는 지자체, 국유재산법을 운영하는 기획재정부, 그리고 복잡한 지분 관계를 가진 시행사 간에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제대로 된 환승 센터가 부재해, 고속열차에서 다른 교통으로 환승하는 데에 장시간이 소요되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불편함이 커진다.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제시한 ‘광역교통비전 2030’은 ‘3-3-3’의 슬로건으로 간명하게 표현된다. 즉, 주요 지점 간의 이동시간을 30분으로 줄이고, 통행비용과 환승 시간을 30% 줄이자는 것이다. 빨리 이동하는 것과 함께 환승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고속의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청량리 복합환승센터에서는 수평 환승이 이뤄지고, 1분 만에 GTX 노선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한다. 이제 이동의 속도를 높이는 일과 함께 갈아타는 속도, 환승 효율성을 높여가야 하는 시점이다.
환승 센터는 노선개통과 함께 계획되고 개통돼야 한다. 노선은 개통됐는데 환승이 어려우면 GTX 이용을 기피한다. 노선이 개통된 후에 환승 센터를 건설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정차역의 결정과 환승 계획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환승역 주변의 부동산 가격은 빠르게 변할 것이다.
정보를 미리 취득한 소수의 사람들이 개발 이익을 사유화하거나 난개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에 환승역세권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GTX가 없다면 입지하기 어려운 컨벤션, 비즈니스호텔, 기업지원센터나 연구개발기능, 대형유통과 대형의료, 문화복합시설 등, 지역의 경제활동을 고도화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능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공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좋고, 국공유지가 없으면 ‘종상향과 공공기여’와 같은 방법도 적극 강구해야 한다. 대부분의 환승역이 트리플 역세권이므로, 개통 전까지 역세권의 관리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길지 않다.
GTX의 속도는 통근자들을 서울 외곽으로 분산시켜 서울의 주택문제 완화와 보다 쾌적한 정주 환경으로의 개선에 기여할 것이다. 승용차 통근 비중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을 확대해 ‘2050 넷제로’의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주변 지역의 효과적 관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니 ‘일석삼조’ GTX다.